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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길을 예비하는 연합 _엘리야 한

각기 다른 교회와 단체, 개인들이 한국교회를 섬기기 위해 함께 모인다. 그렇다고 하나의 팀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따로, 또 함께 주의 길을 예비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엘리야 한’을 통해서 알아보자. ㅡ인터뷰 김영범 ㅣ 사진 ’시온의 대로’ 및 엘리야 한 제공

김영범 : 인터뷰에 응해주어 정말 감사하다. 독자들로서는 지난 4월호 러싱워터를 통해서 ‘엘리야 한'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소개를 좀 부탁한다.

엘리야 한 : ‘시온의 대로(Road to Zion)’에서 워십디렉터 간사로 섬기고 있는 ‘엘리야 한’이라고 한다. 올해 하반기 정규음반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콜링필드(Calling Field)’ 밴드의 리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엘리야 한’으로 저번 4월호 워십인사이트 ‘러싱워터’에 ‘주여 주께로’라는 곡으로 처음 곡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좋은 기회를 주신 워십인사이트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영광으로 생각한다.

김영범 : ‘시온의 대로’와 ‘콜링필드’를 어떻게 구분 지으면 되는 것인가?

엘리야 한 : ‘콜링필드’는 ‘시온의 대로’라는 연합 모임 내에 있는 워십밴드나 사역자 중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김영범 : 그러면 '시온의 대로'는 어떤 곳인가? 왜 하고 있는 건지, 어떤 기치로 모이는 건지 알고 싶다.

엘리야 한 : ‘시온의 대로’ 연합 운동은 이사야 40장 3절부터 5절 말씀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외치는 자의 소리(A voice of one calling)여 가로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언덕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아니한 곳이 평탄하게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나고 모든 육체가 그것을 함께 보리라”
예배자들이 삶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기치를 높이며, 교회(성도)마다 하나님의 나라, 건강한 마라나타 신앙을 삶 가운데 회복하자는 취지로, 지역교회와 선교단체의 교역자, 선교사, 직장인, 학생들이 함께 모임을 갖고 프로젝트들을 해나가고 있다. ‘시온의 대로’를 단체보다는 ‘연합’과 ‘운동’으로 설명 드리는 것은 사실 특별히 타 단체들과 다른 것이 있거나 달리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니다. 또 대체로 바라보시는 분들에겐 ‘시온의 대로’가 여전히 단체 혹은 팀으로 비춰지고 불릴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연합’과 ‘운동’으로 소개하는 건 거창해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오히려 작은 움직임이고, 이 연합과 운동 자체가 전부가 아닌 촉매제의 역할을 하려는 이유에서이다. 또한 ‘시온의 대로’ 연합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부분 등의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이것을 긍정적인 한계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시온의 대로’ 연합 모임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한국교회를 섬기는 것이다. 각 프로젝트별로 다르긴 하지만 대략 멤버십의 소속교회와 단체들만 꼽아봐도 현재 12개 정도인데, ‘시온의 대로’가 사역단체로서 자체 결속력과 멤버십을 강화할수록, 각자의 교회 혹은 소속단체에서의 역할들과 지속적으로 부딪치며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모임 가운데 교제하거나 자신을 소개할 때도 각자의 소속교회나 소속단체가 멤버십으로서의 정체성이 된다. ‘시온의 대로’를 단체화하고 이 사역을 위해 멤버십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정체성들을 포기하도록 할 수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공통의 생각이다.

김영범 : 그러면 12개 정도의 교회와 단체에서 몇 명 정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인가?

