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오경’이라는 한 묶음으로 본다면 여호수아, 사사기, 룻기, 사무엘상하도 또 다른 한 묶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무엘상하는 왕국 시대에서 다윗 왕의 기틀을 세워주는 책입니다. ‘사무엘상하’는 ‘다윗상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윗이 그 중심에 있지요. 그러므로 다윗을 알고 싶다면 사무엘상하를 읽으면 됩니다. 원래는 한 권의 책이므로 함께 보면서 내용을 살펴야 합니다.
사무엘상하는 전체를 여섯 시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사무엘의 시대
2. 사울의 시대
3. 다윗이 등장하는 시기
4. 다윗 왕의 초기
5. 다윗 왕의 중기
6. 다윗 왕의 말기
1장-8장은 사무엘의 생애에 대해 말합니다. 그는 선지자이면서 마지막 사사로서 하나님을 섬기며 백성을 섬겼습니다. 그는 한나가 기도하여 낳은 아들로서 한나의 서원대로 젖을 떼면서부터 제사장의 보조 사무역을 맡습니다. 어린 사무엘이 하나님을 섬길 때는 영적으로 혼돈한 시기였고,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한 때였습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그분의 말씀에 갈급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때였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어린 사무엘에게 찾아오십니다. 사무엘에게서 소망을 보셨기 때문입니다.
사무엘은 어릴 때부터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그분과의 친밀감을 누리며 성장합니다(3장). 그가 장성하여 사역자로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미스바 부흥 운동’입니다(7장). 그는 나라를 돌아보는 일에 있어서 벧엘과 길갈과 미스바, 이 세 곳을 중점적으로 다스리며 정기적으로 순회하면서 백성들을 영적으로 이끌어갑니다.
당시는 사사 시대가 왕정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였습니다. 사무엘상 8장은 왕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백성과 그 요청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응답의 내용입니다.
12장은 사무엘의 마지막 설교로, 돈에 있어서 리더로서의 본을 보여줍니다. “내가 누구의 소를 빼앗았느냐 … 누구를 속였느냐 누구를 압제하였느냐 내 눈을 흐리게 하는 뇌물을 누구의 손에서 받았느냐”(12:3).
또한 기도와 말씀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리더로서의 본을 보여줍니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하지 아니하고 선하고 의로운 길을 너희에게 가르칠 것인즉”(12:23).
그리고 아비의 마음으로 마지막 당부를 합니다.
“너희는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행하신 그 큰일을 생각하여 오직 그를 경외하며 너희의 마음을 다하여 진실히 섬기라”(12:24).
사무엘상 9장-15장은 왕정 시대의 최초의 왕인 사울을 소개합니다. 사울이 왕이 되고 몰락해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합니다. 그는 왕으로서 세 번의 큰 실수를 하는데 그것이 그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첫 번째 실수는 사울이 자기의 영역을 지키지 않고 조급하여 제사장을 기다리지 못하고 제사장이 해야 할 제사를 대신 행한 것입니다. 이것은 사울의 ‘교만’입니다(13장). 조급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그 뿌리가 교만에서 비롯되는 위험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무엘은 사울에게 ‘그의 나라’[kingdom]가 길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도다 왕이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에게 내리신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그리하였더라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위에 왕의 나라를 영원히 세우셨을 것이거늘 지금은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할 것이라 여호와께서 왕에게 명령하신 바를 왕이 지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여호와께서 그를 그의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느니라”(13:13,14).
두 번째 실수는 사울의 ‘불순종’입니다(15장). 하나님은 사울에게 아말렉의 모든 사람과 재산을 없애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는 아말렉 왕을 죽이지 않고 사로잡았고, 또 양과 소는 가장 좋은 것은 남기고 가치 없고 하찮은 것만 진멸했습니다(15:8,9). 사울은 부분적으로 순종한 것입니다. 순종은 ‘온전히’ 하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하나님은 그에게 앞으로 ‘왕이 되지 못할 것’[kingship]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의 목소리를 청종하는 것을 좋아하심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이는 거역하는 것은 점치는 죄와 같고 완고한 것은 사신 우상에게 절하는 죄와 같음이라 왕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으므로 여호와께서도 왕을 버려 왕이 되지 못하게 하셨나이다”(15:22,23).
