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파노라마
성경 파노라마_구약

소리굽쇠 모양의 왕국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약성경에서 예언서(선지서) 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왕국 시대에 관한 책들이라고 말한다.

등장인물도 많고, 그만큼 사건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왕국 시대를 긴 소리굽쇠로 생각해보라. 이스라엘의 왕국 시대는 사무엘상에 등장하는 초대 왕 사울의 통치 시기부터 열왕기하와 역대하에 기술된 바벨론 포로 시기까지 지속된다.

왕국 시대란 유대인들이 원하여 세운 왕에 의해 통치를 받던 시기를 뜻하는데, 구약에는 이 시기에 관한 역사서가 6권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 6권의 책은 두 권씩 세 벌(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역대상하)로 구성되어 있다.

구약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그래야 나무를 한 그루씩 보면서도 숲에서 길을 잃지 않을 테니 말이다. 성경의 처음 8권은 창조에서 가나안 정복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8권의 책은 태초 시대, 족장 시대, 노예 시대, 방황 시대, 정복 시대, 사사 시대의 여섯 시기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아담에서 시작하여 노아,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바로, 모세, 여호수아, 기드온, 삼손, 사무엘 등 12명이 여기에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왕국 시대는 41명의 왕과 1명의 여왕의 치세(治世)를 포괄하며, 모든 유대인들이 포로로 잡혀가면서 이 시대의 막이 내린다.

왕국 시대 이후에는 재건 시대가 이어진다. 이 시대에 관한 기록은 에스라서와 느헤미야서와 에스더서에 담겨 있다.

여호수아서에서 열왕기하에 이르는 지도에는 지리적 특징보다 상징적 특징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이 책들에 기록된 대부분의 일들이 약속의 땅 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왕국의 소리굽쇠 손잡이 부분이 성경책 두 권 반(사무엘상하와 열왕기상 1-11장)을 차지한다. 이 책들은 이스라엘이 통일왕국이었을 당시에 이스라엘을 통치했던 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울은 사무엘상에서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즉위하지만 이후의 왕들이 본받을 만한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 반면 다윗은 사무엘하에서 하나님 마음에 합한 사람(행 13:22)으로 등장한다. 솔로몬은 열왕기상 전반부(1-11장)에서 얼마 동안 하나님을 잘 섬기다가 이방의 후궁들이 가져온 우상들을 섬기기 시작한다.

다시 도식상에 나타난 소리굽쇠의 생김새를 보자. 열왕기상 후반부와 열왕기하의 시기 동안에 이스라엘에 두 왕국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왕국은 각각 19명 이상의 왕들을 배출했는데, 이것은 책 한 권 반에 걸쳐 기술되어 있다(남쪽 왕국은 여왕 한 명이 추가되어 총 20명의 왕들이 치리했고 또 북쪽 왕국보다 더 오래 존속하여 분량도 더 많이 차지한다). ‘이스라엘’이라 불리는 북쪽 왕국은 BC 722년에 앗수르(아시리아)에 정복당했고, ‘유다’라 불리는 남쪽 왕국은 BC 586년에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했다.

사울과 다윗과 솔로몬은 각각 40년씩 통치했다. 나는 이 사실을 대할 때마다 모세의 120년 생애가 40년씩 왕자 시절, 목동 시절, 선지자 시절로 나눠지는 것을 떠올리곤 한다. 르호보암이 왕국을 둘로 분열시켰던 해(BC 930년)가 구약 연대기의 한 축을 이룬다(나는 930년이라는 연도를 아주 쉽게 외웠다. 흔히 주일 아침마다 우리가 소속된 성경공부반을 향해 ‘나누어’ 가는 시간이 9시 30분이기 때문이다).

왕국이 분열되었던 BC 930년에 소리굽쇠의 손잡이 부분에 해당하는 120년(40년씩 세 번)을 더하면 사울 왕이 즉위한 BC 1050년이 나온다(예수가 나신 해를 기점으로 원년 이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므로 과거로 갈수록 시간을 더해야 한다). 소리굽쇠의 위쪽 막대에 표기된 숫자 208은 930에서 722(북이스라엘이 멸망한 해)를 뺀 것으로 북이스라엘 왕국의 존속 기간이다.

아래쪽 막대의 숫자 344는 930에서 586(남유다가 멸망한 해)을 뺀 것으로 남유다 왕국의 존속 기간이다. 남유다는 북이스라엘보다 136년 더 유지되었다. 그리고 유다 백성들은 바벨론에 끌려가 70년 동안 포로생활을 했다. 이처럼 ‘930’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이스라엘 왕국 시대를 앞뒤로 넘나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