엘리야 한 : 변화가 있을 때도 있는데 50명을 넘어간 적은 없고, 30~40명 선이다. 단체라는 울타리가 확실하게 있는 게 아니니까. 물론 상황에 따라서 조율이 필요하고,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집중을 요구할 때도 있어야 하겠지만, ‘시온의 대로’ 연합 가운데 공유하는 비전과 삶과 기도 등을 각자의 소속된 교회와 가정, 학교, 직장, 단체 가운데 흘려보내는 것이 이 연합의 정체성이자 주요사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집중을 요구할 때조차도 각자의 소속을 존중해야 함을 이 연합 안에서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단체로서의 강력한 응집력과 일관성, 지속성 등이 덜할 수 있고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한계임을 이미 함께 규정하고 모인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역할은 그것을 감당할만한 더 전문적이거나 관련 인프라를 가진 타 연합사역이나 단체들을 연결하고 돕고 섬기는 등의 방향으로, 일종의 MOU처럼 관련 파트들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영범 : 근래 들어 분열하는 모습이 속출하는 한국교회 내에서, 서로 다른 단체, 개인들이 함께 연합하여 움직이는 것은 꽤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엘리야 한 : 그렇게 봐주어 감사하다. 정리하자면 ‘시온의 대로’는 특별할 것 없이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야 할 지극히 평범한 삶의 가치관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비범한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더욱 강조하는,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의 평범한 연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대표를 맡고 계신 이정선 간사께서 권면하고 주창했던바 중 하나가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존귀한 사람이다’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만할 필요도 주눅이 들 필요도 없다는 뜻으로 나눴던 것이다. ‘시온의 대로’는 이러한 가치관 안에서 특별하진 않지만 존귀한 연합이고 운동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영범 : ‘시온의 대로’가 하고 있는 사역들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엘리야 한 : 말씀드린 것처럼 이러한 방향과 정체성 안에서 시온의 대로는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기도합주회 운동과 연합네트워크’, ‘거리찬양과 도시중보기도를 위한 모임운동(P.S.M)’, 그리고 ‘창작워십곡 컴필레이션 음반작업’과 이것을 소개하고 공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Z프로젝트'등이 있다.

김영범 : 우선 기도합주회부터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기도합주회 운동의 성격과 방향, 진행 등에 대해서 소개를 해달라.

엘리야 한 : 기도합주회(Concerts of Prayer) 운동을 감히 짧은 지식과 경험으로 설명드린다는 것이 부끄럽다. 이 운동을 함께 해오며 경험하고 배운 것 안에서 처음 접하는 분들께 조금 쉽게 설명 드리면 기도합주회는 '영적각성과 세계복음화'라는 두 가지 큰 타이틀을 가지고 교리와 교파를 초월하여 함께 연합함으로 모이는 부흥 혹은 대각성운동(Great Awakening)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도합주회’는 세계적으로 그 역사가 깊은 부흥스토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지금 얘기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떤 분들에겐 강의처럼 지루하고 길어질 수도 있어서, ‘조지 휫필드’, ’조나단 에드워즈’, ‘윌리엄 캐리’, ’데이빗 브라이언트’ 등등의 이름만이라도 열거해드리고 싶다. 관심 갖고 이분들의 저서나 일대기를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다. 또 워십인사이트를 보시는 분들 중에는 예배사역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을 텐데, 지금의 찬송가 수록곡들이 어떤 연유로 18세기에 집중해서 쏟아져나왔는가를 그 당시 대각성운동과 기도합주회 운동의 여파 등과 관련해 찾아보시면 재밌고 유익하시리라 생각한다.

김영범 : (웃음) ‘선교한국’ 내에서의 기도합주회 사역을 해온 경험으로 봤을 때, 예배와 선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해 줄 말이 있을 것 같다.

엘리야 한 : 평소 ‘예배는 선교의 시작이고, 선교는 예배의 확장이다’라는 존 파이퍼의 정의를 좋아한다. 하나님을, 참으로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예배를 우리가 추구하고 드린다면, 그 교제 안에서 그분의 뜻과 열심과 갈망을 알고자 하고 선포하며 삶으로 살아내고자 하는 열정이 넘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연인 혹은 부부간의 만남과 사랑 가운데에서도 적용되는 보편 타당한 것이다. 관심과 만남의 이유가 내게만 있고 내 만족에만 있다면, 그리고 그런 만남이 반복된다면 상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예배에 관해서 존중할 수 있는 여러 회의론들이 있다. 그러나 어떤 회의론이나 대책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러한 고민과 숙제들을 변함없이 이 가치 위에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랑의 교제 안에서 우리의 ‘예배’는 ‘선교’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삶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또 우리의 ‘선교’는 궁극적으로 그러한 ‘예배’를 삶 가운데 세우고 확장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교제와 동행 가운데 그분의 바람과 뜻과 소원이 나의 삶과 무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온의 대로’는, 이 땅에서 우리의 삶이 예수님께서 하나님나라의 시작을 선포하신 이후로 이제 완전히 이뤄지고 도래하기까지 예배자로서 선교의 열정을 품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교는 예배의 기쁨과 의미를 알고 삶에서 전하는 것, 이것이 ‘주의 길을 예비하는 삶’이라고 함께 나누고 있으며 여러 프로젝트로 그것을 강조하고 공유해나가고 있다.