세 번째 실수는 사울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접한 여인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즉 ‘우상숭배’를 한 것이지요. 이 일은 그의 ‘생명이 끝나는’[king’s life] 계기가 됩니다.
“사무엘이 이르되 … 네가 여호와의 목소리를 순종하지 아니하고 그의 진노를 아말렉에게 쏟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오늘 이 일을 네게 행하셨고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너와 함께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기시리니 내일 너와 네 아들들이 나와 함께 있으리라 여호와께서 또 이스라엘 군대를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기시리라”(28:18,19).
이러한 사울의 몰락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올바른 지도력을 발휘해야 될 것인지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적으로 하나님을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 …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 이는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심이요 일어나시리니 이는 너희를 긍휼히 여기려 하심이라 대저 여호와는 공의의 하나님이심이라 그를 기다리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사 30:15,18).
조급함과 서두름으로 사울처럼 상황에 밀려서 인간의 지혜와 방법으로 하기 쉽습니다. 하나님을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또한 온전히 하나님께 순종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순종할 때는 기쁘게, 즉시, 온전하게 하는 법을 훈련해야 합니다. 예수님도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그가 아들이시면서도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 온전하게 되셨은즉”(히 5:8,9).
순종은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저절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오직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는 삶을 배워야 합니다. “귀인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 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으며 여호와 자기 하나님에게 자기의 소망을 두는 자는 복이 있도다”(시 146:3,5).
사울의 시작은 좋았으나 끝까지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사무엘상 16장-31장에서는 드디어 다윗이 등장합니다. 하나님께서 사울을 대신하여 다윗에게 기름 붓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후에 다윗은 거인 골리앗을 이기고, 일개 양치는 목자에서 일약 국가적인 스타가 됩니다. 그 때문에 사울 왕으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고, 크게 핍박을 받으면서 광야생활을 시작하지요. 그러나 오히려 하나님은 사울을 다윗이 왕이 되기 위한 지도자 수업 과정의 도구로 삼으십니다.
아둘람 굴은 다윗의 광야생활의 중심지입니다. 사울에게 환난 당하고 빚지고 마음이 원통한 자들이 모두 다윗에게로 몰려왔습니다. 다윗은 그들을 이끌며 영적인 목자와 리더로서의 수업을 받습니다.
다윗을 보면서 어떻게 지도력을 발휘하고 준비할 것인가를 배웁니다. 위기를 맞이할 때 올바르게 반응하는 것과 권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하며, 함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용납하고 훈련시켜 용사로 만들어갈 것인가를 배웁니다.
사무엘하 1장-4장에는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 후에 다윗이 왕이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윗은 정치적인 보복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은 사울과 요나단의 시체를 찾아 장사를 후히 치러주지요. 그는 처음에 두 지파만의 왕이었습니다. 그래서 왕이 된 후에도 여전히 사울의 아들인 이스보셋과 전쟁을 치릅니다. 그럴수록 다윗은 점점 강해지고, 사울의 집은 점점 약해집니다(3:1).
사울 왕의 군대 장관이던 아브넬이 이스보셋을 배반하고 다윗에게로 옵니다. 다윗은 그를 환영하여 맞아들이지만 다윗의 신복들은 그를 살해합니다. 다윗은 죽은 아브넬의 장례를 국장(國章)으로 치러주며 슬퍼하지요. 또한 다윗은 그의 대적자인 이스보셋이 살해당하자 그도 장사지내줍니다.
사무엘하 5장-19장은 왕이 된 다윗의 중기를 잘 보여줍니다. 이스보셋이 죽고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의 장로들은 다윗에게로 와서 그에게 기름을 붓고 왕으로 추대합니다. 드디어 다윗은 유다의 왕이 된 지 7년 6개월 만에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됩니다.
다윗은 왕이 되는 과정에서 세 번의 기름부음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사무엘을 통해 베들레헴에서 기름부음을 받습니다(삼상 16:13). 그러나 이후 다윗은 사울에게 쫓겨서 광야생활을 합니다. 두 번째는 유다와 베냐민 두 지파에게 인정받는 왕으로서의 기름부음을 받고(2:4), 헤브론을 7년 6개월간 다스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습니다.
