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의 핵심
말씀으로 기도하라

8. 묵상에 대한 재조명

2009년 11월 1일, 낙성대에 있는 시냇가푸른나무교회 청년부 예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설교하기 위해 앞으로 나갔는데 그 공동체와 첫 대면임에도 제 소개가 생략되고 제 입에서는 암송하고 있던 회개에 관한 말씀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닌데 약 20분쯤 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고 성경구절들만 선포했습니다. 그런 다음 나머지 시간에는 준비된 설교를 했습니다. 예배를 마치자마자 청년부 담임인 김성목 목사님이 제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목사님은 제가 찾던 설교자이십니다. 성경말씀만으로 암송하며 설교하는 분을 찾고 있었습니다.”

20년 넘게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신학교수로 있으면서 고대근동어 및 히브리어와 헬라어 등 여러 언어에 통달한 목사님이 시편 1편 2절의 ‘묵상’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이 묵상이라는 단어의 히브리어 어원이 ‘하가(hgh)’인데, 그 뜻은 원래 ‘묵상(잠잠히 생각하다)’이 아니라 ‘소리를 내다’입니다. 저는 성경을 히브리어로 암송하고 싶은 비전이 있습니다.”
이런 의미를 배우자마자 저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감탄했습니다. 왜냐하면 1997년에 십자가의 도를 깨닫고 난 직후부터 십자가의 말씀들, 야고보서, 성령님에 대한 성경구절들, 에베소서 등을 계속 암송했고, 그 암송을 통해 자아를 계속 비우며 성령님만을 바라보기 위해 달려왔던 그동안의 수고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죠.

이후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에 대해서 설명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9월에 뉴욕의 어느 교회의 부흥회 강사로 초빙을 받아서 이 하가에 대해 전하게 되었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한 성도의 집에 식사초대를 받았는데, 그 교회 담임목사님이 그 성도를 소개하셨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10년 동안 유대인들과 함께 숙식하며 히브리대학교에서 성경사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히브리어 전문가인 김경래 교수였습니다. 김 교수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제게 물었습니다.

“하가에 대해 어디서 배운 거예요?”

전문가의 질문에 약간 긴장이 되었지만 한국 방문 중 다른 히브리어 전문가에게서 들은 것이라고 조심스레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하가의 뜻이 ‘소리를 내다’가 맞습니다. 저 외에 하가에 대해서 강조하는 사람을 처음 만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인데, 어찌 우리가 눈과 생각으로 읽겠습니까? 소리 내어 읽어 선포해 드려야죠.”

그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서 저는 하가에 대해 더 큰 확신을 얻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전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의 성숙을 갈망하는 사람 중 큐티(묵상)를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지식이 풍부하여 머리가 점점 커져가면서도 팔다리는 허약해서 행동하지 않는 나약한 기독교인들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새 아침, 첫 기도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소리 없이 조용히 눈으로만 성경을 읽으면서 자신의 옛 지식을 가지고 말씀을 분석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소리를 내다’라는 단어인 하가를 잠잠할 ‘묵(默)’, 생각할 ‘상(想)’이라고 잘못 번역한 영향 때문입니다.

기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아부인입니다. 하나님께서 새날을 주셨을 때 말씀을 눈으로 읽으며 옛 지식으로 분석하는 큐티를 하기에 앞서, 모두 내려놓고 자아부인의 기도로 나아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광대하시기 때문에 그분을 날마다 새롭게 만나야 합니다.

빈 그릇을 준비해야 새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아침 기도 시간에는 먼저 옛 부대를 찢고 새 부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새 포도주를 마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