김영범 : 결국, 예배와 선교가 단순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 점은 분명하다. 앨범이 출시되었다. 음반이 처음 시도된 거 아닌가. 모임 내에서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 나눠달라.

엘리야 한 : 작년에 멤버십들과 작업했던 5곡의 음원이 먼저 EP 형식의 디지털 음반으로 이번에 발표되었다. ‘시온의 대로’ 이름으로 다섯 곡을 냈는데, 거기에는 ‘콜링필드’가 아무래도 주로 했고 ‘파루시아’라는 팀이 두 곡 정도를 했다. 예배사역만 따로 떨어뜨려 놓고 모델을 그리자면 패션이나 소울 서바이버 같은 컴필레이션 컨셉으로 가는데, 우리는 전문적인 사역자들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는 지역교회 인도자들도 있다. 나부터 그랬다. 지역교회에서 곡을 쓰고 이 곡들이 예배에서 불려지지만, 이걸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프라나 경험은 전혀 없는 이들이다. 또 교회가 그런 걸 지원해 주는 일도 특정한 몇 교회 이상은 없고. 그래서 교회에서만 불려지고 공유가 되질 않았는데, ‘그런 지체들이 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나기 시작했을 때, 굉장히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런 걸 ‘시온의 대로’에서 지원하는 거다. 사실 음반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멤버십들 전체가 다 음반사역에 동원되어야 할 전문적인 예배사역자들이나 뮤지션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위해서 지금 우리가 기도하고 교제하는 시간이 우리 모임의 거의 절반이다. 서너 시간 모이는데, 절반은 거의 교제하고 이 사역 프로젝트 안에서 같이 기도하고 있는 것이고, 녹음작업을 비롯한 사실상의 음반 작업은 그 모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이뤄진다. 곡들을 쉐어링하고, 그 곡들이 어떻게 쓰여졌는가 혹은 배경이 되는 말씀 등을 나누고 그 안에서 자료들도 남기는, 그런 식으로 하고 있다.

김영범 : 그러면 노래 수집하고 피드백하는 시간을 원래 따로 정기적으로 가지는가?

엘리야 한 : 그래왔었고, 지금은 이 곡들을 소개할 수 있는 작업, 또 기도합주회 실황 및 홍보영상을 위한 기도 및 교제모임을 통칭해서 ‘Z프로젝트’라 부르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곡들은 Z프로젝트에 어떤 곡들이 앨범에 참여하게 될지 이미 몇 년 동안 논의를 해왔고, 그중에 한 두 곡씩 뽑은 것이다. 그 모임 안에서의 주목적은 곡들을 쉐어링하고 소화해서 실황영상 작업을 하는 것이다. 지금 참여하는 인원은 한 27~8명 정도인데 그 멤버들 중심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범 : 새 노래를 만들고 그 노래를 보급하기 위해 음반 이외의 방식을 취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엘리야 한 : 이런 연합하는 방식으로 예배 영상이 나올 수 있다는 걸 통해서, 사실 우리의 바람은 이런 연합의 의미들이 곳곳에 생겼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온의 대로’라는 이름 아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있다. 사실 재림에 대해서 워낙 이단들 때문에 오해들이 있지 않나. 실은 굉장히 중요한 신앙적 가치관임에도 말이다. 우리가 작년에 걸었던 캐치프레이즈 문구가 ‘내일 주님이 오신다면, 우리는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인데, 이런 걸로 우리가 책갈피를 만들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거리찬양사역에서 나눠주기도 했는데, 그런 것이 다시금 교회마다 또 성도들의 삶 가운데 전해졌으면 하는 거다. 우리 곡들의, 다 그렇지는 않지만, 앨범 전체의 주제라던가 모여져 있는 곡들 중의 일부는 이런 비전을 공유하는 가운데에서 나온 곡들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그런 점들이 영상을 통해서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나 개인의 비전과도 닿아 있다.

