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몰스텝

[스몰스텝 #07] "스몰 스텝, 흔한 자기계발서 내용 아니야?" 강의 참석자가 꼭 하는 질문 6가지

밤새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분 단위로 브런치(일반인 작가들이 글을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구독자 수가 늘었다. 하룻밤에 400번 이상의 공유가 있었고, 3,000 명 이상이 글을 읽었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스몰 스텝’이란 글을 브런치에 소개한 결과다.

비슷한 경험이 얼마 전에도 있었다. ‘매일 잠들기 전 5분, 하루 세 줄 쓰기’란 글은 1,300번에 가까운 공유가 있었고, 13,000명 이상이 읽었다.

남다른 반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왜 사람들은 이런 주제에 끌리는 걸까? 강의를 통해 몇 가지 질문을 받았고 스스로도 품어왔던 몇 가지 의문에 답해보려고 한다.

#01. 스몰 스텝, 결국 좋은 습관 만들자는 얘기 아닌가?

맞다. 그런데 아니다. 형식은 ‘습관 만들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스몰 스텝의 목적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장 큰 목적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즉 ‘자기 발견’의 솔루션으로서 접근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브랜드 전문지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창업자들과 성공한 CEO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타인과의 비교나 경쟁보다는 가장 ‘자기다운’ 모습에서 차별화의 방법을 찾는다는 점이다. 나는 그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 방법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스몰 스텝이다.

자기 일에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한 번에 큰 성취를 거두려 애쓰기보다는 늘 하던 일을 꾸준히 지속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단기간의 성급한 성취보다는 지속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이다.

스몰 스텝은 이런 점에서 나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아주 작은 일도 반복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가설에 대한 믿음을 얻게 된 것이다.

그들은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해냈고,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했다. 나는 스몰 스텝을 통해 그 일에 동참했고 변화를 경험했고 그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확신한다. 결국 스몰 스텝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02. 스몰 스텝, 흔한 자기계발서의 내용 아닌가?

맞다. 그런데 아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나 역시 1년에 100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었고, 누구보다 그 글과 말들의 허망함을 많이 경험했다. 하지만 스몰 스텝은 수백 권의 자기계발서가 만들어내지 못한 변화를 1년 만에 만들어주었다.

스몰 스텝을 통해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나를 조금 더 신뢰하게 되었다. 인생을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하지 않게 되었고 일상과 순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매일 세 줄을 쓰고, 산책을 하고, 필사를 하는 것이 당장 큰 변화를 만들어내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래서 내가 싫어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다시 말하지만 스몰 스텝은 자기계발이 아닌 ‘자기 발견’의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성취나 성과나 성공은 그다음 문제다. 나는 1년 전보다 조금 더 나에 대해 더 많이,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내게 ‘더 맞는’ 삶에 도전할 수 있었다.

#03. 어떻게 작심삼일의 벽을 넘어 스몰 스텝을 지속할 수 있는가?

좋은 브랜드는 한 번의 성공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히트상품으로 좋은 브랜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 들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삼 일 정도 흥분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많다. 한두 달 정도 열심히 블로그를 하는 사람도 많다. 두세 달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은 흔하다. 하지만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평만 2년을 꾸준히 썼더니 파워 블로거가 되었고 네이버 ‘오늘의 책’에서 서평 요청이 왔다. 한 해 동안 온라인 서점에서 서평으로 받은 적립금만 백만 원에 가까웠다.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이런 일들이 특별해 보이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스몰 스텝 플래너를 기록한다. 매일 그 결과를 체 크한다. 단축키 하나를 익혀도 체크를 하고, 가계부를 한 번 써도 체크를 한다. 낯선 사람에게 인사를 한 번 해도, 팟캐스트 하나를 듣고 TED 동영상을 봐도 체크한다. 그것이 주는 ‘아주 작은 성취’의 기쁨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인간의 뇌는 단순하다. 체크하는 기쁨도 있지만 빈칸을 메우고 싶은 욕구도 있다. 스몰 스텝 플래너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스쿼트를 빼먹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고, 한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한 지가 오래되었으며, 이삼 주째 새벽 1시 전 취침에 실패하고 있는 내가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위축되거나 죄책감이 들기보다는 그 빈 칸을 메우고 싶어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두어 달을 계속하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성경 한 장을 읽고 좋아하는 칼럼니스트의 글을 옮겨 적는다. 스몰 스텝 플래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 다. 이 단순한 플래너가 스몰 스텝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힘은 바로 ‘피드백’이다. 나는 내가 하고 있 는 스몰 스텝에 대해 자꾸 소문을 낸다. 그들에게 말하기 위해서라도 의식하게 된다. 작은 칭찬과 격려, SNS의 좋아요와 댓글이 그 피드백들이다. 이렇게 글을 애써 써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04. 스몰 스텝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스몰 스텝이란 단어는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란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너무나 오래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검증한 방법론이다. 우리가 닮고 싶은 많은 사람들은 그 방법만 다를 뿐 저마다의 스몰 스텝을 갖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산책이 그렇고 다산 정약용의 메모 습관이 그렇다.

