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표(!) 스몰 스텝은 세 줄 일기다. 매일 아침 일기 세 줄을 쓴다. 어제의 좋지 않았던 일, 좋았던 기억, 그리고 오늘의 다짐을 한 줄씩 쓰는 것이다. 길면 10분, 빨리 쓰면 5분이면 족하다.
그렇게 몇 달을 꾸준히 쓰다 보니 나만의 작은 습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침에 못 쓰면 일하다가도 짬을 내 세 줄을 쓴다. 그것도 안 되면 잠들기 전에라도 쓰려고 한다.
정 쓸 내용이 없을 때는 비워두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날은 1년에 두어 번 정도다.
사실 세 줄 일기는 많이 알려진 기록법이다. 하지만 이보다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은 찾기 힘들 것이다. 이 방법을 처음 제안한 일본인 의사는 7줄짜리 차트 쓰는 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7줄로 환자의 상태를 정리해놓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내 상태에 대한 차트를 보고 싶었다. 막연한 기대감에 세 줄 일기를 시작했다.
나를 발견하는 아주 사소한 습관
세 줄 일기를 계속 쓰던 어느 날, 지난 글들 속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나는 늘 대인관계와 소통을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는데, 바로 그 관계 속에서 가장 큰 만족과 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그리고 불편한 이웃,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클라이언트에 대한 미안함, 아내에게 짜증을 내고 난 후의 깊은 후회가 세 줄 일기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다. 잠깐 쉬자며 티브이를 켜는 순간 그날의 가장 중요한 시간들이 휘발되는 일들이 반복됐다. 밀린 청소를 하거나,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야 할 시간들 이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쓸데없는 고민과 걱정도 반복됐다.
세 줄 일기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서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게 바로 평소에는 잘 알지 못했던 ‘진짜’ 내 모습들 중 일부였다. 내 진짜 상태를 보여주는 일종의 ‘차트’인 셈이었다.
일기의 단점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잊어도 좋을, 힘들고 아픈 과거들을 의도치 않게 끄집어낼 수 있는 위험 때문이다. 하지 만 세 줄 일기는 그럴 위험성이 없다.
첫 줄의 좋지 않은 일들은 반드시 그다음 줄의 좋은 기억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지막 줄은 내일에 대한 기대와 다짐, 계획으로 마무리된다. 세 줄 일기를 쓰면서 상념에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세 줄 일기는 그렇게 내 삶을 조금씩 심플하고 가볍게 바꾸어 갔다. 한동안 유행했던 ‘정리정돈’과 ‘심플 라이프’의 쓰기 버전 이라고나 할까. 내가 세 줄 일기를 매일 빼놓지 않고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세 줄 일기는 나에 대한 아주 세밀하고 선명한 정보들을 나 자신에게 보여준다.
자극에 반응하는 내 모습 들여다보기
우리는 매일 다양한 사건과 자극에 노출된다. 좋은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은 더 많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사건과 자극 자체에 집중할 때가 많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자극에 반응하는 내 모습이 진짜 나를 말해준다.
같은 기회와 위기를 맞닥뜨려도 사람들은 기질과 상황, 가치관에 비추어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세 줄 일기에 기록하는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은 자극에 반응하는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이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미래의 내 모습을 만들어가며,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가장 ‘나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도 매우 선명하게! 이렇게 세 줄 일기가 ‘가장 나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는 확신이 들면서 나는 세 줄 일기를 삶의 전반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세 줄 일기 기록법>
세 줄 일기는 말 그대로 매일 세 줄의 글을 노트에 쓰는 방법이다. 각 줄은 한 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쉽고 간단하게, 그날의 짧은 기억을 사실 위주로 기록하는 것이 세 줄 일기의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날짜와 요일을 쓰고 첫 줄에는 전날 가장 안 좋았던 일을 기록한다. 후회나 불편함을 기록해도 좋다. 저녁에 기록한다면 그날의 안 좋았던 일을 쓰면 된다.
두 번째 줄에는 그날, 혹은 전날의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을 쓴다. 축하할 일이나 행복했던 기억, 자신이 잘한 일도 좋다.
세 번째 줄에는 오늘이나 내일의 삶을 위한 짤막한 다짐을 기록 한다. 이 한 줄을 쓰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
2016년 4월 3일, 주일 ① 가장 안 좋았던 일 ② 가장 좋았던 일 ③ 오늘 혹은 내일의 목표 |
왼쪽 페이지 한 장이면 일주일 분의 세 줄 일기가 가능하다. 주 말에는 오른쪽 페이지에 한 주를 리뷰하는 짤막한 기록을 남기면 좋다. 세 줄 일기를 쓰고 나서 중요한 내용을 하이라이트로 표시하면 자신의 주된 관심사와 고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내용이 쌓이면 그동안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차트처럼 금방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