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는 가나안 땅에 정착한 백성이 그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내용입니다. 사사는 말 그대로 ‘재판관’을 가리킵니다. 모세와 여호수아를 ‘처음 사사’라고도 하고, 엘리를 거쳐 사무엘을 ‘마지막 사사’라고도 합니다. 즉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모세의 죽음 이후에 사울이 왕으로 세워지며 왕정 시대가 오기 전까지를 ‘사사 시대’라고 부릅니다.
사사기는 여호수아의 죽음 이후 옷니엘부터 삼손에 이르기까지 사사들이 지도력을 발휘하던 시대의 이스라엘의 공동체 역사를 다룹니다. 17장-21장에서 “그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라고 네 차례나 반복해서 말씀하는 것처럼(17:6, 18:1, 19:1, 21:25), 사사가 살아 있을 때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고, 그 사사가 죽고 나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것’의 반복이 전체의 흐름입니다.
유다 지파의 갈렙의 조카 옷니엘은 40년간 사사로 활동했습니다.
베냐민의 왼손잡이 에훗과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600명을 죽인 삼갈은 80년, 에브라임의 여 선지자 드보라와 납달리의 바락은 40년, 므낫세의 큰 용사 기드온은 40년, 그의 아들 아비멜렉은 3년, 잇사갈 지파의 돌라는 23년, 길르앗(므낫세 지파의 자손)의 야일은 22년, 길르앗의 큰 용사 입다는 6년, 베들레헴(유다 지파)의 입산은 7년, 스불론 지파의 엘론은 10년, 비라돈(에브라임 지파의 땅)의 사람 압돈은 8년, 단 지파의 삼손은 20년 동안 사사로 사역했지요.
사사기는 299년 동안 14명의 사사들(때로는 바락과 아비멜렉을 제외하기도 함)이 다스리던 때를 다룹니다.
므낫세 지파 출신 3명, 에브라임 지파 출신 2명, 유다 지파 출신 2명, 베냐민과 잇사갈과 스불론과 납달리와 단 지파에서 각각 1명씩 사사가 배출되었습니다. 사사들은 모두 여덟지파 출신들입니다. 엘리와 사무엘은 레위 지파였습니다. 르우벤, 시므온, 갓, 아셀 지파에서는 사사가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대로 사사들은 여러 지파에서 골고루 분산 배출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사사들의 특징은 학력이나 외모에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경험이나 능력과 지식을 의지하지 않고 한결같이 하나님의 영, 즉 성령으로 하나님을 섬기며 주어진 일을 수행했습니다. 3장 10절에 “옷니엘에게 여호와의 영이 임하였다”라고 했습니다. 11장 29절에는 “여호와의 영이 입다에게”, 13장 25절, 14장 19절, 15장 14절에는 “여호와의 영이 삼손에게” 임하였다고 말씀하십니다. 삼손의 힘의 근원은 머리카락에 있는 게 아닙니다. “여호와께서 이미 자기를 떠나신 줄을 (삼손이) 깨닫지 못하였더라”(16:20) 하신 것처럼 성령의 능력이 힘의 근원이었습니다.
사사 시대에 이스라엘은 메소포타미아 왕 구산리사다임에게서 8년, 모압 왕 에그론에게서 18년, 가나안 왕 야빈에게서 20년, 미디안에게서 7년, 블레셋과 암몬에게서 18년, 블레셋에게서 40년 동안 괴롭힘을 당합니다. 이스라엘은 일곱 나라(족속)로부터 111년간 심한 고통을 받았습니다.
2장 6절-16장이 사사기의 중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14명의 사사들의 활동을 다룹니다. 그런데 그 내용에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사사가 있을 때는 하나님을 섬기다가 사사가 죽은 후에는 하나님을 떠나 범죄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죄에서 돌이키지 않으면 원수들의 손에 붙여서 심한 고통을 당하게 하십니다. 그제야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 나아가 회개하며 원수들의 손에서 건져주시기를 간절히 구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그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죄를 용서하시고, 사사를 보내셔서 원수의 손에서 구원하십니다.
마치 ‘사사의 죽음→이스라엘의 범죄→원수들에게 환난을 당함→회개하며 부르짖음→사사를 보내어 구원하심’이 한 주기인 것처럼 반복됩니다. 여호수아의 죽음 이후 삼손까지 14명의 사사 시대에 이런 주기가 여섯 번이나 반복됩니다.
