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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음성 오디오북》의 목소리, 성우 노계현

‘성우’ 하면 주로 떠오르는 역할이 ‘더빙’이다. 외화, 애니메이션, 지하철 안내방송부터 라디오 드라마까지 목소리가 필요한 곳에는 반드시 성우가 있다. 목소리의 성격과 감정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성우’는 매력적인 직업임이 분명하다.

요즘에는 성우의 역할이 목소리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TV나 라디오에서 직접 성우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의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가장 위로가 되는 음성은 주님의 음성이지 않을까. 그 음성을 직접 녹음한 성우가 있다. 《주님의 음성 오디오북》을 약 1년의 시간 동안 녹음한 성우 노계현 씨다.

그의 음성으로 전 세계 600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 이 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녹음을 진행하며 일어난 에피소드와 함께 그가 만난 하나님을 들어본다. 그는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가 크리스천에게 주님의 위로의 음성을 전하는 통로가 되길 기대한다.

글 김경미 사진 도성윤

목소리 연기를 잘하려면
성우 노계현은 1999년 MBC 15기 전속성우가 됐다. 어렸을 때 연기자를 꿈꿨지만 남들 앞에 서면 부끄러움을 많이 느껴 선택한 꿈이 성우였다. 일반적으로 방송사 성우 공채 시험의 경쟁률은 200~300대 1이다. 성우도 배우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단련하는 만큼 수준 높은 연기력을 요구한다.

“연기에도 종류가 다양한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잘 못 했어요. 연기자보다 성우가 저한테 맞는 것 같았어요. 10년이 넘었지만 목소리 연기도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낍니다.”

노계현의 목소리는 정의의 용사나 청년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표현력도 다양해서, 영화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에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남자 역할(나환자 왕초, 손양원, 큰 아들 동인, 군인)을 목소리로 모두 연기했다.

목소리 연기를 잘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감각은 타고나야죠. 작가가 글을 잘 쓰려면 공통적으로 책을 많이 읽잖아요. 목소리 연기를 잘하려면 TV, 드라마 등을 많이 본 사람들이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봐요. 예술은 무에서 유를 만들고, 모방에 창조를 더해 연기로 표현되니까요. 목소리를 관리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몸이 건강해야 목소리도 좋겠죠?”

성우의 목소리 연기는 상상력이 더해질수록 빛을 발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요정이나 외계인 목소리를 연기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그는 말했다. 외국영화를 더빙할 경우에는 그 배우에 따라 정형화된 목소리의 틀이 있다. 잘생긴 역할은 목소리부터 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표현한다.

애니메이션은 가공의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표현할 수 있다. 어떤 목소리를 들어보지 않고 표현할 때 느끼는 재미만큼 목소리로 연기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세상에서 돈을 벌 때 내가 원하는 녹음만 할 순 없어요. 예를 들면 마귀같이 악한 역할에 대한 의뢰가 들어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놓고 일하는 편이에요. 교회에서 목소리 녹음을 할 경우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감당하고 있어요.”

그는 《주님의 음성 오디오북》이 365일 분량의 녹음이었기에 영적 부담감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주님의 음성》은 제가 좋아하는 책 중의 한 권이에요. 그 책을 녹음할 기회가 주어진 자체가 감사였죠. 처음에는 한두 달이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녹음실이 문을 닫거나 장비 고장으로 두세 군데 옮겨가며 거의 1년을 녹음했어요. 작업이 오래 걸리니까 성령충만한 상태에서 녹음하지 못할 때도 있었죠. 그분의 음성을 대언하는 식으로 했어야 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어요.”

말씀과 성령, 십자가 복음의 고백
그는 보수적인 교단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열심을 내는 신앙생활에 집중했다. 어느 날 마음의 기쁨과 평안이 없고 삶의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영적인 권태감이었다. 그 시기에 그에게 성령님을 깊이 만나는 기회가 찾아왔다.

“꾸준히 헤븐리터치 (HTM) 월요말씀치유집회를 다니면서 성령님을 깊이 만났어요. 그 이후에 제 판단을 내려놓고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게 됐죠. 제 신앙의 방향성을 돌이켜보면 지금은 ‘말씀과 성령, 십자가의 복음’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그는 인터뷰를 할 당시에 문대식 목사의 《성령사역자가 되라》를 읽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신앙적 기준은 다양한 기독서적을 읽으며 세워졌다.

“십자가 복음에 대한 신앙서적의 종류가 많잖아요. 한 달 전에 고(故) 김응국 목사가 쓴 《십자가》를 보면서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읽으면서 마음이 찔렸어요. 좀더 일찍 봤으면 좋았겠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매일 자아의 죽음을 선포하기 시작했어요.

‘주님, 저의 자아는 십자가에서 죽었습니다. 제 안에 계신 예수님께서 저를 변화시켜주시고, 사로 잡아주십시오. 저의 말과 삶을 통해 주님만 나타내주세요’라는 자아의 죽음을 선포하는 기도를 매일 해요. 평생 기도로 고백하다보면 언젠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해요.”

암송으로 마음을 새롭게
노계현 성우는 마음의 위로를 ‘말씀암송’에서 얻는 편이다. 그는 20살 때 마태복음 1장의 족보를 암송했다. 암송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가장 어렵게 생각했던 마태복음 1장의 족보를 선택할 정도였다.

“저는 말씀암송을 좋아해요. 방송계에서 일하다보면 마음이 우울해질 때도 있잖아요. 그때마다 암송했던 구절을 마음속으로 계속 묵상해요. 아플 때는 치유의 말씀을 암송하고, 마음의 평안이 없을 때는 평안과 관련된 말씀을, 두려울 때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암송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암송과 방언기도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아요.”

2015년 노계현 성우는 자신의 일을 통해 나타날 하나님의 영향력을 기대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있잖아요. 크리스천들이 착하고 법을 잘 지키는 특징은 있는데 저부터도 삶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성령충만한 작가가 쓴 글을 통해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고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낫기도 하듯이, 제가 하는 일을 통해 꼭 하나님만 나타나셨으면 좋겠어요.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마음으로 하나님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겠죠.

크리스천이라면 청지기의 직분을 감당해야 하잖아요. 연기의 감각과 목소리로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사용하고 싶어요. 제 삶으로 주님만 높이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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