칼빈주석 로마서
3장

로마서 3장 8절 칼빈 주석

또는 그러면 선을 이루기 위하여 악을 행하자 하지 않겠느냐 어떤 이들이 이렇게 비방하여 우리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하니 그들은 정죄 받는 것이 마땅하니라 롬 3:8

그러면 … 악을 행하자 하지 않겠느냐

이 문장은 생략 구문이다. 완성 구문은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그러면 차라리 (사람들이 우리를 비방하여 말하는 것처럼) 선을 이루기 위하여 악을 행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느냐?”(칼빈 역에는 이 구절이 ‘And why not, Let us do evil’로 되어 있어서, 앞 부분을 ‘And why is it not rather said’라고 풀어 써주어야 완성 구문이 된다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다 - 역자 주).

이 사악한 주장이 참으로 하찮은 것임을 아주 충분한 이유를 들어서 증명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도 바울은 그 질문에 대해 답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경건하지 않은 자들이 내세우는 그럴듯한 구실은 다음과 같다.

즉, 하나님이 우리의 죄악으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신다면,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도모하는 것 말고는 인간이 현세現世에서 할 만한 더 아름다운 일이 없다면, 그렇다면 그분의 영광을 높이기 위해서 죄를 짓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즉, 악 자체는 악을 생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이 우리의 죄로 말미암아 더 빛나게 된다면, 그것은 인간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뛰어난 장인匠人이신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사악함을 무력하게 만들어서 그것을 다른 목적에 맞게 바꿀 수 있는지 알고 계신다. 그리하여 우리가 원래 의도한 것과는 반대로 우리의 사악함을 그분 자신의 영광을 높이는 쪽으로 바꾸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분을 영화롭게 하도록 경건이라는 방법을 처방해주셨다. 경건은 그분의 말씀을 순종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처방해주신 이 경계를 넘어가는 인간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을 욕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이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은, 인간의 사악함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섭리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하나님의 위엄은 인간의 사악함을 통해 손상을 입을 뿐만 아니라 사실 완전히 와해되기까지 한다.

어떤 이들이 이렇게 비방하여 우리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하니

바울은 하나님의 은밀한 심판에 대해서 깊은 경외심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그의 원수들이 그를 비방하기 위해서 악의에 찬 말을 그토록 길게 늘어놓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나님의 종들이 아무리 경외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도, 그것은 결코 인간의 추악하고 신랄한 혀를 제어하기에 충분한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의 순수한 복음이라고 알고 있는 (그리고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천사들도 증거하는) 우리의 교훈이 이 시대에 너무도 많은 비난을 받음으로써 훼방을 받고 우리의 대적들에게 거슬리는 것이 되고 있음은 전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여기서 읽게 되는 비난은, 무지한 자들로 하여금 바울의 교훈을 경멸하게 할 목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경건하지 않은 자들이 우리가 전하는 진리에 대해서 비방하며 퍼붓는 독설을 참아내자. 우리가 전하는 진리는 그들의 거짓을 밟아 으깨 없애버릴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그들이 비방한다고 해서, 진리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일을 멈추지는 말자.

또한 사도 바울의 본을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악의에 찬 그들의 계략에 대항함으로써, 버림받은 그 비열한 자들이 어떤 벌도 받지 않은 채 우리의 창조주에 대해 악하게 말하지 못하도록 하자.

그들은 정죄 받는 것이 마땅하니라

어떤 사람들은 이 구절을 능동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서 ‘그들이 정죄하는 바’가 마땅하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즉, 그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인 ‘우리의 불의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나게 하고 그것 때문에 우리가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에 대해 바울이 그들과 의견 일치를 보인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어느 누구도 복음의 교훈이 그런 역설들과 관련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바울이 그들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수동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서 ‘그들이 정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심한 정죄를 받아 마땅한 그런 사악함에 대해서 그대로 인정하는 표현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내 생각에는 그들이 정죄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바울이 말한 것 같다.

그들의 사악함은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정죄를 받아야 한다. 첫째, 그들이 지적知的으로 이런 경건하지 못한 생각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둘째, 그들이 복음을 나쁘게 말하면서 그 이유를 감히 복음에서 끌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