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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트럭 여행자 김현두

석양이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분홍색 ‘커피트럭’에 한 청년이 앉아 있다. ‘어제는 가평 오늘은 인천… 매일 다른 곳에서 카페 위치를 알려요’라는 멘트가 이어진다. 국내 한 통신사가 선보인 TV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광고의 주인공인 김현두(34,진안제일교회)는 실제 커피트럭을 몰고 전국을 여행하며 자신의 커피트럭 위치를 알린다. SNS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된 그는 자신의 여행 이야기로 광고까지 찍었다. 여행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위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하나님을 만났다. 그의 어머니를 극진히 돌보던 교회 사람들에게 감동해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던 것.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사회생활을 했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를 모시면서 마음씨 착한 자매와 가정을 이루기를 꿈꾸었다. 그러던 29살의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죽음은 그의 삶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혼자가 된 후, 자신이 일과 꿈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이 보였다. 회사를 퇴직하고, 꿈꾸던 대로 재미있는 인생을 살기로 했다. 커피트럭을 몰고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책에서 찾아냈다. 핸드드립커피를 파는 노점 이야기와 여행을 접목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2012년 만우절에 훌쩍 여행을 떠난 것이다.

딱 1년만 자유롭게 세상 구경을 하고 돌아오자는 마음으로 떠난 길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커피트럭 여행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에게 여행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배우며, 삶이 채워지는 과정이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는 꿈을 발견했다. 그는 이제 고향인 전북 진안에 ‘공간153’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문화에 소외된 지역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김지언 사진 김현두 제공

의미있는 ‘하루’를 선물하다
부모님의 부재 이후 그는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하루하루 무기력했다. 하나님께 왜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간 것인지 따지듯 물었다. 그 아픔 속에서 하나님의 위로와 주위 사람의 격려로 그 시간을 지나왔다. 그는 자신의 청춘에게 의미 있는 ‘하루’를 선물하고 싶어 긴 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한다.

중고 매물로 나온 트럭을 구입해 원두와 카페도구를 싣고, 텐트와 침낭, 생필품 몇 가지를 챙겼다. 트럭에 ‘공간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수도권 외곽, 전라남도와 부산·제주 등을 주로 돌았다. 중간 중간 차를 세워 이동식 커피숍을 만들어 커피를 팔고 여행도 했다.

“처음 1년 동안 카페 운영 노하우 등을 배우기 위해 100여 군데의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카페와는 상관없이 발길 닿는 대로 1년간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늘 저에게 현실이 었지만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제 인생이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카페를 돌아다니며 시작한 여행은 어느새 사람을 만나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그는 여행으로 일상에서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하루를 기록한 글과 사진은 《사람을 여행합니다》(양문 간)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그는 일상 자체가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매일의 삶에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만족하며 일상을 살기 때문이다.
“저는 여행을 하면서 일상의 작고 소중한 기억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가진 물질에 만족하기, 소중한 인연에게 기뻐하기, 내가 누워 잘 수 있는 작은 집에 만족하는 것부터요.”

다양함을 만나는 통로, 여행
그의 모습을 담은 광고가 나온 후에 김현두 씨는 강연으로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많아졌다. 작년 겨울방학이 되기 전에는 1달 반 동안 20개의 학교를 방문해 만 오천 명 이상의 청소년을 만났다. 청소년 가운데 몇 명이라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저는 학생들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여행의 기억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사람책’이 되어주려고 늘 여행하며 강연을 다닙니다. 타인의 꿈과 선택을 눈치 보며 살지 말라고 말합니다. 자신에 대해 공부하라고 당부해요.”

광고에 출연한 뒤 그를 알아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생겼다. 그들은 김현두 씨처럼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여행의 현실을 가감 없이 말해준다.

여행이 삶이 되면 불편한 점이 많다. 깨끗하게 씻고 따뜻한 곳에서 밥을 먹는 일상적인 일들은 포기해야 한다.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화장실에서 일회용 컵으로 몸을 씻어야 할 때도 있다. 돈이 없어 텐트에서 한뎃잠을 자야 한다. 밥 역시 라면처럼 간편히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때우기 일쑤다. 그럼에도 그는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여행에서 사람을 얻다
여행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부모의 부재 이후 그는 여행에서 고독을 느꼈다. 그때 “주께서 나의 슬픔이 변하여 내게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시 30:11)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이 말씀이 용기를 주었다.

“외로움의 경험이 저를 더욱 강하게 단련할 것임을 믿습니다. 외로울 땐 저를 외롭게 두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됩니다.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합니다. 남을 알아가는 것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 게 더 많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스스로 고독한 시간을 다뤄가길 바랍니다.”

그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여행의 여정을 ‘그분의 선물과 축복’에 비유했다.
“나중에 이렇게 아름다운 삶을 어떻게 살게 됐냐는 질문을 받으면, 하나님이 가능하게 하셨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행하면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세상에는 작은 예수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 친구들을 여행에서 만나면 ‘나도 예수님을 닮아가야지 그리고 노력해야지’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렇게 타인에게 좋은 영향력을 받으면서 조금씩 제 삶도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여행을 통해 가장 많이 변한 건 누구보다 그 자신이었다.

커피트럭 여행가 김현두 www.facebook.com/gonggan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