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서에는 이전과는 다른 유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사무엘, 열왕기, 역대기’를 통해 이스라엘 왕국 시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왕들의 통치 모습과 열왕기하의 마지막 장과 역대하의 마지막 장에서 북이스라엘과 남유다가 멸망하는 모습까지 보았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구나’ 하는 절망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역대하 36장은 바벨론 포로의 기간을 마치고 이스라엘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마칩니다.
그것은 마치 마른 뼈들이 다시 살아나는 에스겔의 환상을 보는 듯 합니다. 포로의 멍에가 벗겨지고 자유의 몸을 입은 것이지요. 달라진 게 있다면 더 이상 왕들의 이야기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머리에 있던 왕관이 벗겨진 것이지요. 그러나 선지자들은 포로 시대에도 여전히 그들과 함께 있습니다. 그들은 포로 귀환 때도 함께하며 예루살렘의 성전과 성벽의 회복을 이끌어줍니다.
에스라서는 크게 두 개의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제1차 바벨론 포로 귀환자들이 돌아와서 무너진 성전을 재건하는 과정의 기록입니다. 이것을 ‘제2의 출애굽’이라고도 합니다.
두 번째는 제1차 포로 귀환자들이 돌아온 지 약 80년 후, 즉 스룹바벨 성전이 건축된 지 60년 후에 제2차 포로 귀환자들이 돌아와서 재건된 성전에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사는 삶의 회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장-6장에서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 이미 말씀하신대로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지 70년 만에 귀환하게 됩니다. 강력했던 바벨론 제국이 멸망하고 새로운 제국인 바사가 등장합니다. 바사는 지금의 이란을, 바벨론은 오늘날 이라크를 중심으로 있던 국가입니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제국을 말한다면 바벨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문화와 예술, 점성술과 의학 등 여러 영역에서 뛰어난 왕국이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오랫동안 지속될 것처럼 보이던 바벨론 제국은 10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멸망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제국인 바사가 일어나지요. 바사를 일으킨 첫 번째 왕인 고레스가 왕이 되던 해, 그는 이스라엘 백성의 귀환을 명령하며 말합니다.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세상 모든 나라를 내게 주셨고 나에게 명령하사 유다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라 하셨나니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참 신이시라 너희 중에 그의 백성 된 자는 다 유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성전을 건축하라 그는 예루살렘에 계신 하나님이시라”(1:2,3).
그는 세상의 주권자가 누구인 줄 알았습니다. 또한 자신의 사명을 알았습니다. 하나님은 고레스가 세상에 오기 약 150년 전에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사 45:1-3). 뿐만 아니라 그는 성전 건축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공급하고, 이전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옮겨왔던 성전의 보물도 다 가지고 가도록 했습니다(1:5-11).
예레미야를 통해 말씀하신 대로 하나님은 그들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고 회복하십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시고 긍휼이 많으시고 은혜로우십니다. 그분의 마스터플랜을 위해 나라들을 세우기도 폐하기도 하시며, 왕들을 세우기도 폐하기도 하십니다. 하나님은 역사의 주인이십니다.
B.C.536년에 총독 스룹바벨과 제사장 예수아가 포로 귀환자들 4만 9,897명을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무너진 성전을 건축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유다 땅에 살던 이방인들도 성전 재건에 동참하겠다고 요청합니다.
북이스라엘이 앗수르에 의해 멸망했을 때 앗수르 왕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앗수르의 여러 지역으로 흩어지게 하지 않고 이방인을 북이스라엘 지역에 와서 살도록 했을 때 옮겨왔던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그들은 성전 재건 동참에 거절당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성전 건축을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어 건축 계획을 막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고레스에 이어 왕이 된 아하수에로(4:6,7, 그는 ‘캄비세스’라고 불림)에게 고발하는 편지를 보냅니다(4:7-16). 그래서 아하수에로가 성전 건축을 금지하는 조서를 내립니다(4:17-22).
이런 반대에 부딪혀서 성전 건축은 기초를 놓은 후에 중단됩니다. 그리고 중단된 지 16년 만에 학개와 스가랴 선지자들의 격려로 다시 공사를 시작합니다. 이것을 알아차린 주변 사람들은 아하수에로에 이은 바사 왕 다리오에게 편지를 보내어 공사 중단을 명령해주길 요청하지요.
이번에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이전보다는 훨씬 신사적이어서 고레스가 건축을 허락한 것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5:6-17). 다리오 왕은 문서기록 보관소에서 고레스의 조서를 발견하고, 오히려 성전 재건을 허락하는 조서를 내립니다(6:1-12).
