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너희 모든 사람에 관하여 내 하나님께 감사함은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 롬1:8
이 본문의 도입 부분은 바울이 설명하고자 하는 바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그는 로마인들뿐 아니라 자신과도 관련된 이유를 제시함으로써, 그들이 자기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도록 그들을 준비시키는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논증을 시작한다. 그는 그들의 믿음이 널리 알려진 것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그들이 교회들의 공개적인 칭찬을 받는 영예를 얻었으므로, 주님의 사도를 거절하는 것은 그들이 두루 누렸던 좋은 평판에 어긋날 수밖에 없음을 넌지시 비춘다. 그러한 행위는 신뢰를 다소 무너뜨리는 무례한 처사가 될 것이다.
그들의 명성은, 그들의 순종을 높이 평가한 바울 사도로 하여금 그의 직분에 따라 로마인들을 가르치고 교육하도록 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와 마찬가지 이유로 그들은 그의 권위를 얕잡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자기 자신에 관하여, 그는 그들을 향한 자기의 신실한 사랑을 증거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게 한다. 우리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우리의 관심사를 유심히 살핀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권면하는 사람이 신임을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들의 믿음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것임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바울이 그 믿음을 칭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믿음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배우게 된다. 감사가 유익 얻은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면, 믿음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것이 그분의 선물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바울 사도가 항상 감사로 축하 인사말을 시작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복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그러한 감사의 표현 방식에 익숙해짐으로써, 모든 좋은 것을 주시는 분으로 하나님을 인정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서 좀더 강하게 일어나도록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작은 복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면, 믿음을 주신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이 감사해야 하겠는가? 믿음은 하나님께서 아무에게나 주시는 평범한 선물이 아니다.
나아가서 우리는 여기서 히브리서 13장 15절에 나타난 바울 사도의 명령에 따라 ‘예수로 말미암아’ 감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실례를 본다. 그 명령은 우리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 아버지의 자비를 구하고 찾아야 하는지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하나님을 ‘내 하나님’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고백은 신자들만 가지는 특권이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만 이렇게 고백할 수 있는 영예를 부여하셨기 때문이다.
이 고백에는 “너희는 내 백성이 되겠고 나는 너희들의 하나님이 되리라”(렘 30:22)는 약속에 나타난 상호 관계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어구를 바울이 누구인지를 나타내주는 특징으로, 즉 복음을 전하는 일에서 주님께 드린 순종을 하나님께서 받으셨다는 징표로서 그가 가지게 된 명성으로 한정해서 이해하고 싶다.
이사야가 참되고 신실한 선지자라는 것을 표명하고 싶어서 히스기야가 하나님을 이사야의 하나님으로 칭한 것도 같은 경우이다(사 37:4). 또한 다니엘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순전함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하나님이 특별히 다니엘의 하나님이라고 불린 것도 마찬가지이다(단 6:20).
로마인들의 믿음에 관한 평가에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의 칭찬은 바울에게 온 세상의 칭찬과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믿음을 아주 몹쓸 것으로 여기고 싫어하는 불신자들의 증언은 솔직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신뢰할 만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로마인들의 믿음에 대해 적절한 소신을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모든 신자들의 입을 통해서 그들의 믿음이 온 세상에 전해졌다고 보아야 한다. 보잘것없는 이 소수의 무리가 로마에서조차 불신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바울에게는 그 불신자들의 판단이 아무런 가치도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