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사회에 죄가 창궐한 것을 목격한 하박국 선지자는 하나님께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시는 까닭이 무엇인지 의아했다(오늘의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세워 유다를 심판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셨을 때, 그의 의문은 더욱 증폭되어 다음과 같이 부르짖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부정한 도구를 사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신다니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침략자들 또한 때가 이르면 그 죄로 인해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답하셨다. 그리고 어떤 민족을 사용하신다고 해서 그 민족이 신성하게 되거나 심판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셨다. 하나님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사용하실 수 있고 또 그렇게 하신다.
그런데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을 받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하나님은 정직한 의문에 응답하신다. 그래서 하박국 선지자를 꾸짖지 않으셨다. 그러나 하나님을 우리가 정해놓은 틀 안에 넣고, 오직 그런 방법으로만 역사하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말씀이나 성품을 거스르지 않는 동시에 자기 방법대로 자유롭게 일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