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구약의 역사서 17권 가운데 열두 시대를 나타내는 책들에 뽑히지 못한 6권의 시대적 위치를 정해주는 작업이 남았다.
율법서
이 목록에 들지 못한 2권의 율법서(레위기와 신명기)의 시대적 위치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 2권이 그것들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책들과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레위기는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주신 예배 제도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시기적으로는 출애굽기 24장 12절에서 민수기 10장 10절까지에 해당한다.
신명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 건너편 모압 평지에 이르렀을 때 새로운 세대들을 위해 율법을 재음미한 내용으로, 시기적으로는 민수기 28장 이후에 해당한다. 레위기와 신명기에서는 유대인들이 광야에서 머물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역사서
역사서의 남은 책들 가운데 룻기는 사사 시대의 타락한 백성들 가운데서 신실하게 믿음을 지킨 소수의 사람들을 근접 촬영한다. 룻기 또한 시대적인 위치를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사사기 다음에 배열된 룻기가 사사기 시대에 속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룻 1:1).
그런데 역대상과 역대하는 좀 특이하다. 역대상이 시대적으로 사무엘하 시대에 해당하는 반면, 역대하는 열왕기상과 열왕기하 두 권의 시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역대상은 왕국의 역사를 보충 설명하는 ‘첫 번째’ 책이니까 시대적으로 ‘한 권’(사무엘하)에 들어맞고, 역대하는 ‘두 번째’ 책이니까 ‘두 권’(열왕기상하)에 들어맞는다고 생각하면 이 두 책의 시대적 위치를 기억하기가 좀 더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스더서는 시대적으로 에스라 시대에 해당한다. 영문자 ‘E’로 시작하는 두 권의 책 ‘에스라서’와 ‘에스더서’를 나란히 놓으면 외우기 쉽다. 이렇게 하면, 구약의 역사서 17권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하여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부터 가장 나중에 일어난 사건까지 총괄할 수 있다.
시가서
시가서 혹은 체험서 5권의 시대 역시 구약의 줄거리를 빠르게 진전시키는 핵심적인 역사서들의 시대에 끼워 넣을 수 있다.
욥기가 창세기의 족장 시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기 바란다. 욥기가 나중에 기록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나 욥기의 사건들을 아브라함 시대에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것(성막이나 율법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나 욥의 수명이 매우 길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이 통례이다.
학술적으로 시편의 역사적인 배경은 구약의 열두 시대 전부에 해당한다. 시편의 내용이 구약 역사의 전 세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모세가 한 편(90편)을 기록했고 바벨론 포로 시대나 그 후에 두 편(126편, 137편)이 기록되었지만, 다윗이 거의 절반(150편 중 약 73편)을 기록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편의 역사적인 배경을 사무엘상하 시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사무엘상하에 다윗의 생애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윗은 사무엘상에서 사울의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지만, 사무엘하에서는 왕으로 즉위하여 이스라엘을 통치한다.
한편 솔로몬은 세 권의 시가서를 썼다. 솔로몬의 생애가 열왕기상 전반부에 묘사되어 있으므로 이 세 권의 시대를 열왕기상 시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했고, 기록된 순서에 따라(추정이지만) 아가서, 잠언, 전도서의 순으로 위치를 정했다. 솔로몬은 결혼생활의 기쁨을 노래한 아가서를 인생의 청년기에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솔로몬이, 왕으로서 하나님의 지혜를 널리 펼치는 잠언을 인생의 절정기에 기록한 것으로 보고, 인생을 철학적으로 회고하며 참된 만족이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찰한 전도서를 인생의 후반기에 기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언서
자, 이제 예언서 17권의 시대적 위치를 잡아주는 작업만 남았다. 힘이 들어도 조금만 참기 바란다.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바벨론 포로 시대에 활동한 선지자 역시 예레미야, 에스겔, 다니엘 이렇게 세 명이다. 그런데 예레미야 선지자는 두 시대(포로 전, 포로기)에 걸쳐 사역하면서 두 권의 책(예레미야서, 예레미야애가)을 기록했다. 그중 바벨론 포로기에 해당하는 책은 예레미야애가이다. 따라서 예레미야애가, 다니엘서, 에스겔서 이 3권의 책이 이때에 기록되었다.
나머지 11명의 선지자들(예레미야 포함)은 열왕기상 중반부의 시대에서 열왕기하 종반에 이르는 시대에까지 두루 활동했다. 이 시기에 활동했던 11명의 선지자들의 이름을 사역 순서대로 배열해놓았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우선 바벨론 포로 시대 이후에 활동한 선지자(예언자)가 학개, 스가랴, 말라기 이렇게 세 명이라는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그들은 구약 맨 마지막 부분에 차례대로 나오기 때문에 기억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음의 도표 ‘시대순으로 본 구약성경’을 보라. 유대 민족의 역사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역사서 11권과 바벨론 포로 시기를 포함하여 구약의 열두 시대를 설정한 다음, 이를 중심으로 구약의 나머지 책들의 시대적 위치를 정리해봤다.
당신은 성경을 읽을 때, 이렇게 시대순으로 정리된 도표를 참고함으로써 큰 유익을 얻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 특정 시대의 인간들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지 알고 싶다면, 그 시대에 수직으로 연결되어 있는 책들을 모두 읽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창세기는 욥기와 병행해서 읽으라. 이 둘은 서로 보완하고 주석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함께 읽으면 족장 시대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다. 구약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예루살렘 성벽 재건 시대에 대해 알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느헤미야서와 말라기서이다. 에스라서의 내용을 보완하는 세 권의 주석은 무엇일까? 에스더서와 학개서와 스가랴서이다.
성경 말씀에 대한 최고의 주석은 바로 ‘성경’이다. 성경이 성경에 주석의 빛을 조명한다. 나는 말씀을 연구하면 할수록 이 사실에 탄복하곤 한다. 물론 나는 주석서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경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주석서를 소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는 단지 강조와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사람에게 묻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묻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