김영범 : 지역교회 내에서만 머물러 있던 개별 노래들을 한국교회 전체에 보급한다는 점, 그리고 중요한 가치관들을 함께 나누고 결과물로 낸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본다. 그러면, 이번 앨범 주제는 어떤 것인가?

엘리야 한 : ‘시온의 대로’는 비전 뿐 아니라 갖고 있는 이름과 사역들의 성격상 '다시 오실 주님과 그의 나라'에 대한 주제를 많이 다루고 부각시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EP앨범 주제는 ‘Road to Zion’이다. 현재 '시온의 대로'가 주최하는 기도합주회 모임 가운데 부르던 곡들이고, 각 지역교회에서도 불렸던 찬양들이다. 들어보시면 '시온의 대로' 멤버십들의 순수한 연합과 참여에 의해 작업이 이뤄진 것이라, 장르를 떠나 프로 뮤지션들로 이뤄진 음반들에 비해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많을 테지만, 이 곡들 안에서 함께 나누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러한 연합과 운동이 가진 진심과 의미들에 주목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다섯 곡 발표한 것 이외에 올해 추가적으로 멤버십들 가운데 취합된 7~8곡을 더 작업해서 정규앨범으로 만들 것이다. 올여름에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전부 창작곡이지만 각자의 소속교회들에서 이미 익숙히 불려졌던 곡들이 많아 한국교회 예배에 좋은 대중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해주시라.

김영범 : 지금까지 얘기를 대략 정리해보자면 '시온의 대로'는 ‘대략 12개의 교회와 선교단체에 소속된 각각의 30~40명 정도의 멤버들이 서로 협력해서 교제하며 기도합주회 사역을 하고, 또 그 안에서 음반 작업이나 창작곡을 수집하고 또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서 궁리하고 있는 모임’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엘리야 한 : 굵직한 프로젝트는 우리가 계속 해 나갈 사역인 거 같다. 거리찬양사역도 그 중의 하나이다. 혜화역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2년 동안은 매달 했었다. 매달 한 번씩 했었는데 지난 겨울 시즌 한 번 쉬고 나서 지금은 기도합주회랑 Z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고, 5월 첫 주에 끝난다. 그러면 거리찬양은 다시 하게 된다. 이외에도 은사가 있는 멤버십들에 따라 영상미디어사역이나, 지역교회에서 진행했던 ‘보컬 세미나&예배팀 관계훈련’ 프로그램, 인프라가 없는 선교단체들의 찬양사역을 지원하는 등의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소소한 섬김들을 하고 있다.

김영범 : 지나가는 얘기로는 ‘엘리야 한’이 여태껏 쓴 예배곡이 수백 곡이라는데 사실인가? 정말 500곡이나 되나?(웃음) 어떻게 그런 다작이 가능한 건가?

엘리야 한 : 사실 정확한 건 모른다. 또 다작을 하려고 작정했던 것도 아니다. 대략 그쯤이지 않을까. (웃음) 처음 곡을 쓴지는 10년 정도 되었는데 내겐 곡을 쓰는 일이 큐티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보통 1년에 워십곡을 포함 100~200곡 정도 쓰는데, 때로는 완성되는 형태로 나오지 않아도 한 켠에 두었다가 1달 혹은 1년, 혹은 수년 뒤에 완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곡을 쓸 역량은 안되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작으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주변 분들과 농담을 하기도 한다. (웃음) 새삼 느끼지만 정말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한동안은 정말 큰 고난이자 짐으로 느껴져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그 괴리를 극복하게 되면서 일상의 기쁨이고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일처럼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지금도 예배곡을 쓰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어떤 일보다 놀라운 기쁨과 축복이다. 다만 내 삶이 이런 것들을 욕되게 하지 않길, 이 곡들이 온전히 하나님의 도구가 되길 바라고 소망한다.

