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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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부활’

부활이 중심인 영화의 탄생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기독교를 기독교답게 만드는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나 사회 그리고 문화적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왔다. 성탄절이 되면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축제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지는 오래되었지만, 정작 기독교의 핵심 사상이면서 성탄절의 주인공이 죽음을 이기신 부활이라는 혁명적 사건의 주인공과 동일한 분이란 사실은 단지 부활절 주일 설교를 통해 일회적으로 언급될 뿐이며, 치장된 삶은 계란을 먹고 나누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수님의 부활이 지닌 경이로움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부활의 신비와 능력을 발현하는 데도 별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 현장에서 도망쳤던 제자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순교를 감수하면서까지 역동적인 사역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부활에 대한 목격과 경험이 강하게 뒷받침하는‘부활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또한 예수님의 부활을 다루는 데 인색하다. 최초의 기독교영화로 알려진 프랑스의 레아르 감독의 5분짜리 영화 <수난>(La Passion)은 부활이 아닌 예수님의 고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예수님의 생애를 묘사한 전통적 성경영화 역시 부활에 할애하는 분량은 얼마되지 않는다. 부활에 대한 심도있는 연출이 이루어진 작품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영화 <부활>(Risen)은 예수님의 부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매우 획기적인 작품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이후 예수님의 삶을 다룬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영화 <부활>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현장에 있었던 로마 군인이 받은 거룩한 충격과 그에 따른 온전한 변화를 성경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개연성 있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만든 최신작이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지휘했던 로마군의 호민관 클라비우스(조셉 파인즈)는 메시아가 부활했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사라진 예수의 시신을 찾는 임무를 맡게 된다. 예수의 무덤을 지키던 군인들은 대제사장들에게 매수되어 예수의 제자들이 스승의 시신을 훔쳐갔다는(마 28:11-15) 거짓말을 하지만 무덤을 조사한 클라비우스는 의문을 품고 사라진 예수의 시신에 담긴 진실을 찾기 위해 병사들과 함께 제자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성서영화의 고전성과 현대적 연출의 조화
<부활>의 가장 큰 영화적 매력은 예수님의 부활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다. 영화에서 크게 두드러진 묘사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추리적 기법이라 할 수 있는 ‘미스테리’(mystery) 양식을 도입한 점이다. 영화의 미스테리적 성격은 부활의 사실을 왜곡시키려는 대제사장들의 음모로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장로들과 함께 모여 의논하고 군인들에게 돈을 많이 주며 이르되 너희는 말하기를 그의 제자들이 밤에 와서 우리가 잘 때에 그를 도둑질하여 갔다 하라. 만일 이 말이 총독에게 들리면 우리가 권하여 너희로 근심하지 않게 하리라 하니 군인들이 돈을 받고 가르친 대로 하였으니 이 말이 오늘날까지 유대인 가운데 두루 퍼지니라”(마 28:12-15).

이는 지금까지 어떤 성경영화들도 시도하지 않았던 연출방식이다. 케빈 레이놀즈 감독은 언론에 배포한 제작사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 부분을 명확히 언급했다.
“기존의 작품들과는 색다른 방식의 스토리를 만들고자 했다. 마치 탐정 스릴러와 같은 느낌으로 사건에 다가서며 관객들이 주인공과 함께 그의 행적을 따라가게 만들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예수 영화’란 예수님의 사역을 순차적인 시간의 배열에 맞게 기술한 위인전 스타일의 드라마일 거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부활>은 여지없이 깨트렸다. 이러한 미스테리적 연출 방식은 ‘예수 영화’는 천편일률적인 식상한 종교영화라는 생각에 일격을 가하는 한편으로 관객에게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깊은 몰입을 선사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로마 군인의 시선을 따라 영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주인공 클라비우스는 로마의 군인이라는 성격에 어울리게 전쟁의 신인 마르스(Mars)를 숭배하는 사람이다. 사람 죽이는 일이 직업인 군인이자 로마인이라는 세속적 이방인의 시선에 비친 예수님의 모습을 조명하는 일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예수 그리스도를 새로운 느낌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것은 한마디로 성경영화의 고전적 스타일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룬 매우 훌륭한 작품이란 뜻이기도 하다.

부활을 목격한 자, 부활의 증인이 되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전투적인 인간이 사랑으로 가득차 있는 참 하나님이자 참 인간의 모습을 바라볼 때 경험한 거룩한 충격은 예수를 만나 변화되었던 신약성경 속 다른 인물들처럼 온전한 변화를 가져온다.

제자들과 함께 있는 예수님을 발견한 순간 클라비우스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떨어뜨리고 만다.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의 부활을 목격하는 순간이다. 그가 더 이상 칼을 든 인생을 살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된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을 목격한 이후 거룩한 충격에 휩싸인 클라비우스는 식당 주인에게 밥값으로 로마인의 상징이었던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건네준다. 그의 세계관이 변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 초반부에서 클라비우스는 빌라도 총독이 비전에 대해 물었을 때 승진해서 로마로 가서 부와 권력을 누리며 살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그러나 부활한 예수를 만난 그에게 로마는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었다.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이상 예수 외에는 그가 추구해야 할 것이 세상 어디에도 없음을 관객들은 그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예수님의 부활을 세상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나의 변화된 삶이 증거가 될 때 사람들은 부활의 사실은 물론 그 신비와 능력을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강진구
고신대학교 국제문화선교학부교수. 영화평론가. 서강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저서《감성세대 여화읽기》이메일 moviejin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