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통독을 결심했을 때, 이처럼 신구약을 시대순으로 읽어나가면 지루하지 않게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신약의 시대순 배열은 이 책 9장에 있다). ‘시대순으로 본 구약성경’의 도표에 따라 기본적인 책과 그 아래 수직으로 배열되어 있는 책들을 먼저 읽은 뒤에 옆의 책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줄거리를 이어나가는 기본적인 책 11권을 먼저 읽음으로써 구약의 큰 그림을 파악한 뒤 각각의 책에 수직으로 배열되어 있는 책들을 읽으면서 보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구약의 전경을 효율적으로 감상하려면 구약의 줄거리를 빠르게 전개하는 11권의 기본적인 책들을 읽으면서 각 장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는 것이 좋다. 요약은 신문 기사의 표제어처럼 세 단어 이내가 좋다.
일례로 창세기 1장은 ‘엿새 동안의 창조’, 2장은 ‘아담과 하와의 동산’, 3장은 ‘뱀과 죄와 형벌’로 요약할 수 있다.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성경을 읽는 동안 실로 많은 것을 얻고 있음을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성경의 각 장에 제목을 붙이면 쉽사리 까먹지도 않고(성경을 읽긴 읽었는데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의 그 괴로움은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개별적인 구절이나 단락의 나무들 속에서 길을 잃는 대신 각 장의 숲에 담긴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때로는 한 장의 내용이 너무 길어서 요약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각 단락에 제목을 붙인 다음, 그 제목들에서 장 제목을 이끌어내면 된다.
그룹 성경공부에 딱 맞는 한층 더 흥미로운 방법도 있다. 각 장 제목의 첫 글자를 짜 맞추어 그 책의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런 문학 형식을 ‘이합체’(離合體, acrostic)라고 한다. 이렇게 하려면 먼저 읽고자 하는 책이 총 몇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그 숫자에 딱 맞는 글자 수로 책의 주제를 정한 뒤 각 장에 배당된 글자로 그 장의 제목을 붙여 나가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요나서를 예로 들면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책의 주제를 ‘회개 구원’의 네 글자로 정하고, 1장의 제목을 ‘회~’, 2장의 제목을 ‘개∼’, 3장의 제목을 ‘구∼’, 4장의 제목을 ‘원∼’으로 붙여볼 수 있다.
창세기처럼 긴 책의 주제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창세기가 총 5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먼저 50개의 주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각 장의 제목이 어떤 글자로 시작되어야 하는지 염두에 두고 내용을 깊이 묵상하면서 장 제목을 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제목이 각 장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지 확인한다.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집중력을 요하지만 엄청난 보상이 뒤따른다. 이런 방법으로 말씀을 한 권씩 독파해나간다면, 하나님 말씀에 대한 지식이 쑥쑥 자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견본으로 제시한 ‘창세기의 장별 제목’은 무디성경대학 교수로 있을 때, 내가 가르치던 학생 한 명이 작성한 것이다(영어 첫 철자만 따서 합치면 뜻이 있는 문장이 되나 번역된 한글의 경우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 역자 주). 배리 허들스턴(Barry Huddleston)이란 이름의 그 학생은 성경을 집중적으로 묵상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신구약 전체를 이런 방식으로 요약하여 《이합체 성경》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