김영범 : 지금까지 나온, 또 앞으로 나올 곡들이 많은 예배자들에게 잘 풀어져 흘러가길 바란다. ‘시온의 대로’가 연합적인 측면이 강하다면 아무래도 멤버십 형성에서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

엘리야 한 : ‘시온의 대로’는 연합이라는 특성과 한계 안에서 교제와 관련된 훈련 비슷한 것을 해 나가고 있는데, 모임 가운데 ‘Accountability(어카운터빌리티, 관계적 책무 혹은 울타리 정도로 번역하여 이해)’라고 부르는 교제 및 관계 훈련을 통하여 이 연합모임의 의미를 더 잘 누리고 전파하고자 하고 있다. 멤버십 가운데 힐송 출신의 리더십 몇 사람이 이러한 부분에서 역할을 맡아 우리 안에 형성해나가고 있으며, 또 흩어져 각자의 공동체로 돌아가 적용하는 데 도움과 조언을 주고 있다. 최근 리더십을 맡아오던 김미소 간사께서 이러한 교제 안에서 지원 및 후원을 받아 북한에 들어가서 약 3주 정도 김일성 태양절 기간 동안 단기사역을 진행하고 오셨다. 호주 국적이시라 입국이 가능하신 것이고, 북한에서의 구체적인 사역들은 여기서 공유해드리기 어렵지만, 그동안의 '시온의 대로’ 연합모임 가운데서 형성해왔던 ‘어카운터빌리티’ 교제와 훈련의 연장선이자 적용이 되고 있다.

김영범 : 하나의 팀이 아닌 연합의 모양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이 있었을 거 같다.

엘리야 한 : 맞다, 의미 있는 일이지만 시행착오는 많았다. (웃음) 사실 ‘시온의 대로’는 2005년도부터 당시 여러 모양으로 시도되어 온 일종의 연합프로젝트였지만, 늘 그러한 시도들 가운데 ‘연합’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다 보니 나중엔 시작이 되었던 지교회에서조차 집중력을 갖지 못했다. 게다가 이후 나를 포함한 초기 멤버들이 2~3년 후엔 각기 분야로, 또 세계 곳곳에 흩어지게 되면서 사실상 중단되었었다. 그 뒤 2009년에 내가 다시 팀을 형성해 사람들을 다시금 모으려 음반을 준비하는 등의 노력들을 했었다. 하지만 ‘자작곡으로 전문적인 예배사역을 준비하는 팀’ 정도로 비춰지거나 또 실제로 그런 동기로 모으고 시작했던 멤버들과 그런 음악활동에서 더욱 확장되어야만 하는 ‘시온의 대로’ 사역과 비전을 공유해나가는 것에서 역량이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결국엔 준비하던 음반작업도 중단하게 되고, 음반작업 연습 대신 기도 모임으로 대체해나가면서 자연스레 그때의 팀은 해체되었다. 지금의 연합모임으로서 다시금 정체성을 갖게 되고 모임이 시작된 것은 2010년부터로 현재 시온의 대로에서 또 한 명의 간사로 섬기고 있는 노원 호산나교회 이동일 전도사의 헌신과 섬김이 컸고, 또 이듬해엔 초기 멤버 중 선교사 훈련을 위해 호주로 갔었던 이정선 대표간사께서 5년 만에 돌아와 대표라는 중책을 맡고 지금의 체제로 빌드업을 이끌었기에 가능했다. 이 과정 중에 많은 지체들이 참여했다가 빠지기도 했고, 또 많은 지체들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가장 마음 아팠던 시기는 꽤 오랫동안 거리찬양사역 등을 함께했던 한 교역자분과 이 모임을 자신의 교회로 세워나가려 하는 것에 리더십들이 부딪쳐 결국 그분과 갈라섰던 일이다. 지금은 타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나 프로젝트들의 진행 정도, 멤버십 구성과 확장 등에서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이후에도 어려운 점들은 분명 있겠지만, 여느 때처럼 우리의 한계를 인지하며 지금의 사역방향이나 정체성 등은 변함없이 유지해 나갈 것이다.

