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2장

로마서 2장 22절 칼빈 주석

간음하지 말라 말하는 네가 간음하느냐 우상을 가증히 여기는 네가 신전 물건을 도둑질하느냐 롬2:22

우상을 가증히 여기는 네가 신전 물건을 도둑질하느냐

바울은 신성모독죄와 우상 숭배를 비교하면서, 사실상 그 둘이 동일한 것임을 적절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 신성모독죄는 단순히 신(神)의 위엄을 더럽히는 것으로서, 이방 시인들도 알고 있던 죄였다.

오비드(Ovid, 로마의 황금 시기인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살았던 시인)가 《변신 이야기》Metamor 3권에서 바커스(Bacchus, 술의 신)의 의식을 업신여긴 것에 대해서 리쿠르구스(Lycurgus, 기원전 9세기에 살았던 스파르타의 입법가)를 신성모독죄로 비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종교에 관련된 축제일 이야기를 연대순으로 모아놓은 《달력》Fasti이라는 시집에서, 오비드가 비너스(Venus, 로마 신화 속 미의 여신)의 위엄을 모독한 손을 신성모독적인 것으로 언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방인들은 우상들이 자기들이 믿는 신들의 위엄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신전(神殿)에 드려진 것을 약탈할 경우에만 그것을 신성모독죄라고 불렀다.

그들은 종교의 모든 것이 신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하나님의 말씀보다 미신이 더 팽배한 곳에서 그들이 인정하는 유일한 신성모독죄는 교회에 속한 것을 훔치는 것이다. 그들이 믿는 신은 우상들 안에만 존재하며, 그들이 생각하는 종교는 겉으로 드러나는 눈부신 화려함 속에만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권면을 받게 된다. 첫째, 단지 율법의 일부만 행하면서 스스로 매우 잘하고 있는 듯이 우쭐대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지 않도록 하라. 둘째,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경건하지 못한 모습을 뿌리뽑아 없애버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겉으로 보이는 우상을 제거했다고 자랑하지 않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