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탈북민과 통일에 대한 영화 <아유레디?> 관계자가 “우리가 북한 사투리를 쓰는 이들을 무시한다”고 말할 때, 마음이 불편했다. 우리는 한민족이라고 말하면서도 탈북민조차 품지 못한다는 사실을 딱 꼬집어주니 말이다.
하나님은 지금 우리에게 이 영화를 통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 아직 열리지 않은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하신지 궁금해졌다. 영화감독 허원을 만나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니, 통일을 향한 하나님 마음이 두 배가 되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실제로는 통일과 북한에 별 관심이 없는 우리의 관점으로만 보면 북한에 대한 영화 한 편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하나님의 소원이 통일이라면 관점이 달라진다. <아유레디?>는 그동안 가까워서 오히려 몰랐던 북한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에 대해서도 기준을 잡아준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고, 삶과 생각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났으면 한다
글 김경미 사진 도성윤
영화 <아유레디?>는 어떤 내용이며, 왜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시겠어요?
분단 이후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의 남북통일을 위한 기도가 응답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통일을 못하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 답을 찾으면 통일이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이 남북통일을 이루어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와 우리가 간과했던 중요한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에요. 영화 만드는 게 가장 좋았을 뿐이죠. 그런데 4년 전쯤 가을 새벽에 하나님께서 환상을 보여주셨어요. 사람들이 우레처럼 큰소리로 북한의 문을 열어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이었어요.
하나님이 그 사람들에게 ‘너희는 준비되었니(Are you ready)?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사랑하고 있니?’라고 물어보래요. 그때만 해도 하나님이 사람을 잘못 보셨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두 달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북한에 대한 부담이 계속 있었어요.
마음의 부담을 행동으로 옮긴 결정적 계기가 있으셨겠네요.
아는 목사님이 주일에 자기 교회에 왔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주셨어요. 안 가려고 했는데 토요일에 생각이 나서 주일에 아침 일찍 예배드리고 찾아갔어요. 그날 벤 토레이 신부님(예수원 대표)이 설교하셨어요. 설교의 첫 시작이 저에게는 완벽한 하나님의 사인이었어요.
“우리가 60,70년 동안 통일을 위해 기도해왔는데 왜 통일이 되지 않을까요. 기도가 부족해서일까요, 아닙니다. 그러면 왜 통일을 주시지 않을까요.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세요.”
구석에서 듣고 있다가 엄청 울었어요. 그의 말이 저에게는 하나님이 물어보신 것처럼 들렸어요. 하나님이 통일과 관련해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시다는 마음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기도하며 북한과 관계된 사역자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촬영하면서 고생하고 느낀 점이 많으셨겠습니다.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깨닫게 하신 게 있었어요. 미국에서 촬영하는 동안에 하나님께서 제가 그전에 일하던 방식과 다르게 하게 됐어요. 저희 팀을 재우시고, 먹여주시고, 만날 사람을 만나게 하셨어요. 돈이 없거나 상황이 안 되면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풍성하게 채워주시는 경험을 했지요.
주님이 ‘너는 돈 없이 나만 있으면 살 수 있겠니?’라는 마음을 주셨거든요.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서 가이드해주신 목사님께 물어봤어요. 목사님도 자신이 없다며 제 생각을 대신 말해주었어요. 하나님과 돈을 동시에 사랑할 수 없는데, 제가 딱 그러고 있었어요. 그런데 뉴욕에서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영화 만드는 데 쓰라고 헌금해주셨어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하나님께 잘못했다는 기도가 나오더라고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제가 진짜 믿는 건 돈이었어요. 3개월 시간이 지나고 다시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는 멈추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런 기간을 겪지 않았으면 저는 이후에 만날 분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어요. 뉴욕에 다녀온 후 하나님이 전지전능한 분이시라는 믿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아유레디?>를 제작하면서 감동받고 느낀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사실 저는 굉장히 세상의 가치를 쫓아 살았던 사람이에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제가 가장 많이 바뀌었죠. 영화에 출연하신 분들 가운데 원래 알던 사람은 한 분도 안 계셨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하나님이 이런 영화를 만들라고 해서 왔다니까 가족이 되어주셨지요. 사실 저명한 분들을 인터뷰하면 이 영화의 가치를 많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편집할 때 다 넣어두었는데 한 명씩 뺐어요. 내가 영화를 보여주면서 의지하는 게 어떤 분들이 가진 권위, 명예, 영향력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못 넣겠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인물은 목동이었던 다윗이에요. 멋지게 보이는 사울 왕과 목동 다윗이 있으면 왕에게 시선이 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이 보이고 느껴지는 분들이 귀하더라고요. 영화에서 만난 분들에게서 하나님 형상을 봤어요. 저도 그 모습을 닮고 싶더라고요.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인데요. 저는 하나님 나라 영광을 위해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하나님께서는 남한과 북한에 다른 성향의 교회를 만드셨어요. 남한은 번영하며 풍요로운 교회를, 북한은 예수님만 의지하는 교회로요. 마지막으로 주님 오실 길을 가장 잘 예비할 수 있는 상황을 대한민국에 만들어두신 것이죠.
따라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두 나라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것이 통일이 가진 가치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었던 사람들인데 어떻게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었는지, 복음의 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나라라는 거죠.
영화제작을 통해 기도제목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요즘 제 주변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많이 해요. 영화에서 말하는, 통일을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가 내 옆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하는 거잖아요. 예전과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무엇을 해달라는 기도를 잘 안 하게 된 것입니다.
영화감독으로서 생각도 바뀌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영화 만드는 일이잖아요. 처음에는 ‘하나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하면서 사람들을 교회로 나오게 할 수 있는 영화를 하려고 했어요. 이번 영화 끝나고 나서 깨달았던 것 중에 하나가 종교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고 다 성경적인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가르치시는 성경의 가치가 담긴 영화, 미디어를 만들고 싶어요. 성경의 가치가 담긴 영화로 소통하고, 그 가치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끝날 때까지 울면서 읽었던 책인데요. 남한과 북한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오대원 목사님이 쓰신 글이지만 그의 생각이 아니라 그를 통해 하나님이 쓰신 글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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