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음악
워십리포트

회중의 위치를 아는 예배 인도

나라를 이루는 3대 요소는 흔히 영토와 주권과 국민이라고 한다. 이를 교회라는 단위로 축소화시켜 적용해보자. 교회를 이루는 3대 요소는 '모임 장소와 목회자와 성도들' 이다. 예배를 인도할 때 ‘인도’ 의 대상은 바로 ‘회중’ 인 성도들이다. 좀 더 성공적인 예배 인도를 위해서는 예배 인도자가 목회자나 예배팀뿐만 아니라 회중과 동역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나는 일전에 누군가가 말에 대해서 이런 글을 쓴 것을 본 적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라.” 말을 잘하는 것도 훌륭한 재능이지만, 하나님이 주신 좋은 언어의 은사는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배려하며 말하는 사람의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는 곧 전문용어로 화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수신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

예배 인도자가 회중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 알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수신자 중심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그것은 수신자인 회중의 입장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리 영적으로 뛰어난 회중이라고 할지라도 회중은 예배 인도자가 그날 이끌고자 하는 예배의 자리까지 충분히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예배 인도자는 최소한 그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서 회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찬양곡들을 듣고 분석하고 또 부르기 때문에 최소한 찬양 속에 깊이 들어가는 부분에 있어서 회중보다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러므로 예배 인도자는 항상 회중의 위치에서 그들을 예배 가운데로 이끌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회중이 서 있는 예배의 위치 곧 회중의 예배 수준을 알기 위해서 예배 인도자에게 필요한 과제는 바로 수신자의 삶 즉, 회중의 삶을 아는 것이다. 따라서 예배 인도자는 늘 회중의 삶을 알고 그들의 영적인 고민을 알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회중이 다 같은 삶을 살거나 같은 영적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굳이 모든 회중의 삶에 다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비슷한 직업 환경을 가진 소수의 삶을 통해 전체 회중의 삶을 파악하고 공감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예배 인도자를 흔히 지도자 그룹의 일환이라고 부를 때 우리는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이 한 말을 잘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소외와 혼란을 이해하고, 느끼고, 명료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온 사람은 분명 많은 사람들의 필요에 대답할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통과 기쁨의 근원은 모든 사람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나는 예배 사역 전이나 후에 이따금씩 회중들 중에 많이 낡고 헤어진 악보 한 장을 들고 나에게 찾아오는 사람을 대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악보를 내게 보여주면서 다음 예배 때 한 번만 꼭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나의 예배 인도에 은혜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기에 우회적으로 불평한다고 생각하여 그 제안들을 무시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예배를 인도하는 내가 회중의 입장에서 선곡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난 성도의 삶을 모르면서 그들의 삶을 주님께로 인도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이는 마치 처음 가보는 식당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선 친구에게 “사거리에서 헤매고 있다” 라는 전화를 받은 내가, 그 친구가 지금 서 있는 방향을 알지도 못한 채 “왼쪽으로 오면 돼” 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그 친구는 여전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나에게 질문할 것이다. “내가 지금 어느 방향을 향해 서 있는지 알고 있니?”

하나님은 예배 중에 교회를 치유하고 회복하시기 위해서 때때로 예배 인도자가 성도들의 위치를 알기 원하신다.

고웅일
영남신학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과 신학을 전공하고,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전 풍성한교회 찬양디렉터로 사역했던 그는 한국, 미국, 중남미에서 다년 간 한인교회 사역을 하면서 다양한 교회적 상황에 따른 예배사역의 노하우들을 터득하였으며, 그 외에도 중국, 일본 및 중남미 지역을 다니면서 각 나라 언어로 선교 집회 찬양을 인도해왔다. 현재 미국 샌디에고(San Diego)에 거주하며, 지역교회들을 대상으로 예배팀 그룹코칭과 세미나를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