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단톡 방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중 어느 분의 한마디 "아이고.. 다들 집안에 우환이 많으시네요.." 순간 '아... 우리가 내뱉는 말들 중 감사의 말이 이리 메말라 있었구나. '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은혜고 감사인데 우린 부족하고 힘든 것만 보며, 채워달라고 힘들다고 불평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같은 그릇에 채워야 한다면 감사로 채우는 하루가 되길 원합니다.
우리 입술에 감사로 채워질 때 주님의 인도하심 따라가는 길에 더 큰 기쁨이 넘칠 것을 믿습니다.
몇 년 전 송구영신예배 때 있었던 일이다.
그해, 성도들을 격려하고 위로해주고 싶어서 교구장들의 추천을 받아 한 해 동안 이런저런 일로 마음고생하며 수고한 세 가정을 선정하여 송구영신예배 때 앞으로 모시고 기도와 격려도 해드리고 선물도 드리기로 했다.
그때 초청하여 앞으로 모신 가정 중에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에게는 아직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가슴 아프게도 그 어린 아기에게서 신경모세포종이란 일종의 암이 발견되어 항암 투병 중이었다. 어린 아들의 투병 과정을 돌보면서 그 젊은 부부가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겠는가? 그날 젊은 부부는 참 많이도 울었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연락을 했다. 그러자 아이 엄마에게서 장문의 메일이 왔다.
아이가 생후 50일 되던 무렵 원인 모를 고열로 소아과에 들른 것으로 시작하여 눈물 나는 투병 생활이 담겨 있었다. 어린 아기에게 주사바늘을 꽂는 것만 봐도 마음이 무너져 내렸던 지난 아픔이 그 메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글 중에 내 마음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붉어진 대목이 있었는데, 아팠던 시간을 담담하게 피력하던 편지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 엄마는 이런 고백을 했다. “지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지나갔고, 슬프고 우울할 것만 같던 시간이 감사로 채워졌습니다.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감사의 내용이 내 삶에 가득합니다.”
투병 생활 중에 엄마가 누릴 수 있었던 감사가 무엇이었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성도들이 삶의 고난 가운데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자녀의 일탈 때문에, 병을 만난 것 때문에, 취업이 안 되는 것 때문에…. 그러나 그 고통 중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할 때, 그 과정을 되돌아보니 아픔만 있었던 게 아니라, 거기에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나의 인생이 감사로 채워졌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너무나 귀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우리가 아프리카로 달려가야만 사명을 감당하는 게 아니다.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무겁지만, 내게 주어진 현실을 이겨내려고 수고하고 애쓰는 그 모든 몸부림이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내게 택정함의 비밀을 알려주셨기에 나는 반드시 이 고비를 이겨내야 한다’라며 이를 악물고 견디는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힘들지만 오늘도 우리가 머문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따로 구별하여 택정해주신 그 사명을 깨닫고 집중력 있는 인생길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복음으로 산다>이찬수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