드디어 공사를 재개한 지 4년 후, 포로 귀환 후 20년 만에 성전이 완공됩니다. 성전이 봉헌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유월절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솔로몬 성전이 파괴된 지 70년 만에 스룹바벨에 의해 성전이 지어진 것입니다.
두 번째 부분인 7장-10장에서 시간상으로 7장이 6장의 연속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6장과 7장 사이에는 60년이라는 긴 공백이 있었습니다. B.C.458년 바사 왕 아닥사스다가 왕으로 있을 때, 즉 성전이 완공된 후 약 60년이 지난 다음에 에스라의 지도하에 제2차 포로자들 1,754명이 귀환합니다. 제1차와 제2차 포로 귀환의 시간 차이는 무려 78년입니다.
에스라가 예루살렘에 왔을 때 그곳의 상황을 보면서 나라를 개혁할 마음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제1차 포로 귀환자들이 돌아와서 성전을 건축하고 성전 중심으로 살았지만 영적 삶이 점점 희미해지고 열정도 식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스룹바벨과 예수아는 죽었고, 제1차 귀환자들의 대부분도 생존하지 않았습니다.
바벨론 포로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제2, 3세대가 그 땅에서 태어나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학개와 스가랴에 대해서도 듣지 못한 세대였지요. 하나님은 에스라를 통해 이들이 다시금 영적인 열정을 회복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에스라는 아론의 16대손 제사장입니다. 그는 말씀에 익숙한 성경 학자였습니다. 바사 왕 아닥사스다는 조서에 특히 에스라를 지목하여 예루살렘의 회복을 위해 일하고, 그 일에 필요한 모든 것을 그에게 공급하라고 명합니다(7:11-26). 아닥사스다는 에스라가 성경 학자인 줄 익히 알고 있다는 것이 그 조서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할 일이 말씀으로 그 땅에 부흥을 주는 것임도 알았습니다.
하나님의 경륜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바벨론을 무너뜨린 바사가 세워지면서 첫 번째 왕인 고레스에게 스룹바벨과 예수아를 중심으로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게 하시고, 이를 위해 바사 전체가 쓰임 받게 하십니다. 또한 약 80년이 지난 후 아닥사스다를 움직여 에스라를 중심으로 예루살렘 부흥을 일으키게 하고, 다시 바사 왕국이 쓰임 받게 하셨지요.
우리는 하나님을 신뢰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역사의 주인이시며, 언제나 그분의 일을 이루십니다.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부르시고, 왕들을 사용하시며, 나라들을 움직이십니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서 그 일에 참여해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 하실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대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잇사갈 자손 중에서 시세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우두머리가 이백 명이니 그들은 그 모든 형제를 통솔하는 자이며”라고 말씀하심같이(대상 12:32), 우리는 시대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 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어느 시대에나 그분의 일을 멈춘 적이 없으십니다.
에스라가 중점적으로 한 것은 하나님 말씀의 회복입니다. 성전이 건축되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라 건축 후에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려면 말씀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에스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준행하고, 가르치기로 결심합니다(7:10). 에스라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그가 말씀을 연구하고 바로 가르친 게 아니라 말씀을 먼저 그의 삶에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말씀을 따라 준행하며 말씀을 경험해야 합니다. 공부하고 훈련받는 목적은 지식의 증가에 있는 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하는 데 있습니다. 말씀에 순종하여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말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가르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말씀을 대할 때 가져야 하는 올바른 자세입니다.
먼저 말씀을 공부하여 알고, 말씀을 내 삶에 적용하고, 경험된 말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지요. 그럴 때 하나님의 말씀은 힘이 있고,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에스라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나라를 새롭게 하기 위해 그가 먼저 말씀을 연구하고 실천했으며, 온 이스라엘에 말씀을 전함으로 나라 전체가 말씀의 부흥으로 견고하게 되도록 힘썼습니다.
1장-6장의 내용은 바벨론 제1차 포로 귀환자들이 돌아와 성전을 재건하는 것이지만 당시 에스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제1차 포로 귀환자들이 돌아온 지 약 80년 후에야 제2차 포로 귀환자들이 간 것입니다. 에스라는 처음 6장까지는 이전에 있었던 역사를 다시 기록하고, 제2차 포로 귀환자들과 함께 돌아와서 나라를 새롭게 하는 일에 힘씁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상황 가운데 영적 부흥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하나님 중심의 삶이 필요합니다.
열정을 가지고 주를 섬기면서 힘 있게 살며 세상에 영향을 주길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의 회복입니다. 말씀을 공부하고, 말씀에 순종하고, 우리의 모든 삶의 영역을 그 기반 위에 세우기 시작할 때 비로소 개인과 가정과 나라가 건강해지고, 교회가 활기있게 세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