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아이에게 좋은 버릇을 들여서 예의 바르고 성품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은 꿈과 의욕은 모든 엄마에게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갓 태어난 생명체는 우리가 준비하고 예상한 대로 그렇게 순진하지 않아 보입니다.
결혼 전에 다른 사람들의 육아를 보면서 ‘왜 저렇게 버릇없이 아이를 키우나, 나는 절대 저렇게 하지 않겠다’라고 분명히 다짐했건만 막상 같은 상황이 되자 별 수 없이 그들처럼 아이에게 휘둘리고 있는 경험을 엄마라면 대부분 했을 겁니다.
예전처럼 대가족사회였다면 이모, 고모, 숙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을 한 집에서 보면서 어깨 너머로 이것저것 보고 배우는 게 있었겠지요. 하지만 핵가족사회에서 남의 집 아기들이 저절로 쑥쑥 자라는 것 같은 거만 보다가 막상 내 품에 완전한 무능력의 생명체가 안길 때 엄마가 느끼는 무한책임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정말 크답니다.
의사 표시를 울음으로밖에 못하는 아기의 모든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전전긍긍하다보면 어느덧 아기의 버릇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이미 접어든 경우가 많지요. 앙앙 울어대서 안아주면 뚝 그치니 엄마는 아기를 울리지 않으려고 자주 안아주게 됩니다. 아기가 우는 것이 마음 아픈 거죠. 내 팔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얼얼해져도 아기가 우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아픈 줄도 모르고 오래오래 안아줍니다. 그런데 이것이 습관이 돼버려서 이제는 내려놓으면 안 되는 경지에 올라선 거죠. 울음으로 엄마를 조정할 수 있게 된 아기, 누구 탓일까요?
아기는 충분한 스킨십을 받아야 하고 섬세하고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애정 가득한 엄마, 아빠의 손길로 온몸을 쓰다듬어주는 것은 훌륭한 운동이자 마사지이고, 보약이자 치료약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욕구를 울음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기에게 울음 자체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울면 무슨 큰일이 나는 것처럼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아이의 울음부터 해결해주려고 하죠. 그러나 이것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울면 왜 우는지를 조사하십시오. 이유가 있습니다. 신생아일수록 이유가 분명합니다. 그 이유라는 게 몇 개 되지도 않습니다. 덥거나 목마르거나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기저귀를 바꾸고 싶거나 입니다. 이 다섯 가지 안에서 맴돌 뿐 다른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만약 이런 이유를 살펴봤는데도 찾을 수 없다면 그 아이는 어디가 아프거나 버릇이 나빠졌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지금 당장 너무 예뻐서 계속 들여다보고 싶고, 내 맘에서 솟아오르는 모성애를 주체할 이유가 도저히 없으니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지만 조금만 참는 게 좋습니다. 100일 정도까지는 잠들도록 안아줘도 무리가 없지만 조금만 지나면 온몸이 쑤셔옵니다. 그리고 안아서 재운 아이는 이후로 아주 오랫동안 잠들기 위해 엄마 몸이 필요한 아이가 됩니다.
저라면 아이를 조금 어둡고 조용한 곳에 눕히고 세상의 소리와 생김새를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을 거는 거죠.
“우리 아기, 졸리구나. 이제 잘까?”
이 얼마나 아기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말입니까!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주는 엄마의 한 마디 말, 세상에 이보다 더한 위로가 있을까요. 신생아가 잠만 잘 자줘도 엄마는 큰 짐을 하나 더는 건데 엄마들이 이 잠을 못 재우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잠이라는 게 누가 재워주는 것이든가요? 신생아나 우리나 똑같이 잠이 올 때 저절로 스르르 곯아떨어져야 푹 잡니다.
우리는 신생아를 우리와 다른 존재로 오해하는 경향이 강해서 억지로 재우려 드는데 우리가 졸릴 때 누가 옆에서 끊임없이 두드리고 업고 안고 흔든다면 신경질이 나서 못 견딜 겁니다. 우리 아이는 그렇게 해야 잔다고요? 그러니 오래 못 자고 자꾸 깨서 울고 짜증내고 한 번 재우려면 엄마가 녹초가 되는 겁니다.
아기가 자기 힘으로 자게 가만히 놔두세요. 흔들어 재우고 업어 재우던 아기가 이미 적응된 방식으로 안 재우니 처음에는 화가 나서 앙앙 울겠지만 하품을 연신 하고 잠이 스르르 들 때 안았던 품에서 내려 자리에 누이면, 이렇게 몇 번 하지 않아서 혼자서 잘 잡니다.
이처럼 신생아 때 수면장애를 완벽히 제거해주면 대부분의 아기는 잘 먹고 잘 놉니다. 그러니 짜증낼 일이 별로 없지요. 제 경험상 손 탄 아이가 백일 지나서 그 버릇이 사라진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요. 자기 힘으로 잠든 아이는 잠도 깊게 자고, 푹 자고 나면 기분까지 좋아져서 맘마도 듬뿍 먹고 오래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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