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 (에베소서 5:18-19)
몇 년 전 부흥회에서 찬양대가 노래할 때였습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양이 시작되자마자 알토 파트에 있던 한 집사님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조금 있더니 눈물을 닦아야 할 만큼 울면서 찬양하고 있었습니다. 지휘를 하던 저도 눈물로 고백하는 집사님의 모습을 보고,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를 생각하며 나오는 눈물을 참아야만 했습니다. 너무 감격스러워 젖은 눈동자로 대원들을 바라보며 지휘를 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제 모습이 찬양대원들에게 비쳐졌고 은혜로운 찬양대의 모습이 회중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찬양대원과 회중이 영과 마음으로 찬양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집회가 끝난 후 집사님과 마주쳤을 때, 찬양할 때 느꼈던 은혜를 확인하고 싶어 물었습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님의 사랑이 너무 감사하지요?” “목사님, 죄송해요. 사실은 기도하며 부흥회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아침에는 남편이 속을 긁더니, 저녁엔 항상 순종만 하던 두 아들이 제 속을 뒤집어 놓더라고요. 꾹 참고 교회에 조금 늦게 왔는데 찬양을 하자마자 모든 서러움이 왈칵 밀려왔어요.” 저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음악에 취해선 안 됩니다. 하나님에 취해야 합니다. 감상주의로 인한 오용은 크게 노랫말과 곡조로부터 옵니다. 언어에 민감한 사람은 사용된 낱말이나 문장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찬송가사는 신학적으로 건전해야 하며 너무 감상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지나치게 감상적인 노랫말이 붙은 찬송을 많이 부르면 잘못된 신앙을 갖게 됩니다. 노랫말의 내용이 너무 가볍고, 논리적이지 못하고, 성경말씀과 관련이 없고, 자기 주관적일 때 가사에 의한 감상주의의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정한 감정이나 분위기를 강조하다보면, 하나님께 초점을 두지 않고 다른 것으로 주의를 돌리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신약성경에서 주관적인 감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감상적인 요소를 강조하다 보면 감정 자체를 가치 있는 것으로 보고 감정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게 되는데 거기서 문제가 생깁니다.물론 감정적인 만족을 구하는 것이나 고결한 상태를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잘못된 동기들은 찬양의 의미를 전도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될 때 음악의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개인적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특정한 감정이나 정서를 추구하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음악을 만들도록 하나님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가사에 대한 관심 없이 음악 자체에 빠져서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감상주의도 어떤 면에서 즐거움을 주지만, 이 즐거움은 아름다움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학적 만족이 주는 즐거움에 비해 유치한 즐거움입니다. 물론 미학적 즐거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가치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감상주의는 음악 스타일과 상관없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은 단순한 음악, 익숙한 음악에 빠져들고, 어떤 사람은 복잡한 음악, 또는 새로운 음악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감상주의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찬송을 균형 있게 선택해야 합니다. 좋은 찬송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택을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찬송이라도 목적에 알맞게 선택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찬양의 본질을 잃어버릴 때 찬양의 목적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우상이나 신화는 옛날처럼 돌이나 어떤 신조의 형태를 띨 수도 있는 반면, 분위기나 감수성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찬양할 때는 노랫말을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찬양의 대상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을 위해 음악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영과 마음으로 부르는 찬양에 흠뻑 취해야 합니다. 이것이 음악에 취하지 않고 찬양에 취하는 것입니다!
미국 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회음악석사와 박사를 취득하고, 침례신학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새 노래로 여호와를 찬양》(음악춘추사)과 《코랄 엔딩이 있는 찬송 데스칸트》(미완성출판사)를 작곡하여 출판했으며 〈서쪽 하늘 붉은 노을〉(새찬송가 158장) 외에 여러 교회음악을 작곡했다. 『교회와 음악 그리고 목회』(요단출판사), 『예배와 음악』(침례신학대학교 출판부), 『숨겨진 찬송이야기』(아가페북스) 등을 저술하여 교회음악지도자들이 알아야 할 메시지들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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