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는 ‘구약의 히브리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히브리서는 ‘신약의 레위기’라고도 하지요. 히브리서에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충만한 것처럼 레위기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풍성하게 나타납니다.
레위기와 히브리서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소개하고, 그분의 거룩하심 안에서 우리의 거룩한 삶을 예비하게 하시고,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19:2)의 말씀이 레위기의 키워드입니다.
‘거룩함’이란 단어가 90번 나오고, ‘성별(聖別)하다’라는 단어가 17번 나옵니다. 이처럼 레위기에는 거룩함에 연관된 명사, 동사, 형용사가 모두 261번이나 언급됩니다. 또한 ‘분리되다’와 ‘속하다(소속되다)’가 200번 나옵니다. ‘속죄’는 36번 나옵니다. 레위기는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길과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머무는 길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레위기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설명하면서 특별히 다섯 가지 제사법을 소개합니다. 불에 태워서 드리는 ‘번제’, 곡식을 중심으로 드리는 ‘소제’, 감사함으로 나아가는 ‘화목제’, 우리의 모든 죄를 해결함으로 나아가는 ‘속죄제’와 ‘속건제’입니다. 그리고 모든 제사의 필수 요소는 양이나 소를 드리는 것이지요.
사람이 양이나 소를 가지고 성소로 나아가면 제사장은 그것을 제단 앞에서 죽입니다. 그리고 그 피를 가지고 성소에 나아가면 하나님께서 보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다 사하시고 우리를 ‘거룩하다’고 인정하십니다. 그 후에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십니다.
이것은 앞으로 오셔서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해 죽으실 하나님의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오직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만 우리는 죄사함을 얻을 수 있으며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사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하나님의 배려입니다. 하나님은 소나 양을 드릴 형편이 안 되는 가난한 사람들은 비둘기를 드리도록 하셨지요. 그런데 비둘기마저 드릴 힘이 없는 더 가난한 사람들은 고운 가루를 드릴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형편에 따라서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십니다.
기독교는 엄격한 율법주의가 아닙니다. 형식적인 종교의식에 집중하는 것도 아닙니다. 살아계시는 인격이신 하나님께 우리가 사랑으로 나아가길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므로 우리의 죄를 해결하시고, 우리가 그 앞에 나아가서 머물기를 간절히 원하신다는 것이 레위기의 내용이지요.
1장-7장은 다섯 가지 제사에 관해, 8장-10장은 제사장에 대해 언급합니다. 제사장의 헌신과 사역, 그의 복장을 설명하지요. 제사장은 모든 사람을 대신해 하나님 앞에 나아가 제사를 드리고, 중보자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말씀을 선포하고, 그 말씀을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이 듣고 행할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전반부인 1장-10장에는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길을, 후반부인 11장-27장은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머무는 길을 제시합니다.11장-15장은 정결하게 사는 삶에 대해 말합니다.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동물과 바닷속에 있는 생선까지 포함해서 말씀합니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거룩함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산모는 해산 후에 어떻게 거룩함을 회복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말씀도 있습니다. 또 몸에 생기는 피부병이나 나병, 집이나 의복에 생기는 곰팡이를 어떻게 깨끗하게 하는지를 말하면서 우리의 모든 삶을 정결함과 거룩함으로 살도록 제시합니다.
16장은 일 년에 한 번씩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나아가는 ‘대속죄일’에 대한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갈보리에서 죽으심으로 친히 우리를 위해 대속하셔서 우리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을 보여주는 말씀이지요. 또 17장에서 22장까지는 우리가 어떻게 정결하게 살 것인가에 대해 반복하여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23장부터는 7대 절기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일 년 내내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우리에게 주신 바 된 모든 구원의 은혜에 대해 어떻게 감격하고 감사하며 축제 가운데 기쁨과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 것인가 하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특히 3대 절기인 무교절, 오순절, 장막절에는 모든 이스라엘 남자들이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서 하나님 앞에서 예배하며 구원에 대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지냅니다. 무교절은 우리에게 행하신 놀라운 구원을 기쁨으로 섬기는 절기입니다. 무교절은 출애굽의 결정적 사건인 유월절이 그 중심입니다.
오순절은 성령강림에 대해 말씀하시고, 성령의 능력으로 사는 절기를 말합니다. 온 땅의 ‘영적 대추수’를 말하지요. 장막절은 ‘초막절’이라고도 하며, 광야에서의 삶을 기억하고 이 땅에서 장막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영원한 하나님나라를 사모하며 순례자의 삶을 살 것인가를 기념하는 것입니다.
이 절기들은 모두 우리가 이 땅에서 살면서 어떻게 하나님의 구원을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또 기억할 것인가를 잘 말해주는 절기들입니다.
또한 초실절 혹은 칠칠절은 보리 추수의 첫 열매를 드리는 날로서 부활의 첫 열매를 보증하는 날입니다. 나팔절, 즉 매 일곱 번째 달의 첫 날은 쉬는 날이고 주의 재림을 알리는 날입니다. 일곱 번째 달 열흘날은 대 속죄일입니다. 일 년에 한 번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가는 날이지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우리를 구속하심을 기억하는 예표입니다.
그리고 레위기의 마지막 부분은 매주 갖는 안식일과 7년마다 갖는 안식년과 안식년의 일곱 번째를 지난 다음해 50년째가 되는 해인 희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이 세 절기들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와 안식을 주신 것을 기억하고, 이것을 즐거워하는 삶을 살기 위한 것입니다.
레위기는 다른 어느 성경보다도 가난한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자세히 보여줍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물도 양이나 소 대신에 비둘기나 곡식 가루를 드리도록 해주시고(14:21,22), 포도원에서 포도를 따거나 곡물을 벨 때도 그들을 위해 남겨두라고 하시며(19:10, 23:22), 가난한 사람이 있으면 빈손으로 가지 말게 하라고 하십니다(25:35).
또한 서원자가 가난하여 감당할 수 없으면 그의 형편대로 내게 해주시고(27:8), 형편이 못되어 땅을 팔았을 때도 가까운 친족이 대신 무를 수 있도록 하시며(25:25), 가난하여 노예로 팔려온 형제를 종으로 부리지 말고(25:39) 안식년에는 자유하게 하도록 하십니다.
레위기에 나오는 제사법과 제사장의 규례와 절기들은 모세의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모세는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종교와 제사법을 제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레위기는 말씀하시는 하나님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시는 인격자이십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말씀하시는 대로 순종함으로 행했습니다.
1장 1절은 놀라운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여호와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와 같은 구절이 1절을 포함하여 36회나 반복됩니다. 출애굽기 3장에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실 때 그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그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말씀하셨지요.
이것이 모세와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막연하게 하나님이 계심을 믿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아이디어로 종교적인 행위를 하는 게 아닙니다. 말씀하시는 인격이신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들으며, 그 말씀에 순종하는 관계입니다.
민수기 1장 1절도 동일합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것이 60회나 나옵니다. 모세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서 주를 어떻게 섬기며 살 것인가를 잘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