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감동 연출법을 익히다
할리우드의 주요 메이저 영화사들은 기독교영화 전문제작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경우가 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가 흥행에 대성공을 거둔 이후 ‘20세기 폭스사’는 ‘페이스 폭스’(Faith Fox)를 설립했고, 소니 콜롬비아는 자회사 ‘어펌 필름’(Affirm Film)을 통해 기독교영화들을 제작, 배급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메이저 영화사들이 가진 경험의 노하우와 막대한 자본 그리고 영향력은 소규모의 기독교영화들이 미국 전역의 기독교인과 영화팬들을 만나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 부활절을 앞두고 개봉한 ‘어펌필름’의 영화 <부활>처럼 대규모의 자본과 고난도의 기술이 들어간 영화일 경우 소규모 기독교영화제작사에서는 아무래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대형 영화사의 자회사에서 기독교영화사들이 갖는 역할이 꼭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흥행을 통한 이익의 산출이 영화제작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만큼 신앙에 충실하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대중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제작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중심적인 논리로부터 벗어나 신앙중심적인 가치관을 갖춘 독립된 기독교영화제작사가 필요한 법이다.
<신을 믿습니까를 만든 ‘퓨어 플릭스’(Pure Flix)는 영화제작을 하나의 사역(ministry)으로 보는 독특한 기독교영화사다. ‘퓨어 플릭스’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사역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퓨어 플릭스는 그리스도가 중심인 영화들을 제작 배급 및 구매하는 기독교영화스튜디오입니다. 우리의 비전은 미디어를 통해 그리스도를 위하여 전세계 문화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명은 신앙과 가족 영상물을 제작하고 배급하는데 있어 전세계의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기독교영화의 리더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인상적이지만 ‘그리스도가 중심인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확고한 정체성은 ‘퓨어 플릭스’가 만든 영화에 대해 신뢰를 갖게 만든다. ‘퓨어 플릭스’가 제작한 조나단 M.건 감독의 <신을 믿습니까?>는 <신은 죽지 않았다>(God’s not dead)와 더불어 이제 작사의 문화선교적 사명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비기독교인들과 함께 보기에는 너무 노골적이며 때로는 진부할 정도로 익숙한 신앙의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비판하는 평론가들이 있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고 이 시대에 관객들에게 필요한 신앙의 모습을 ‘퓨어 플릭스’는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갈등의 당사자인 부부가 마지막에 하나님의 섭리를 경험하며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한다든지, 집이 없어서 거리에서 자야 하는 모녀를 위해 자기 집을 내주고 자신은 거리의 벤치에서 자는 모습은 신앙의 모습을 과장되게 연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영화가 본래 시각적인 매체란 사실을 기억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즉 추상적인 신앙의 면모를 구체적인 이미지와 행동을 통해 표현해야할 때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을 수 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동해서 십자가 앞에 무릎 꿇는 것을 가지고 과장됐다고 비판한다면 영화 <베테랑>과 <검사외전>은 얼마나 현실적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십자가의 신앙을 묻다
영화는 십자가의 의미를 당신의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패럴 목사는 커다란 십자가를 매고 길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노방전도자로부터 난데없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느냐’는 질문을 받고 신선한 충격에 휩싸인다. 패럴 목사는 나무로 만든 작은 십자가를 교인들에게 나눠주며 십자가를 통해 구원받은 자의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교인들과 함께 실천하기 시작한다.
출산을 앞둔 미혼모, 경찰과 갱단에 쫓기는 강도, 전장에서 동료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자살을 꿈꾸는 퇴역 군인, 딸을 잃은 슬픔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왔던 노부부 등 다양한 상처와 절망 가운데 살아가는 12명의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게 될 때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 어떤 것인지를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독립영화사에서 제작했지만 영화의 외모는 메이저 영화사와 비교할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미라 소르비노를 비롯해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의 친구 샘으로 나왔던 숀 어스틴과 마흔살 이상이라면 기억할 수 있는 한국 최고의 외화 <6백만 달러의 사나이>의 주인공 리 메이저스 등 할리우드에서조차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하여 예수 십자가의 의미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앙적 메시지를 충실히 전하려는 모습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치를 보여준다.
첫째, 용서와 사랑이라는 십자가의 의미를 실천하는 신앙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약 2:26). 사고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하나님을 믿는 고백을 받는 결신행위 때문에 고소당한 구급대원은 자신을 고소한 측의 변호인이 사고로 위험에 빠져있을 때 기꺼이 그녀를 구해준다. 십자가의 믿음은 용서와 사랑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의 욕망대로 사는 인생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펼치는 인생이 귀함을 영화는 나타낸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이미 예수를 믿는 사람은 자신의 욕망대로 사는 삶을 포기한사람이다. 기꺼이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을 만큼 십자가 사랑의 깊이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 하나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힘을 길러야 한다. 영화는 12명의 사람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믿음 안에서 큰 그림이 완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내 인생은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하나님이 그린 커다란 그림을 맞추는데 꼭 필요한 한 조각의 퍼즐과도 같은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신대학교 국제문화선교학부교수. 영화평론가. 서강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저서《감성세대 여화읽기》이메일 moviejin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