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LUMN
이스라엘투데이

실 뽑기와 옷감 짜는 베틀

실 뽑기

실 뽑기(spinning)는 자녀 양육과 함께 집안에서 여성들이 전용으로 하는 작업이었다. 실 뽑기에 사용되는 재료에는 양털, 염소털, 아마 등이 있었는데, 가장 수월한 재료는 아마였다. 성막을 만들 때에도 성막 안의 수많은 휘장(curtain)에 쓰일 다양한 색깔의 실을 만드는데에도 여인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마음이 슬기로운 모든 여인은 손수 실을 낳고 그 낳은 청색 자색 홍색실과 가는 베실을 가져 왔으며 마음에 감동을 받아 슬기로운 모든 여인은 염소털로 실을 낳았으며”(출35:25,26)실을 뽑기 위해서는 실톳대(distaff)와 가락(spindle)이 필요했다. 잠언에 나오는 현숙한 여인의 여러 가지 일들 가운데 실톳대와 가락을 가지고 실을 뽑는 작업이 나온다.“손으로 솜뭉치(distaff)를 들고 손가락으로 가락(spindle)을 잡으며”(잠31:19)

옷감 짜는 베틀

뽑아낸 실을 이용해 옷감을 짜는 베틀은 주전 7000년부터 사용되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베틀은 땅바닥에 눕혀서 사용하는 수평형(horizontal) 베틀과 세워서 사용하는 수직형(vertical) 베틀로 나뉜다. 수평형 베틀이 먼저 사용되었고 고대 근동 지방에서 보편적이었다. 오늘날도 사막에서 유랑생활을 하는 베두인들의 텐트를 방문하면 수평형 베틀을 이용해 옷감을 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수평형보다 수직형 베틀이 보편적이었다. 수직형 베틀은 2개의 수직 막대기와 1개의 수평 막대기로 구성되었다. 수평 막대기에 날줄을 줄줄이 매달고, 날줄을 탱탱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끝에 방추돌(loom weight)을 매달았다. 베틀 채(weaver’s beam)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함으로써 날줄이 서로 엉키지 않도록 했다.

1. 골리앗과 베틀 채

베틀 채는 골리앗이 들고 있던 창 자루를 묘사하는데 등장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으로 유명한 ‘엘라 골짜기 전투’는 사실상 이미 블레셋 쪽의 승리가 보장된 싸움이었다. 사울이 통치하던 이스라엘은 청동기 문명에 속한 후발주자였고, 그에 대항하는 블레셋은 당시로서는 최첨단인 철기 문명으로 무장한 화려한 무기로 전투에 임했다. 한쪽은 1차 대전 당시 무기로 싸우고 다른 한쪽은 2차 대전 당시 무기로 싸운다면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가는 자명하지 않겠는가! 하나님은 다윗을 통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전투에서 승리를 주심으로 친히 영광을 받으신 것이다. 당시 블레셋과 이스라엘의 무기 현황은 사무엘서 말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때에 이스라엘 온 땅에 철공이 없어졌으니 이는 블레셋 사람이 말하기를 히브리 사람이 칼이나 창을 만들까 두렵다 하였음이라 온 이스라엘 사람이 각기 보습이나 삽이나 도끼나 괭이를 벼리려면 블레셋 사람에게로 내려갔었는데 곧 그들이 괭이나 삽이나 쇠스랑이나 도끼나 쇠채찍이 무딜 때에 그리하였으므로 싸우는 날에 사울과 요나단과 함께한 백성의 손에는 칼이나 창이 없고 오직 사울과 그 아들 요나단에게만 있으니라”(삼상13:19-22)

제대로 된 철제무기는 사울과 요나단, 사울을 지키는 군장인 아브넬과 몇몇 휘하 장수들에게만 있었고, 대부분의 이스라엘 군사들은 집에서 사용하던 청동기 농기구를 들고 나왔다. 이러한 이스라엘 사람들 눈에 골리앗이 들고 나온 창과 방패는 이들이 보아왔던 좁은 세계로는 감히 형용할 수조차 없던 최첨단의 무기였다. 성경 기자는 골리앗의 창 자루를 ‘베틀 채’에 비유하고 있다. 난생 처음 보는 요상막측한 무기를 묘사하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필품 중 하나인 베틀 채를 사용한 것은 양측의 전투 무기 현황에 있어서 극단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말씀이라 할 수 있다.“그 창 자루는 베틀 채 같고 창 날은 철 육백 세겔이며 방패 든 자는 앞서 행하더라”(삼상17:7)

