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에 겸손을 의미하는 헬라어 단어는 경멸의 의미로만 사용되었다.
겸손은 약함과 비열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예수님, 곧 종이신 주님(Servant Lord)의 제자들은 신약성경에서 동일한 헬라어 단어를 최고의 덕목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했다.
사실, 신약성경은 겸손을 진정한 위인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제시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겸손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겸손은 많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자기이익의 기질과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려는 대중적 시도와 배치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주장(독단)이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느끼며, 겸손을 자기주장의 장애물로 본다.
실제로, 오늘 우리는 겸손이라고 불리며 거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몇몇 모델을 본다.
몇몇 ‘겸손한’ 사람들의 행동은 매우 거슬린다.
이들의 삶에서 밝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자신의 ‘겸손’을 자랑하며, 겸손을 자신들과 자신들이 겸손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판단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겸손은 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자신이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정말 활기 없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스스로 겸손하다고 말하는 이러한 사람들은 중요하거나 특별한 일을 꺼린다.
이들은 누군가에 대해 또는 어떤 상황에 대해 자신의 뜻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결국 고통당하는 세상의 아픔을 줄이려고 손가락도 까딱하려 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분의 겸손에서 배어나는 자연스러움과 매력은 가장 강퍅한 죄인들도 녹였으며 이들이 그분과 함께 있고 싶어 하게 만들었다.
예수님의 겸손은 활기가 넘쳤다.
그런 점에서 그분의 겸손은 충격적이었다.
베드로와 그 외의 제자들은 예수님이 겸손하게 자신들의 발을 씻으실 때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환전상들을 대담하게 내쫓으실 때도 똑같은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무활력(無活力)은 교만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겸손으로 통하는 것이 실제로 알고 보면 실수에 대한 두려움일 뿐이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소위 겸손하다는 사람들은 어떤 일에도 앞장서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이러한 두려움은 교만의 한 형태이다.
어떻게 하면 성경이 말하는 겸손을 기를 수 있는가?
내가 여기에 관해 가장 먼저 말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 겸손의 문제가 있다면 낮은 자존감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한 열등감과 불안감은 우리가 자신에게 취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우리로 하여금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겸손에 관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존감에 대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겸손과 자존감 J.C.라일(Ryle)이라는 19세기의 위대한 그리스도인이 겸손에 관해 했던 말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잔칫상의 상석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눅 14:7-11)를 설명하면서 겸손의 뿌리와 샘은 하나님에 관한, 우리 자신에 관한, 그리스도의 사랑에 관한 바른 지식이라고 했다.
우리가 하나님의 위엄과 거룩을 발견하고 그분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죄악된지 깨닫는다면 우리의 교만은 오래갈 수 없다.
그리고 또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는 즐거운 겸손으로 가득할 것이다.
우리가 즐거워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겸손한 것은 우리에게는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만에 대한 하나님의 치료약은 곧 복음이다.
복음은, 하나님은 거룩하시고 인간은 죄악되며 그리스도의 은혜가 인간의 죄보다 크다고 말한다.
죄인을 용서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변화된 사람의 마음은 하나님이 그를 위해 하신 일 때문에 그분에 대한 감사로 가득하다.
진정으로 하나님께 감사한다면 결코 교만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의 모든 선과 가치가 하나님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런 것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당신은 또한 하나님이 당신을 그분의 가족으로 받아들이셨고, 당신이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이신 분의 자녀이며 영원한 나라의 백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낮은 자존감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