스몰 스텝은 개인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린’ 방식의 경영은 아주 작은 성공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가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은 개인과 기업, 공공 단체가 스몰 스텝의 방법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정교화한 것이다. 누군가는 ‘스몰 해빗’(Small Habit)이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전략’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방법론보다는 시작의 이유다. 내가 생각하는 스몰 스텝은 ‘Why’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나는 누구인가? 가장 나답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자기다운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년 동안 고민했고 수많은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났다. 스몰 스텝은 그 오랜 고민의 결과로 찾은 나만의 솔루션이다.

#05.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하루에 세 줄을 써보라. 하루 중 가장 안 좋았던 일, 좋았던 일, 그리고 내일에 대한 작은 다짐을. 점심시간이나 퇴근 할 때 20분만 걸어보라.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어보라. 그러면서 타인의 기대와 이목에서 벗어나보라.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고 그저 그 시간을 즐겨보라. 그런 시간을 보낸 지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얻은 에너지로 조금 더 섬세하게 가지를 뻗어보라. 그 때부터는 전적으로 자기 취향에 따를 일이다. 하루에 시 한 편을 읽을 수도 있고, 5분 동안 책상을 정리할 수도 있다. TED나 세바시 강연을 들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매일 한 곡씩 선곡할 수도 있다.

단, 가능하면 1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하고 부담이 된다고 느끼는 순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이 나에게 힘과 의욕을 주는지 살펴보자. 힘과 의욕을 주는 일들을 하다보면 그게 바로 내 취향에 맞는 일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나만의 취향을 발견한 이후에는 지속가능한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테스트해보라. 정말 그것이 당신다운 스몰 스텝이라면 자연스럽게 다른 스텝들로 뻗어가게 될 것이다.

#06. '나다움'이란 자기 자신을 세우는, 하나님을 반하는 자기 의가 아닌가?

이 모든 생각의 처음에는 내가 믿는 하나님이 있다. 때로는 그 분을 원망한 적도 많았다. 버거운 세상 살이에 굳이 나를 이 세상에 보낸 이유를 찾지 못해 헤맨 적도 많았다. 자유 의지로 주신 욕망의 덫에 빠져 헤맨 적도 여러 번이다. 가끔은 여전히 헤매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믿음 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 분은 우리를 각자 다르게 만드셨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뛰어나게 만드셨다. 세상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아무리 점수와 스펙과 연봉으로 우리를 재단해도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 왕 같은 제사장이다.

그것을 세상은 '자존감'이라 부르기도 하고 '나다움'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하나님을 믿는 우리나 하나님을 모르는 그들이나 그런 삶과는 먼 삶을 너무나 오래 살아 왔다.

나를 신앙으로 인도한 한 권의 책은 미우라 아야꼬가 쓴 '빙점'이라는 소설이다. 그 작품도 인상적이었지만 나는 작가의 삶을 통해 살아 있는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평생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하나님을 믿는 삶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그와 주변의 크리스천들은 말 그대로 성경대로 살았다. 조그만 가게를 하나 하면서도 예수님처럼 사람을 맞았다. 조건 없이 결혼하고 이유 없이 사랑했다. 앞집에 그늘을 만든다는 항의를 들으면 짓던 집도 허물었다.

작가의 삶은 초라했고 소설로 얻은 영광도 단 한 번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후로 남긴 수필들은 하나님이 만드신 한 존재가 '자기답게' 살아갈 때 얼마나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었다. '나다움'의 본질은 그분의 '지으심'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왜 이 세상에 우리를 보내셨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그 분의 뜻에 합한 삶인지 알아야 한다.  스몰스텝의 모든 이야기와 경험들은 바로 그 한 가지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Conneting the Dots

스몰 스텝은 일상에 작은 점 하나를 찍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들은 하늘의 별이라는 점을 잇고 스토리를 입혀 별자리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항해사들에겐 목숨 줄이 되었고 목동들에게는 길잡이가, 아이들에겐 놀라운 이야기가 되었다.

스몰 스텝은 그렇게 내 인생을 발견해가는 작은 점이다. 매일 반복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습관 하나,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 갑자기 찾아온 기회 혹은 위기, 이런 것들을 기록하고 이어가는 과정이 바로 ‘나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나는 스몰 스텝을 매개로 수많은 사람들과 기회들을 마주했다. 한 스타트업 에서 스몰 스텝이라는 주제로 5주에 걸친 워크샵을 열었고 이를 매개로 서너 개의 모임을 만들어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지금도 스몰 스텝에 대한 강의를 제안받고 있고, 기업에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작은 점’들을 만나도 그냥 지나치지만 누군가는 그 점들을 이어 자신을 발견하고 차별화해간다.

나에게 스몰 스텝은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기 위한 작은 발전소다. 그렇게 하루에 충실할 수 있다면 그래서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루에 세 줄을 쓴다. 산책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누군가에게 끌려다니고 재단당하도록 내버려두는 삶이 아니라 가장 자신답게 사는 삶,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삶이 스몰 스텝을 통해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