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
갓피플매거진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고하다

기독교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움직임
선교사 중심이던 기독교다큐멘터리 세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2014년 겨울을 앞두고 세 편의 주목할 만한 기독교다큐멘터리가 개봉했거나 준비 중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린 건 김상철 감독의 ‘제자 옥한흠’이었다.

사랑의교회를 개척하고 25년간 담임목사로 활동하며,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의 바람을 일으키고 2010년 소천한 옥한흠 목사의 삶과 사역을 조명한 영화였다. ‘제자 옥한흠’보다 한주 뒤에 개봉한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사랑의 원자탄으로 널리 알려진 손양원 목사의 헌신과 순교적 일생을 그렸다. 2013년 12월, KBS에서 성탄 특집으로 방영한 ‘죽음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을 제작한 권혁만 PD가 극장용 다큐멘터리로 리메이크했다.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재환 감독의 ‘쿼바디스’는 앞의 두 영화와는 시각을 달리한다. ‘제자 옥한흠’과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의 성격이 한국 근현대 교회사에 결코 잊을 수 없는 기독교인물열전이라면, ‘쿼바디스’는 현대 한국의 대형교회의 세속화를 비판하고 있다. ‘예수님을 팔아 장사하는 사람들의 좌판을 엎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성경적 삶으로 세상의 모범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세상의 근심거리로 전락하고 만 한국교회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 있다.

세 편의 다큐멘터리의 소재와 내용은 달라도 이 영화들을 통해 관객들은 동일한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지금의 한국 교회와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며 자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즉, 옥한흠 목사와 손양원 목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어떠한 신앙생활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인지를 깨닫게 한다면, ‘쿼바디스’는 결코 저렇게 돼서는 안 되겠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다큐가 지루하지 않은 이유
다큐멘터리의 성공은 두 가지 요소에 좌우된다. 하나는 철저한 소재주의이며, 다른 하나는 그것을 의미화할 수 있는 시대의 상황이다. ‘소재주의’는 관객의 이목을 모을만한 사건이나 인물을 선택하는 일의 중요성을 뜻한다. ‘다큐멘터리’는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구성하거나 출연자의 탁월한 연기력을 요구하는 드라마장르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제자 옥한흠’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의 흥행 열풍 가운데 매우 적은 숫자의 극장에서만 개봉함에도 불구하고 눈에 들어오는 이유 또한 소재가 확연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황폐화되고 식량이 모자라는 지구 종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오락적 판타지에 불과하다. 영화 속 감동이 관객의 실존적인 삶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소재는 궁극적으로 관객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 다큐멘터리가 의미하듯, 그 소재는 작가의 상상 속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현실의 살아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공룡 다큐멘터리’처럼 상상력을 통해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공룡 이미지의 복원은 있을 수 있지만, 공룡 화석이라는 현실의 재료에 바탕을 두고 만든다는 점에서 그 역시 사실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통해 지금의 현실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성공한 다큐멘터리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의미가 있어야 한다. 자연다큐멘터리처럼 아무 때나 개봉해도 크게 상관없는 장르가 있지만, ‘제자 옥한흠’처럼 특별한 시점에 개봉해야만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제자 옥한흠’은 바로 오늘날의 교회 상황에 부응하는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교회의 상황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 문제점과 책임의 원인을 ‘제자 옥한흠’에서는 목회자에게 두고 있다.
“한국교회를 살리는 방법은 목회자가 날마다 죽는 것입니다.”

영화를 구성하는 옥한흠 목사의 생전 기록 영상들은 그가 한국교회의 현실을 걱정하고 미래를 안타까워하면서 남긴 설교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옥한흠 목사를 기억하는 주변인들의 인터뷰 역시 교회를 살리기 위해 애썼던 옥 목사에 대한 회고담으로 일관한다. 놀라운 것은 설교와 인터뷰를 중심에 놓고 제작된 영상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에 대해 걱정하며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현실을 깨우치는 말씀으로 다가오는 까닭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세우며 스크린을 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13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이 교회 밖 세상이 아니라 내부에서조차 심각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라고 답한 개신교 응답자는 47.5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2008년 65.6퍼센트, 2009년 56.4퍼센트, 2010년 59퍼센트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교회 안 성도조
차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현실에서 ‘제자 옥한흠’은 지금 한국의 목회자를 향해 쓴 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제자 옥한흠’ 이후는 누구인가?
‘제자 옥한흠’을 보는 관객들은 옥 목사 장례식에서 있었던 옥 목사 가족의 사진촬영 장면에서 눈물을 짓는다. 가족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없을 만큼 교회사역에 모든 것을 바쳤던 한 목회자의 인생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옥 목사의 차남은 이를 ‘코미디 같다’라고 말한다. 영정을 두고 비로소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한 목회자 가족의 안타까움은 세속과 타협해서 살고 있는 교회지도자들에게는 ‘공포영화’처럼 다가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2012년 영화 ‘한경직’이 개봉한 이후 2년 만에 ‘제자 옥한흠’이 세상에 나왔다. 목회자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 건 영화가 한국영화사에서 갖는 의미란 교파를 초월해서 기독교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 역사와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다음 영화에 이름을 걸고 등장할 목회자는 누굴까? 이 물음에 금방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행복한 기독교인이다.

강진구
고신대학교 국제문화선교학부교수. 영화평론가. 서강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저서《감성세대 여화읽기》이메일 moviejin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