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을 행하는 자를 판단하고도 같은 일을 행하는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줄로 생각하느냐 롬2:3
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맹렬한 비난을 삼가는 것이 수사학(修辭學)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바울이 여기서 자기가 고발하고자 하는 바를 입증하기 전에 심한 혹평을 한 것은 분별 없는 행동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혹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그런 경우가 아니다. 그들이 죄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그의 증거는 충분히 결정적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사람들 앞에 그들을 고발한 것이 아니라 양심의 심판으로 그들의 유죄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바울은 자기가 의도한 바를 입증했다고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즉, 그들이 스스로를 살피고 하나님의 면밀한 심판을 따르게 될 때, 자기들의 불의함을 부인(否認)할 수 없을 것이다.
바울에게는 그들의 거짓된 고결함을 그토록 혹독하고 신랄하게 비난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허울뿐인 그들의 자신감을 흔들어놓지 않는 한, 놀라울 정도로 스스로를 철석같이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선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 마취 효과에서 깨어나게 해서 그 위선을 하나님의 심판의 빛 앞으로 끌고 가는 것임을 기억하자.
바울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논증을 펴고 있다. 만일 우리의 죄가 인간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면, 그 죄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분은 모든 심판자들 중에 유일하게 참된 심판자이시다. 인간이 신적인 본능에 이끌려서 악한 행위를 정죄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판단은 단지 하나님의 심판을 미약하고 희미하게 닮았을 뿐이다. 다른 이들이 그들의 판단을 피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자기들 스스로는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어리석은 자들이다. 바울은 ‘사람아’라는 말을 반복하는데, 이는 사람을 하나님과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