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이스라엘투데이

일상의 광란

유대 언덕에서 도로를 질주하다

나는 종종 베들레헴을 향해 동쪽으로 뻗어있는 375번 길을 통해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남쪽 터널 길로 운전한다. 내가 살고 있는 모샤브 (전원 공동체)에서 그곳까지는 16km정도인데, 소위 ‘서안 지역’을 가로지르는 남부 지름길로는 10km 밖에 안 된다. 이 길에는 두 개의 이스라엘 군대 검문소가 있는데, 첫 번째 검문소는 ‘점령지’ 안에 있고, 다른 하나는 밖에 있다.

하루는 첫 번째 검문소에 도착하기 전 1km도 안 되는 지점에서, 흰색 토요타 차량이 갑자기 유턴을 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 했다. ‘이 사람이 정신이 나갔군’하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차량 앞뒤 문으로 8-9명이 꾸역꾸역 들어가는 것이었다. 앞문으로는 3명이, 뒷문으로는 5-6명이나 들어갔다. 그리고 갑자기 내 앞 100m되는 지점에서 약 1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풀 뒤편에서 뛰어나왔고, 길가 방벽을 넘어서 파란색 토요타 차량 속으로 또 꾸역꾸역 들어갔다. 두 차량들은 할리우드 차량 추격신을 연상케 하며 재빨리 사라졌다. 정말 거친 서안 지역이다!

이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히브리어로는 샤바킴이라고 부르는데, ‘불법 이주민들’이라는 문구의 두문자어이다. 즉, 그들은 정식 허가 없이 이스라엘에서 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 내에서는 직업을 거의 구할 수 없으며, 설사 직장이 있어도 형편없는 급료를 받는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괜찮은 임금에 일감도 풍부한 이스라엘 안으로 몰래 잠입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가장 분주한 밀입국 장소 중 하나가 내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있다. 그곳에는 아직 보안 장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쉽게 잠입할 수 있는데, 길을 따라 나무들로 덮여 있으며, 동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아랍 시민권자들이나 거주자들이 이들을 태우기도 수월하다. 예루살렘, 텔 아비브, 하이파로의 이러한 불법 여행을 위해서는 개인당 거의 하루치 임금에 해당하는 200~300 세켈 (53~80달러)을 지불해야 한다. 샤바킴들은 종종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일주일에서 두 주 정도 머물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인원이 초과된 차량의 운전자는 한 번의 이동으로 400에서 650달러까지 벌 수 있다! 마피아 스타일의 큰 수익이며, 경찰도 간섭하지 않는다.

이렇게 조직화된 밀입국 조직은 이스라엘의 민간 경비대 국경 경찰보다도 더 빠르고 유연하다. 휴대폰을 가진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국경 지역을 어슬렁거리면서, 경찰 차량들의 모든 움직임들을 운전자들에게 보고한다. 위험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노동자들은 이스라엘 안으로 재빨리 움직이고, 차량들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승객들을 태우고 언덕 쪽으로 급히 돌아간다.

경찰 응급 전화인 100에 전화를 하면, 그들은 순찰차를 보내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예상한대로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에게 항의 편지를 써도 아무 소용이 없다. 유대 언덕의 길가에서 일어나는 정신 나간 일들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스라엘의 신베트 보안국은 이 일을 모른 채 하고 있다. 그 대가로 테러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 법.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테러 공격을 미연에 막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스라엘은 이 수지 맞는 암시장이 번성하도록 용납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일년 전, 미국 기독교인 크리스틴 루켄이 이 지역에서 잔인하게 찔려 살해되었고, 그녀의 이스라엘 친구 케이 윌슨은 심각한 부상을 당했는데, 경찰은 아무런 사전 경고도 하지 않았었다.

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에 대해 분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오는 다수의 노동자들 사이에 끼어서 테러범들이 잠입할 수 있다. 그리고 정신 없이 날뛰는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일종의 위험한 테러를 저지를 수도 있다.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그제서야 경찰들은 행동에 나설 것이다.

유사한 일들이 이집트 국경을 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는 시내 반도에서 일어나는 베두인들의 마약 밀수를 눈감아 주는 대신 테러 활동에 대한 정보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이 이스라엘로 건너와 8명을 살해하자, 정부는 서둘러 보안 장벽 건설을 진척시켰다.

첩보 수집의 대가로 용납되고 있는 밀입국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이다. 일상의 광란이라는 표현은 이스라엘의 현실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다.

Picture ? 허점투성이의 국경: 이스라엘로 건너오는 불법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안보 위협을 일으키고 있지만, 당국은 이를 눈감아 주고 있다 (Porous bor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