기름부음을 받을 때마다 다윗의 사역은 깊이가 있고 폭이 넓어지고 힘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권위와 영향력도 증가되었습니다. 기름부음은 하나님이 그의 일을 맡기시고, 성령으로 능력을 주시어, 그 일을 충분히 감당하게 하는 기회가 됩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고,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며,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그는 왕이기 이전에 하나님 앞에서는 예배자였지요(6장). 하나님은 나단 선지자를 통해 다윗의 왕위가 영원히 보전되고 견고하게 될 것을 약속하셨습니다(7장). 또한 그가 어디로 가서 누구와 싸우든지 이기게 하셨습니다(8:6,14). 다윗은 모든 결정의 순간에 하나님께 나아가 그분의 뜻을 구했습니다.
다윗은 부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와 범죄하지만 나단 선지자를 통해서 그 죄를 지적받자 전심으로 회개합니다. 그의 모습을 본 하나님은 그를 용서하시고 밧세바와의 사이에 아들 솔로몬을 선물로 주십니다(11장,12장). 그 후에 다윗의 집에 가장 불행한 사건인 아들 압살롬의 반역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는 압살롬과 싸우지 않고 피난을 갑니다. 그리고 아들이 죽은 후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옵니다(13장-19장).
하나님께서는 늘 하나님의 사람들을 사용하실 때 ‘훈련 과정’을 지나게 하십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학교’에서 순종과 깨어짐, 기도와 예배, 올바른 지도력 훈련 등의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또한 왕이 된 후에는 한계 속에서 살면서 겸손과 인내와 순종과 정직을 배웠습니다. 다윗은 사무엘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은 순간에 바로 왕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환난 속에 살았습니다. 왕이 된 후에도 처음에는 단지 두 지파만이 인정하고, 나머지 열 지파는 인정하지 않는 제한된 왕이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비로소 이스라엘 전체가 인정하는 왕이 됩니다.
다윗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왕으로 남아 있으려고도 시도하지 않았지요. 왕위王位를 주장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주어진 한계 속에서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겸손하게 행하고, 하나님의 권위에 순복하며, 그분의 주권적 다스리심에 자신을 맡겼습니다.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는 말씀을 따랐습니다(벧전 5:6).
사무엘하 20장-24장은 다윗이 왕으로서의 말기를 보여줍니다. 21장에는 다윗의 용사들에 의해 죽은 블레셋의 거인들, 23장에는 다윗의 용사들의 명단이 나옵니다. 22장은 하나님을 향한 다윗의 찬양입니다. 21장과 23장 사이에 22장의 찬양이 있는 이유는 그의 모든 승리가 자신의 능력으로 주어진 게 아니라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위대함을 드러내지 않고 하나님의 위대하심만을 나타냅니다. ‘하나님의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임을 보여준 것이지요Not a great man of God, but a man of great God.
그가 말기에 저지른 큰 실수는 군대 장관 요압에게 이스라엘과 유다의 인구를 조사하라 명령한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하나님이 그를 징계하십니다. 그러면 인구 조사는 성경적일까요, 비성경적일까요? 다윗을 보면 성경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신약의 누가복음에는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 때문에 잃어버리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들을 세는 내용이 나옵니다(눅 15장). 그러므로 인구 조사는 하나님의 뜻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목자의 마음으로 숫자를 세는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러나 다윗처럼 ‘내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가, 나는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가’ 등 자기 의와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고 싶은 의도에서 하는 조사는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도 이러한 의도를 마음에서 드러냈을 때 엄청난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의 권세와 능력이 박탈당했지요. 그리고 모든 권세와 능력은 오직 하나님께 있음을 깨달았을 때 하나님이 그를 회복시키셨습니다(단 4장).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고,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십니다(벧전 5:5, 약 4:6).
사무엘상하에서는 세 명의 왕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울과 다윗, 그리고 다윗에게 반기를 들었던 아들 압살롬입니다. 이 세 왕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다윗이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자기를 해하려는 권위자인 사울과 어떤 관계를 가졌는지가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자기를 거역하고 배반하고 비방하는 아들 압살롬에게 어떻게 반응했는지도 보여줍니다.
이 가운데서 우리는 참된 지도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사울과 다윗, 그리고 다윗과 압살롬의 관계는 깨어짐의 지도력, 겸손, 하나님을 기다림, 권위에 순복하는 법과 권위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좋은 리더십 과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