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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BE studio 박효빈 디자이너

벽화는 그곳을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이화동, 부산 닥밭골 등 벽화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벽화를 그리며 복음을 전하며 선교하는 청년이 있다. 헤베 스튜디오 디자이너 박효빈 씨다.

디자이너를 하기 전 그의 직업은 타투이스트였다. 모태신앙이었지만 하나님을 믿는 게 어려웠다. ‘살아 계시면 내 삶에 개입해보세요’라는 것이 그의 유일한 기도제목이었다. 타투이스트와 그림 그리는 작가로 ‘내 작품이 제일 소중해’라는 마인드로 살았다.

그러다 스물세 살 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타투이스트를 계속 할 수 없었다. 예수님 앞에서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됐다. 예수님을 믿고 그 자신이 가장 많이 변했다. 주변은 바뀐 것이 없었지만 보는 의식이 새롭게 깨어났다. 타투이스트로서 삶을 내려놓고 호주로 떠났다. 주님이 주신 생각만 붙잡고 무작정 간 것이다.
‘효빈아, 호주에 가면 말씀을 배우게 될 거야. 의식주를 맡기는 삶이 무엇인지도 알게 될 거야.’

하나님은 한 치의 오차 없이 그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호주 엔크리스토장로교회(담임목사 유인열)에서 일대일로 양육을 받으며 신앙의 기초를 새롭게 쌓았다. 중남미에 위치한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선교를 갔던 일은 그의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2주 간의 사역이 끝나고 선교사님이 ‘이곳에 그림을 그려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셨다. 박 씨는 아무 생각 없이 벽에 천사를 그렸다. 아이들이 그의 천사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태어나서 그림을 처음 봐요. 너무 감동적이에요.”

도미니카 공화국의 빈민가에 사는 아이들은 동화책이나 그림책 한 권도 보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다. 처음 그림을 보는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고 보니 대학생 때 봉사활동으로 벽화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것이 지금 벽화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그가 운영하는 브랜드 ‘HEBE’는 ‘주 안에서 영원히 겸손하고 행복하라’는 뜻을 담았다. 남들과 차별화된 가치를 찾고 패션과 브랜딩으로 표현한다.

헤베 스튜디오를 시작하면서 1년 중 10개월은 디자인에 힘을 쏟고, 나머지 2개월은 그림으로 선교하기로 하나님께 약속했다. 지난여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는 고려인들이 다니는 학원, 지역 교회 등의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것이다. 따로 사례비는 받고 있지 않다. 벽화는 기본색의 페인트로 최대 3박 4일 동안 그리는 편이며, 한 번 작업이 시작되면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일정이다.

의성에서 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출발하기 전부터 가기 싫은 마음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도착하니 허허발판에 흰 벽으로 된 교회가 있다. 복잡한 마음 탓에 빨리 벽화를 그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벽화를 요청한 목사님이 그에게 왜 그림을 그리는지 질문했다. 그는 ‘세상에 벽이 많아서’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벽화를 완성하고 집으로 돌아가 한동안 잊고 지냈다.

카카오톡으로 벽화를 그린 후의 피드백을 받았다. 흰색 벽일 때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는데 벽화가 그려지자 그것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은 인증샷이 수두룩했다. 교회 담벼락으로 연결된 집에 살던 믿지 않는 노부부가 벽화가 그려진 후 교회를 찾아왔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도 들었다. 뒤늦게 담임목사님이 준 ‘십자가 조각’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왜 벽화를 그려야 하는지 명확히 깨달았다. ‘예수님’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고, 하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 ‘온전히 사용되는 깨끗한 통로가 되겠습니다’라는 기도를 빼놓지 않고 있다.

그는 다음세대를 세우는 아트스쿨이 세워지길 기도하고 있다. 자신의 디자인이나 그림으로 은혜를 전하고 싶다. 엔크리스토장로교회와 함께 12월 28일부터 2월 26일까지 호주와 볼리비아로 그림 선교를 떠난다. 두 달 간의 여정 가운데 하나님의 일하심이 기대된다.

HEBE studio 박효빈 www.facebook.com/hebestyle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