김영범 : 좋다, 그럼 이제 마지막 주제로 넘어가 보자. 작금의 한국교회 예배사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엘리야 한 :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 질문에 대해 필드에서 오랫동안 사역해 오셨던 영범 형제와 같은 분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다. 워십인사이트를 통해 그런 귀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요즘 그런 만남과 기회들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 내가 어떤 관점을 말한다는 것이 상당히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다만 나도 많은 분들의 생각과 탄식처럼 지금의 한국과 한국교회 상황들을 바라볼 때, 전인격적인 자복과 회개가 없는 회복이나 힐링의 추구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금 한국교회의 예배와 예배사역을 질적으로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영범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엘리야 한 : 잠깐 한국에 없었던 시기가 있었고 다시 들어와서 국내 워십곡들을 듣는데, 어떤 한 주제가 굉장히 빠져버린 듯한 예배가 많다고 느꼈다. 그 시기에 몇 군데 교회를 다녔었는데, 내가 예배라는 것을 배우고, 또 찬양에 대해서 열정이 생기고, 곡들을 쓰기 시작했던 그 무렵에 우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뤘던 주제가 ‘하나님나라’라고 하는, 더 좁히자면 선교적 방향을 갖고 있는 곡들, 그런 곡들이 굉장히 많이 줄고, 포커스가 성도분들에게 맞춰져 있는 듯한.

김영범 : 하나님과의 개인적 관계만을…

엘리야 한 : 어쨌든, 예배가 신파극 같다라는 느낌도 받은 적이 있다.

김영범 : 좀 더 감성적인.

엘리야 한 : 지금 이 예배 안에서 위로받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어차피 삶의 무게라는 건 우리가 사는 동안에 늘 가져가야 하는 것인데, 삶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삶의 목적과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런 위로는 계속 필요할 수밖에 없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마치 이거는 다시 목마르게 되는 생수를 마시는 거 같지 않은가.’ 그리고 왜 그렇게 됐는가를 나름 생각해봤는데, 교역자들이 찬양 인도를 많이 하게 되면서, 찬양 인도를 꿈꿨던 사람들이 교역자가 많이 되면서, 요즈음 많은 한국교회의 예배가 목양중심의 흐름으로 집중하는 것을 보게 된다. 가끔은 지나칠 정도로 예배 안의 요소, 찬양 콘티나 설교 등이 ‘예배 받으러, 위로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예배사역에서 배려와 위로는 언제나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워십리더 뿐 아니라 모든 크리스천 리더십의 기본소양이라고 생각하지만, 예배가 영혼의 위로, 정작 거기까지만 머물렀다 끝나는 식의, 혹은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듯한 예배를 우리가 매주 반복한다면, 마치 그것은 주님의 임재가 있는 지성소로 나아가지 못하고 ‘물두멍에 손발만 씻고 되돌아가는 예배’ 같다고 생각한다.

김영범 : 그렇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엘리야 한 : 언제나 그 대답은 ‘예수’이다. 다만 조금 덧붙이자면 ‘죽음 앞의 평등’과 ‘하나님나라의 소망’, ‘온전한 회개’ 등을 말하고 싶다. 최근에 세월호와 같은, 나라의 비극과 참상을 바라보면서 가슴 아프고 더없이 분노했었지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망대 사건(눅 13장)’의 교훈이 떠올라, 나 스스로 우선 자복하고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후회와 슬픔, 비난과 비판, 그 어떤 대책이나 회의론보다, 함께 무릎 꿇고 두려움과 겸손함으로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우리 모든 악함을 자복하고 회개하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이 나라 이 교회 가운데 일어나기를 간절히 구한다. 그러한 참 부흥이 올 수만 있다면…

김영범 : 그런 점에서 ‘시온의 대로’와 엘리야 한이 한국교회에 해 줄 역할이 참 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긴 시간 고생 많이 했다. 앞으로의 행보를 계속 응원하겠다.

엘리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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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대로(Road to Zion)’ 워십디렉터 간사
워십밴드 ‘콜링필드(Calling Field)’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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