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익스프레스
성경 익스프레스_구약

순환 시대(삿 1장-삼상 8장)

언젠가 철학자 헤겔(Hegel, 1770~1831)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과거를 무시하는 사람은 과거의 잘못을 그대로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를 통해 배우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므로 하나님께서는 인간들의 성공뿐 아니라 실패 이야기도 성경에 자세히 기록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역사(history)를 통해, 특히 ‘하나님의 이야기’(His story)를 통해 배우기를 원하신다.

성경의 교훈과 모범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쓰라린 체험과 실패를 겪지 않고도 하나님의 길을 배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잘못을 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 역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실수를 통해 하나님의 길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성경에 기록했다(고전 10:1-14 참조).

“저희에게 당한 이런 일이 거울이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의 경계로 기록하였느니라”(고전 10:11).

사사기와 사무엘상 처음 여덟 장은 히브리 민족이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 죄의 순환을 일곱 차례나 반복했다고 각각 기록한다. 확실히 그들은 과거를 통해 배우는 데 문제가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시기를 ‘순환 시대’, 곧 ‘죄의 순환 시대’라 칭한다.

사사기를 주의 깊게 읽으면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과연 당시 히브리 민족의 모습과 다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장소와 사람 이름만 바꾸면 사사기는 가히 현대 우리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기록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사기로 들어가는 열쇠는 앞문과 후문 모두에 걸려 있다. 앞문에서 우리는 여호수아도 모르고 하나님도 모르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는 말을 듣게 되고, 후문에서는 모두가 제멋대로 행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 시대에는 아무도 하나님이나 하나님의 율법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사사 시대 동안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께서 직접 통치하시는 신정정치(神政政治)에서 하나님께서 왕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치하시는 군주정치(君主政治)로 정치체제를 바꿨다.

이 시기에 이스라엘 민족은 거듭 ‘죄’를 짓고, ‘압제’를 당하며, 여호와께 부르짖어 ‘간구’하면 여호와께서 ‘구원’하시고,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은 이를 ‘망각’하고 다시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는 ‘죄의 순환’을 일곱 차례나 반복했다. 그러므로 사사기의 주제를 세 어절로 요약하면 “유대인들의 죄의 순환”이라 할 수 있다.

사사 시대는 약 350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 시기는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에 정착시킨 때(BC 1400년경)부터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이 즉위한 때(BC 1050년경)까지에 해당한다. 사사(Judge)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민족적 영웅들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로는 드보라, 바락, 기드온, 입다, 삼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