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파노라마
성경 파노라마_구약

사무엘상 : 시작이 좋은 것을 믿는 것은 위험하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지도자 모세와 여호수아가 세상을 떠난 뒤,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에게 15명의 사사(가나안 땅에 들어가서부터 왕이 세워지기 전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도했던 정치 군사적 지도자)들을 잇달아 주셨다. 사사기에 나오는 사사가 13명이고(불의한 방법으로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던 아비멜렉 포함), 사무엘상에 나오는 사사가 2명(엘리와 사무엘)이다. 그러나 사실 사무엘상에는 실질적으로 사무엘과 사울 두 명의 통치자만이 등장한다. 이 두 사람은 성품이 매우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했다는 것이다.

사무엘은 경건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의 부모는 그를 하나님께 바쳤다(삼상 1장). 그는 성막에서 살면서 당시 대제사장이었던 엘리의 문하에서 수련을 받았다(2장). 사무엘은 극적인 방법으로 아주 분명하게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다(3장). 사무엘이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블레셋 족속들을 무찔러주셨다. 사무엘은 최초의 순회 설교자요, 최초의 순회 사령관이었다(삼상 7:16,17). 그러나 사무엘의 통치는 불행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백성들이 그를 거부하고 대신에 임금을 세워달라고 소리 높여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무엘의 아들들은 불량배였는데, 백성들은 그들이 차기 지도자가 될까봐 겁을 먹고 사무엘을 거부했던 것이다.

“그 아들들이 그 아비의 행위를 따르지 아니하고 이를 따라서 뇌물을 취하고 판결을 굽게 하니라”(삼상 8:3).

결국 사무엘은 사울을 왕으로 옹립하고 지도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물러났다. 그의 고별 설교를 읽으며, 노년에 백성들을 향해 근심하는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해보라(삼상 12장). 백성들을 다스리느라 너무 바빠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것일까? 방탕한 아들들 때문에 파멸당한 엘리 제사장을 보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던 것일까? 감히 사무엘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의 좋은 시작이 좋은 끝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한편 사울은 “준수한 소년”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그보다 더 준수한 사람이 없었고, 키는 모든 백성보다 한 뼘이나 더 컸다. 그의 부친 기스는 힘센 용사였고 또 부유했다(삼상 9:1-3). 사울은 사무엘에게 기름 부음과 가르침을 받은 후, 이스라엘의 비상시국에 왕으로서 지도자의 자리를 넘겨받았다(11장).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은 집권 초기에 암몬 족속과 블레셋 족속을 연이어 격파하면서 백성들의 굳은 신임을 얻었다.

사울은 사무엘을 통한 하나님의 명백한 계시를 자신의 논리로 대체했는데, 사실 이때부터 그는 몰락하기 시작했다(13장). 사무엘이 죄를 지적했을 때, 사울은 회개하기는커녕 핑계를 둘러댔다. 그때부터 상황은 설상가상의 사태로 치달았고, 결국 하나님은 그의 왕권을 박탈하여 다윗에게 넘겨주셨다(16장). 그 후 사울은 미칠 듯이 다윗을 질투했으며 그를 죽이려고 추적하면서 남은 생애를 보냈다(18-30장). 사울은 전투의 패배에 낙심하여 왕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채 자살로 그 생을 마감했다(31장).

시작이 좋았다고 그것에만 의존하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전통이 훌륭한 기반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 과거의 승리와 성취가 우리 인생을 건축하는 튼튼한 벽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머리에 놓인 월계관을 의지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원수 사탄이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벧전 5:8). 대신 주님과 동행하는 길에서 새로운 힘과 승리를 얻기 위해 날마다 지속적으로 주님의 얼굴을 구해야 한다. 하나님의 권능의 손 아래에서 스스로 겸손해야 한다.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높이실 것이다(벧전 5:6).

어떤 사람들은 기독교가 방종한 생활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믿기 싫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모든 죄를 용서하신다면 원하는 대로 죄를 짓고 회개하면 그만인데, 그런 종교는 믿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혹시 당신 주변에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다윗 왕의 생애를 통해 중요한 생활 원리를 잘 배워서 반드시 알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