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서 남을 위해 사용하는 비누가게가 있다. 바로 ‘어글리솝’이다. 이곳은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을 매달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용한다. 벌어서 남주는 ‘어글리솝’을 오픈한 20대 후반의 한송희 대표는 이곳을 통해 뜻하지 않게 열리는 길들을 발견했다. 1년 반 동안 어글리솝을 운영하며 팔린 비누만큼 남을 도울 기회를 얻었고,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나눔을 배웠다.
도움을 준 이들과 관계가 깊어지고 소통했던 경험은 어글리솝이 아니었다면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하나님을 만난 후 청년의 시기에 하나님만을 쫓으며 나아가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부르심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주길 소망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한상희 대표, 그 믿음의 도전을 응원한다.
글 김경미 사진 도성윤
비누로 선교하는 독특한 가게
‘어글리솝’은 이름 그대로 ‘못생긴 천연비누로 예뻐지자’는 뜻이 담긴 가게 이름이다. 보통 비누는 잘 다듬어진 상태로 판매된다. 반면 어글리솝 한상희 대표는 어차피 닳아 없어지는 비누라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양의 비누를 주기 위해 성형하는 과정을 뺐다. 그래서 이곳의 비누는 다른 곳보다 비누의 양도 많고 질 또한 좋다고 자부할 수 있다.
“100퍼센트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비누를 만들고 있어요. 화학방부제나 응고제 등이 들어가지 않아서 피부에 잘 맞아요.”
그녀는 3년 전부터 천연비누를 사용하면서 다른 이들도 같이 쓰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전까지 비누를 만드는 것은 그녀에게 취미생활이었다. 잘 만든 비누를 도매로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그쳤다.
어글리솝을 운영하기 전에는 마케팅 관련 일로 많은 돈을 벌었다. 이렇게 벌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꽤 큰돈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이 불편해서 무조건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줄 알았다. 모태신앙이었지만 하나님을 형식적으로 하나님을 믿었기 때문에 나름 합리화 하면서 돈을 벌었던 것 같다. 통장에 쌓이는 숫자를 보며 돈을 버는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돈은 벌면 벌수록 지켜야 한다는 무게감과 압박감이 조여 왔다. 막상 많이 벌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 장면에서부터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 일을 계기로 하나님을 만났고, 삶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난 후, 돈에 대한 관점부터 바뀌었다. 더 이상 돈 때문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아주 어린 시절에 겪었던 기억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렸다. 자살까지 시도하려다 어머니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었다. 병원이 주는 약을 먹어도 봤다. 하지만 주님을 만나고 우울증을 극복했다. 행복을 느낄 수 없었던 마케팅 관련 일도 그만 두었다. 그녀의 삶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지만 감사하다는 고백이 흘러나왔다.
벌어서 남 주는 철학
그러던 차에 잊고 있었던 ‘비누’ 생각이 났다. 교회 교우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비누 만들기를 배우다보니 자격증을 땄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 대표가 처음부터 운영비를 제외한 100퍼센트 나눔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 이야기’ 사역을 하는 이를 통해 믿음의 도전을 받은 것이었다. 그렇게 지난 9월부터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기며 나아가는 가게를 만들 수 있었다.
어글리솝을 오픈할 때는 비누 하나를 팔더라도 무언가 감동을 주고 선교의 마음으로 흘려보내자는 생각이었다. ‘돈을 벌자’가 아니라 ‘선교하자는 마음’이었다.
꽃거지의 남미 학교 짓기, 헌혈축제 세아이, 소셜 청년 NGO 기부, 희망대출, 네이버 웹툰샵과 콜라보 작업 등 다양한 비누들이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도움을 준 이들과 관계가 깊어지며 소통하는 즐거움도 느꼈다.
힘든 상황이 올 때마다 겨우 운영해나갈 때도 있지만 하나님이 만나게 해준 관계에서 깨닫는다. 힘들지만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 가운데 있다는 것, 그리고 벌어서 남을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 하는 것이었다. 벌어서 남주는 철학을 통해 배운 것은 하나님은 돈의 많고 적음으로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위해 살지 말자
어글리솝은 하나님의 사랑을 공급받는 그녀의 원동력이다. 그분의 마음을 흘려보내는 통로이지만 멈추라고 하시면 언제든 멈출 준비가 되어 있다. 그녀는 청년으로서 돈을 벌거나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주님 바라보기’를 꼽았다.
한 대표 역시 청년이기 때문에 그 시기가 힘들고, 고민도 제일 많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한 취업사이트의 운영관리를 하면서 이 시대 청년의 현실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되지 않았을 때 스스로를 낙오자로 낙인찍고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 청년들에게 그녀는 말해준다. 삶이 한 가지 방법만 있지 않으니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또 SNS 등에서 떠도는 좋은 말에도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과의 비교는 절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남들이 말하기 전에 자신 스스로 비교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고 권면했다.
“하나님의 자녀라면 허락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세상의 가치관으로 사는 게 아니라 온전히 주님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해요. 하나님 안에서는 모든 고난을 선하게 쓰시더라고요. 오늘 하루도 허락된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축복합니다.”
기독 청년이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자기 꿈을 가지기 전에 하나님을 먼저 사랑하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분을 바라보고 교제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해요. 저는 그 방법이 말씀인 것 같아요. 그런 걸 만나는 사람을 통해 깨닫게 하시는 것 같아요. 하루를 돌아보면 내 마음대로 산 것이 많죠. 엉망진창이에요. 그것조차 깨닫게 해주는 것조차 은혜인 것 같아요.”
그녀는 어글리솝을 통해 다른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도 중이다.
“지금보다 더 매출이 일어나서 일손이 필요하게 된다면, 아픈 사람들과 같이 어글리솝을 꾸려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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