베들레헴 출신인 다윗에 의해 골리앗이 죽었던 것처럼, 골리앗의 동생인 라흐미도 베들레헴 출신의 장군인 엘하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라흐미가 들고 있던 창 자루 역시 베틀 채에 비유되고 있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골리앗과 라흐미도 하나님의 군대 앞에서는 ‘베틀 채’처럼 무력하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또 다시 블레셋 사람과 곱에서 전쟁할 때에 베들레헴 사람 야레오르김의 아들 엘하난이 가드 골리앗의 아우 라흐미를 죽였는데 그 자의 창 자루는 베틀 채 같았더라”(삼하21:19)

2. 삼손과 들릴라의 러브 스토리에 나오는 베틀

이스라엘에서 소렉 골짜기에 있는 ‘딤나’는 옷감 짜기로 유명한 도시였다. 천하장사인 삼손을 유혹한 소렉 골짜기 출신의 미인이었던 들릴라 이야기에도 옷감 짜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후에 삼손이 소렉 골짜기의 들릴라라 이름하는 여인을 사랑하매”(삿16:4)들릴라는 블레셋 쪽에 매수되어 삼손의 천하무적의 힘이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그리고 그 힘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비밀을 캐내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애교를 섞어가며 치근대는 들릴라의 요구에 삼손은 자신의 힘을 무력화할 수 있는 비밀을 알려주고 만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거짓 정보였다.

삼손은 자신의 머리카락 7개를 위선에 섞어서 짜면 자신에게 있는 초능력의 힘이 빠질 것이라고 둘러댔다. 물론 들릴라가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들릴라가 삼손에게 이르되 당신이 이때까지 나를 희롱하여 내게 거짓말을 하였도다 내가 무엇으로 하면 당신을 결박할 수 있을는지 내게 말하라 삼손이 그에게 이르되 그대가 만일 나의 머리털 일곱 가닥을 위선에 섞어 짜면 되리라”(삿16:13)땅바닥에 앉아 삼손을 자신의 허벅지에 눕혀 놓고 들릴라는 삼손의 귓불을 만져주며 그가 잠들기만을 기다렸다.

사랑하는 애첩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단잠을 자고 있는 삼손과 그 옆에 수직형 베틀을 세워놓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들릴라의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지는가? 잠자고 있는 삼손의 긴 머리카락을 옆에 세워둔 수직형 베틀의 촘촘한 날줄 사이로 씨줄(위선)과 함께 섞어서 짜는 들릴라의 행동은 그리 ‘불가능한 작전’(Mission impossible)이 아니었다.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운 일이었다. 옷감 짜기로 유명한 딤나가 위치한 소렉 골짜기 출신의 들릴라도 역시 베틀 작업에 있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전문가

가 아니었겠는가! 그러나 아쉽게도 이 작전은 허위 정보였음이 금세 들통나고 만다.“들릴라가 바디로 그 머리털을 단단히 짜고 그에게 이르되 삼손이여 블레셋 사람이 당신에게 미쳤느니라 하니 삼손이 잠을 깨어 직조틀의 바디와 위선을 다 빼어내니라”(삿16:14)

3. 히스기야와 베틀 실

히스기야 왕은 병들어 죽게 되었지만 간절한 기도와 함께 15년의 수명을 연장 받는 축복을 받았다. 히스기야는 병이 나음 받고 기록한 글에서 인생의 마침을 베틀에서 옷감을 짜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즉 죽음을 베틀에서 옷감을 다 짜고 난 후에 옷감과 베틀을 연결했던 실을 잘라내는 것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히스기야는 ‘인생’의 옷감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이제 생명의 땅을 떠나야 했지만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15년의 덤으로 사는 인생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나의 거처는 목자의 장막을 걷음 같이 나를 떠나 옮겼고 내가 내 생명을 말기를 직공이 베를 걷어 말음같이 하였도다 주께서 나를 틀에서 끊으시리니 나의 명이 조석 간에 마치리이다”(사38:12)

류모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