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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조성준 - 드론을 통해 하늘의 시선을 담다

블룸버그 통신의 서울 주재 기자로 일하는 조성준 씨는 국내 최초로 드론 사진전을 개최한 드론 촬영계의 선구자다. 현재까지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그의 본업은 외신 사진기자다. 자신보다 드론을 1년 먼저 시작한 선배 작가를 찾아가 2개월동안 강습을 받고 매일같이 드론을 조종하며 연습한 끝에 여러 외신에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뿐 아니라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등 세계적 언론사에 사진을 기고한다.

지난 7월에는 2년 간 도시, 농촌, 자연 등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무인 비행기 드론으로 촬영하여 사진집 《드론 - 공중에서 본 세상》
(눈빛 간)에 담아 출간하기도 했다. 드론을 통해 하늘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정말 근사하다. 수평적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광활한 시선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드론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1인 기업인 드론이미지를 창립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드론 촬영 전문회사로 성장시키고 있다. 드론으로 하늘의 시선을 찍는 사진작가 조성준 씨와 서면 인터뷰로 이
야기를 나누었다. 글 김지언 사진제공 조성준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드론 비행 중인 조성준 작가

대학 시절에는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드론 사진은 어떻게 찍게 된 건가요?
발뒤꿈치만 들어도 달라지는 것이 사진 앵글입니다. 사진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시각보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담으려고 하죠. 대학 시절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했지만 2004년 세계적인 항공사진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사진을 보고 항공사진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하늘에서 본 지구’ 사진전을 했거든요. 얀의 사진은 대부분 헬기에서 촬영한 항공 사진입니다. 저 역시 헬기를 타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학생 시절에는 언감생심이었고, 사진기자로 일하면서도 헬기를 탈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같이 사진하는 선배가 찍은 드론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이거다’ 싶어 드론을 구입했습니다. 지금은 드론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고 있고요.

드론으로 어떻게 사진을 찍는 것인지 작업 방식도 궁금합니다.
저는 중국 DJI사의 S1000 드론, Inspire 1 드론, Phantom 3 드론 이렇게 세 가지 드론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촬영 시 주로 사용하는 드론은 S1000 드론입니다. DJI사는 ‘드론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중국 기업으로,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퍼센트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고해상도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DSLR 카메라를 이용해야 하는데 S1000에는 DSLR 카메라를 장착해서 촬영할 수 있습니다. Inspire 1 이나 Phantom 3는 굳이 고해상도의 사진이 필요 없을 때 사용합니다.
드론에는 짐벌(Gimbal)이라는 카메라를 장착하는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짐벌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드론을 띄워 촬영합니다. 조종기를 가지고 드론을 조종하며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며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릅니다. 취미로 드론을 조종하는 분들도 많이 사용하는 hantom 3나 Inspire 1은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며 촬영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드론 촬영을 하기 전에 구글 어스나 다음 스카이 뷰 등을 통해 촬영하고자 하는 장소의 지형과 위치를 파악합니다. 드론 촬영 시간은 10분 내외로 길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미리 지형을 파악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중도 태평염전

드론을 통해 하늘의 시선을 담는데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요?
드론 사진은 수평적 시선에 길들어 있는 우리의 시선을 수직적 시선으로 변화시켜줍니다. 드론 촬영에서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재발견’입니다. 좋은 사진가는 평범한 대상을 그만의 시각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저는 드론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드론을 띄워서 전경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지상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들을 드론만의 수직적 시선으로 ‘재발견’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사진작가로서의 일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 평소에 더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대부분 일로서 사진을 찍지만, 하찮은 일이라도 매순간 주어진 상황에서 최고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최선을 다합니다. 날마다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다른 사진가들의 사진을 수백 장에서 수천 장씩 보며 영감을 얻는 것입니다. 또한 최신 테크놀로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노력하는데 드론 입문은 그중 하나입니다.

드론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작가님의 작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습니다. 예전에는 나무만 봤다면 이제는 숲도 볼 수 있게 되었죠. 사진가에게 시각이 넓어진다는 것은 엄청난 플러스인데 드론을 이용한 촬영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날마다 엄청난 양의 사진을 모니터 하는데 사진을 보면서 “드론으로 촬영하면 이러한 앵글이 나오겠다”라고 그림을 그립니다. 이 과정이 자기 발전에 큰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초보자들이 드론으로 사진을 찍을 때 유의할 점이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드론을 장난감으로 생각하는데 드론은 상당히 위험한 물체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져서 사람에게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드론의 프로펠러도 상당히 날카로워서 자칫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드론을 단순한 장난감으로 생각하지 말고 항상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조심해야 합니다.

화성 우음도 한국의 사바나라 불리는 우음도의 습지

블룸버그 통신에서 외신 사진기자로 활동 중이신데요.
제 본업인 외신 사진기자로 일하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을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같은 유수 언론에서 볼 때 보람을 느끼죠. 외신 사진기자로 일하기 때문에 평소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도 많이 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제가 평소에 작업하고 싶었던 드론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소, 자동차 부두,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대표적입니다.

사진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 가지만 나눠주세요.
오래전 출장으로 필리핀 마닐라의 슬럼가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현지 목사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창고보다 못한 좁디좁은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분은 평소에는 릭샤(오토바이 택시) 운전을 하면서 주일에는 사역하시는 대단한 분이셨죠. 목사님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기록했고 제가 다니던 교회 청년부에서 전시하여 헌금을 모았습니다. 그 헌금을 가지고 다시 필리핀을 방문해서 직접 인부를 고용하여 창고 같던 교회를 예배드릴 수 있는 곳으로 리모델링하는 걸 도왔는데,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무밭, 충남 서산

드론 사진 작업을 통해 느끼거나 발견하는 하나님의 성품이 있으신가요?
드론에서 촬영한 사진을 볼 때면 종종 찬송가 478장 ‘참 아름다워라’가 떠오릅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면들을 보면서 창조주의 섭리
를 느끼곤 하지요. 특히 2절의 가사 “망망한 바다와 늘 푸른 봉우리다 주 하나님 영광을 잘 드러내도다”와 사진이 매치될 때면 전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꼭 찍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통일이 되어 북한에 갈 기회가 있다면 북한의 풍경을 드론으로 담고 싶습니다. 북한을 항공사진으로 제대로 기록한 것을 본 적이 없거든요. 꿈이 이루어진다면 ‘하늘에서 본 한반도’ 전시회를 할 수 있겠죠.

사진작가 조성준 www.sjch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