17장-21장은 마치 사사기의 부록처럼 붙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사 시대를 잘 설명할 만한 두 가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17장과 18장은 우상숭배를 하는 내용이고, 19장-21장은 당시의 도덕적인 타락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단편적으로 설명하고 있지요. 그런데 부록에 나와 있는 두 이야기는 모두 레위인들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 레위인들의 직무유기 상태를 잘 보여줍니다. 그들의 책임은 백성들이 성막 중심, 하나님이 중심, 말씀 중심의 삶을 살아가도록 이끄는 것인데, 이를 행하지 않아서 이스라엘 국가 공동체의 운명이 좌우되는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첫 번째는 미가의 집에 거주하며 연봉으로 은 열과 의복 한 벌과 먹을 것을 보장받고, 한 가족의 제사장 직무를 수행하던 한 레위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한 집안보다는 한 지파의 제사장이 되는 더 좋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미가가 만든 우상을 훔쳐 가서 단 지파의 제사장이 됩니다. 우상숭배와 돈과 명예를 따라 섬기는 레위인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두 번째는 베냐민 남자들에 의해 한 레위인의 아내가 집단적으로 능욕을 당해서 죽는 이야기입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베냐민과 여타의 지파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베냐민의 남자가 600명을 제외하고 다 죽습니다.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던 베냐민 족속은 형제들의 배려로 회생됩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부도덕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부록을 포함하여 사사기는 하나님의 말씀이 없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2장 7-10절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있습니다. “백성이 여호수아가 사는 날 동안과 여호수아 뒤에 생존한 장로들 곧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모든 큰일을 본 자들이 사는 날 동안에 여호와를 섬겼더라 여호수아가 … 죽으매 … 장사하였고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
이 말씀에 3세대가 등장합니다. 제1세대는 여호수아 세대, 제2세대는 장로들의 세대, 제3세대는 알지 못하는 다른 세대 즉, X세대입니다. 제1세대와 제2세대의 공통점은 여호와가 누구신지 알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행하신 큰일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제3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이스라엘을 위해 그분이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합니다.
여호수아와 장로들의 세대는 하나님을 잘 섬겼습니다. 이들은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고, 하나님의 원리와 원칙을 알고, 하나님이 행하신 놀라운 일들을 경험한 사람들이기에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았습니다. 그러나 제3세대는 하나님을 알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세대였기에 하나님을 어떻게 섬겨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했으며, 안다 해도 그분의 뜻을 따라 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떠나 범죄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아는 세대가 일어날 때 하나님은 그들과 동행하시고, 그 세대를 통해 일하십니다. 그들을 주변의 나라들에게 영향을 주는 나라로 사용하십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대는 주의 뜻을 떠나 살며 범죄하고, 오히려 세상의 영향을 받으며, 더 나아가 원수에게 매여 고통 가운데 삽니다. 2장 11절-16장의 사사 시대에 나타나는 반복적인 패턴이 이 원칙을 잘 보여줍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400미터 계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연히 자메이카 팀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변이 발생했지요. 세 번째 주자까지 여유 있게 1등으로 달리다가 마지막 주자에게 바통을 넘길 때 실수를 범한 것입니다. 결국 자메이카 팀은 우승을 놓쳤습니다. 사사기도 어떻게 세대를 거쳐 가면서 바통을 올바르게 넘겨주어야 하는지를 말해줍니다.
제1세대인 여호수아 세대는 제2세대인 장로들에게 바통을 잘 넘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장로들이 제3세대에게 바통 넘기기를 실패한 것이지요. 그 결과 나라 전체가 큰 혼란과 고통에 빠집니다. 17장부터 21장까지가 그중에 일어나는 대표적인 일들입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할 바통은 무엇일까요? 돈입니까, 건물입니까, 땅입니까? 사사기는 하나님을 알고, 그분의 원리원칙을 알며, 놀라운 하나님의 행하심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일의 중심은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말씀 중심의 삶을 살고, 하나님 말씀이 활발할 때 하나님을 알게 되고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꼭 넘겨주어야 할 바통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과 ‘말씀에 순종하는 우리의 믿음’입니다.
먼저 이 말씀을 부지런히 상고하고 내 삶에 적용할 때 하나님은 나를 축복하시고 형통하게 하십니다. 그리고 나를 통해 온 땅을 축복하실 것입니다. 개인과 나라가 강하게 되는 일은 바로 말씀 위에 서는 것이지요.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이 바통을 제대로 넘겨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