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창피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2007년까지 저는 치아 건강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평생 충치가 거의 없었기에 치아가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처럼 치아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풍치가 생긴다고 합니다.
2007년에 한국 방문 중 치과의사인 이모부가 제 치아를 한번 봐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모부가 제 치아 상태를 보시더니 깜짝 놀라셨습니다. 많은 치석으로 잇몸에 치주염이 심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그날을 절대 잊지 못합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대한 공포, 잇몸이 찔리고, 신경이 건드려지는 고통을 참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몸 전체가 경직이 되었습니다.
2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고통을 덤덤히 받아들이자는 생각과 함께 몸의 긴장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암송하고 있던 성경구절들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치아를 치료 받고 있었기에 입술로 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머릿속에서는 암송 구절들을 훑어 내려갔습니다. 제 생각의 초점이 고통에서 성경구절로 옮겨지자, 여전히 몸에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마음은 평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신기하게도 아픔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생각을 더욱 암송 구절에 초점을 맞추어가며 저는 육체의 고통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기적이었습니다.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듯한 느낌이었죠.
저는 그때 북한의 지하교인들이 극심한 고문 가운데 죽어가면서도 신앙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 그러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 북한의 지하교인들 중에는 성경을 줄줄 암송하는 성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들이 극심한 핍박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힘은 성경암송을 통해 육체의 고통과 영혼의 분리라는 체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