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쉬나의 배를 타고 탈무드의 바다로
유대인들이 실제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탈무드는 한국에서 우리가 막상 배우려고 하면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탈무드를 연구하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탈무드의 생소한 단어와 개념들로 인해 그 구체적인 내용들까지 공부해 나가기가 쉽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탈무드도 알고 보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것만은 아니며, 모든 공부가 그렇듯 차근차근 해 나가다 보면 조금씩 그 공부의 길이 보인다. 이번 호에서는 탈무드의 본문 구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앞서 탈무드는 간단하게 미쉬나와 게마라로 이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탈무드는 미쉬나와 게마라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랍비들의 주석과 해설들이 함께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탈무드를 펼치면 한 페이지에 미쉬나와 게마라가 본문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미쉬나와 게마라를 제외하고 상하좌우 그 가장자리에 다양한 다른 글들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시대를 거치면서 탈무드를 연구한 랍비들의 주석과 해설들이다. 이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에인 미쉬파트, 네르 미쯔바”(Ein Mishpat, Ner Mitzvah) “정의의 우물, 계명의 등불”이라는 뜻을 가진 두 인덱스들(Indices)이 있다. 이것은 16세기 예호수아 보아즈에 의해 편집됐는데, 미쉬나와 게마라에서 다루는 주요한 유대 법률에 대한 유명한 랍비들의 주옥 같은 주석들이 언급된다. 유대교에서 빼 놓을 수 없는 12세기 스페인과 이집트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했던 람밤의 저작인 “미쉬네 토라” (Mishneh Torah: Repetition of the Law)가 등장할 뿐만 아니라, 조셉 에브라임 카로의 저서이자 유대법의 가장 권위 있는 율법 교본인 “슐칸 아로크” (the Schulkhan Arukh: Set Table)가 언급되고 있다.
사실 유대교에서 이 두 사람은 기독교에서 어거스틴과 루터와 칼빈의 주석들과 대등하다고 볼 수 있다.탈무드는 미쉬나와 게마라 해석을 위해 유대교 역사에 등장했던 저명한 랍비들의 주해와 주석의 해석학적, 신학적인 견해들을 가감 없이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초기 유대교의 랍비들인 힐렐과 샴마이와 함께 중세와 19세기 이전까지 랍비들의 견해들을 아우르면서 그 내용들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방대한 작업이 탈무드 내에서 교차적이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인덱스에서는 람밤과 조셉 카로의 주석 외에도 13세기 프랑스의 모세 벤 야곱의 “세페르 미쯔바 가돌” (Sefer Mitzvot Gadol: Great Book of Commandments), 14세기 스페인의 야곱 벤 아세르의 “아르바 투림” (Arba’ah Turim: Four Rows) 등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둘째, 가장 방대한 양의 주석을 집필했고, 오늘날 유대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석가로 알려져 있는 11세기 프랑스의 랍비 라쉬의 주석은 탈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그의 주석의 탁월성은 성경해석학적인 방법론이었는데, 이는 일반적인 다른 랍비들이 집중했던 “데라쉬”(Derash)적인 방법이 아닌 “프샷”(Peshat)적인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데라쉬”는 본문의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의미를 찾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면, “프샷”은 본문의 가장 일차적이고 문자적인 의미를 찾는 데 집중한다. 라쉬의 이러한 성경해석 방법론의 영향은 이후 중세 기독교, 이슬람교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라쉬는 구약성경의 주석에 집중했고, 나아가 미쉬나와 게마라의 주석까지 집필하게 된다. 라쉬는 당시 유대교의 알레고리칼한 탈무드 해석을 비롯하여 기독교의 지나치게 왜곡된 알레고리칼한 성경해석을 바로 잡기 위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의 주석들은 학생들이 문자적이면서 평범한 의미인 본문의 “프샷”을 가장 우선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쉬나와 게마라가 모음의 표기 없이 간결하고 짧은 스타일로 쓰여졌기에 상당히 난해한 부분들이 존재했다. 이런 미쉬나와 게마라의 특성 때문에 더욱 많은 학자들과 학생들은 “데라쉬”적인 해석을 추구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라쉬는 이를 비판하면서, 미쉬나와 게마라의 기본적인 구조와 형태를 고려함에 있어서 “프샷”에 기초한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매우 정교한 성경해석학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탈무드는 시대를 지나면서 보전되어 온 성경적인 고전 자료들이 함께 분석되고 더 깊이 연구되어 축적된 유대인의 지혜와 지식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셋째, 앞서 언급한 주요 주석들 외에 탁월한 탈무드 주석가들의 소주석들이 탈무드 페이지 가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소 저서들은 탈무드의 여섯 가지 논문 “샤스”(Shas)의 대부분이 이런 주석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미쉬나와 게마라, 그리고 주요 주석들에 의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이런 것들 중에는 11세기 튀니지의 라베뉴 카나넬의 주석들과 랍비 니신의 “세페르 하마프테하” (Sefer haMafteah: Book of the Key), 11세기 라베뉴 게르솜 예후다의 학생들을 통해 집필된 “마인쯔 주석”을 비롯하여 13세기 프랑스와 독일의 “토세포트 예사님” (Tosefot Yeshanim: Additions of the Ancients), 13세기 이탈리아의 랍비 예샤야후 다트라니의 “토세포트 리드”(the Tosefot Rid: Additions of the Rid)와 16세기 이집트와 예루살렘 등에서 활동한 랍비 베짤렐 아쉬케나지의 “시타 메쿠벳넷째, 기타 다른 여러 해설들도 탈무드의 본문에서 나타나는데, 이 부분에서는 어떤 짧은 정의들과 논평 및 견해들, 교정과 수정들, 나아가 교차적인 참고자료들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17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등장했던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 언급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18세기 현대 정통유대교 예쉬바의 선구자였던 빌라 가온, 17세기 폴란드의 랍비 요엘 서키스, 18세기 독일의 예사야후 베를린 등이 언급되고 있다.
현대 출판된 탈무드 편집판은 이러한 짧은 정의들과 주석들과 교정본들과 또한 다양한 학자들로부터의 참조들이 교차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랍비들의 본문 주석과 더불어 토라와 탈무드를 아우르는 유대교의 핵심적인 성경신학적, 조직신학적인 관점들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찰을 통해, 우리는 탈무드의 본문 구조와 그 성격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탈무드는 초기 랍비적인 유대교에서 다루었던 미쉬나와 게마라를 중심으로 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한 교파의 유대 랍비들의 주해와 주석들을 함께 종합해 놓은 주석들의 대 백과사전임과 동시에 그 주석들의 내용들을 통합적으로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통합적인 주석 전집인 셈이다. 또한, 탈무드는 이런 주석을 바탕으로 유대인의 조직신학과 성경신학까지 아우르는 신학적인 교의서이기도 하다.
나아가 탈무드는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유대법을 다루는 법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윤리 그리고 유대인의 총체적인 역사를 아우르는 소중한 종교적, 학문적인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탈무드가 오늘날 유대인들이 종교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학문적인 탁월성을 가능케 한 가장 근원적인 요소임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허정문 목사
고신신대원 졸업, 히브리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