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권의 역사서는 주로 히브리 민족의 과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5권의 체험서는 개인의 현재 체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마지막 17권의 예언서는 장래에 더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우리를 다시 ‘민족적인’ 영역(히브리 민족 이상으로 예언자들의 응시를 받는)으로 이끌어간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다. 구약의 모든 책들이 오늘날 우리의 유익을 위해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제시하는 ‘주제별로 본 구약성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역사서 17권 가운데 처음 5권은 ‘율법’ 혹은 ‘모세오경’이라 불리며 독특한 단위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하게 예언서(선지서) 17권 가운데 처음 5권을 한데 묶어 ‘대선지서’(대예언서)라 하고, 나머지 12권은 ‘소선지서’(소예언서)라 부른다.
대선지서 5권이 소선지서 12권보다 더 중요하거나 영감을 더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여기서 ‘대’(大), ‘소’(小)의 명칭은 단지 책의 분량에 따른 것이다. 사실 예레미야서 한 권의 분량이 소선지서 12권을 합친 것보다 더 많으며, 이사야서와 에스겔서의 분량 역시 소선지서 12권을 합친 것과 거의 비슷하다.
구약성경이 5권씩 세 그룹(율법서 5권, 체험서 5권, 대선지서 5권)과 12권씩 두 그룹(나머지 역사서 12권, 소선지서 12권)으로 배열되어 있는 점을 주목하라. 더욱이 모세오경을 제외한 12권의 역사서 가운데 처음 9권이 바벨론 포로 이전의 시기에 해당하며, 소선지서 12권 가운데 처음 9권이 바벨론 포로 이전의 시기에 속한다는 사실도 묘한 대칭을 이룬다. 이 18권의 책을 보통 ‘B.B.E.’(Before Babylonian Exile, 바벨론 포로 이전의 책)라고 하며, 역사서의 나머지 3권과 예언서의 나머지 3권을 합하여 ‘A.B.E.’ (After Babylonian Exile, 바벨론 포로 이후의 책)라고 한다.
우리가 가진 구약성경이 이처럼 완벽한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사실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구약성경의 순서는 히브리인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구약성경의 순서와 다소 다르다. 우리 주님이 권능의 손으로 이렇게 짜임새 있게 정돈해주신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구약성경의 순서는 예수님이 오시기 250년 전에 편찬된 ‘70인역 성경’(Septuaginta,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한 성경)의 순서에서 유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