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정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라고 말한다(롬 13:6 참고). 예수님은 아버지의 나라에 정부의 역할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셨다. 그분은 구약에 ‘의해’ 제자가 되셨고, 구약‘으로’ 제자 삼으셨다. 또한 예수님은 하나님이 왕의 왕이신 것과 그분의 말씀이 구원과 정치적 공의에 관한 말씀이라는 점을 이해하셨다.
성경으로 정치를 연구하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군대의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 법률, 국가와 지역의 권한, 국제 관계, 전쟁, 정치와 관련된 지역개발을 비롯해 사사, 왕, 공적 역량으로 나라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의 역할과 활동을 본다.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역대기상하에는 이스라엘 안팎의 정치계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나와 있다.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가 한 일, 이스라엘에 미친 영향, 하나님이 이런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기록했다. 느헤미야, 에스더, 다니엘은 정치계에서 신실하게 하나님을 섬기려 했던 사람들의 역사이다. 특히 느헤미야, 에스더, 다니엘은 모두 이방의 우상숭배 국가와 왕정을 섬겼다.
요즘 일부 그리스도인은 정부의 의로운 사람만을 섬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성경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는 주로 다윗과 솔로몬 두 왕의 생애를 가능한 전부 기록한 내용이다. 이 말씀은 정부에 관한 원칙 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점을 가르친다. 또 이사야와 예레미야가 선지자의 관점을 기록한 것과 달리, 이는 정부의 입장에서 기록되었다.
신명기를 연구한 바에 의하면, 약 25%가 정치 사안과 관련된 가르침과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 영역의 연구 표본으로 사용할 말씀은 신명기 1장 9-18절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다툼을 혼자서 재판하려 했다. 모세의 장인은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다며 재판을 중재할 정부를 구성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리하여 모세는 이스라엘의 첫 정부 조직을 편성했다.
“너희의 각 지파에서 지혜와 지식이 있는 인정받는 자들을 택하라 내가 그들을 세워 너희 수령을 삼으리라 한즉”(신 1:13).
정치 영역에서 매우 흥미로운 말씀 중 하나가 바로 이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라. 이스라엘 백성은 430년 동안 타향살이를 했다. 그리고 그중 3백 년 동안 애굽 정부의 권위 아래서 종살이를 했다.
애굽에 있기 전에 그들이 경험했던 지도력은 나라 차원의 지도력이라기보다는 대가족 약 70명을 다스린 것에 불과했다. 쉽게 추측할 수 있듯이, 노예로 있었던 유대인은 애굽에 있을 때 잘 교육받지 못하고 가난했다. 애굽인은 노예를 교육하려고 국가 예산을 늘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전히 ‘사람이 살지 않는 땅’ 광야에서 생활했기에, 등에 짊어진 짐 외에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세는 하나님의 사람이자 하나님과 대면하여 대화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스라엘을 자유롭게 할 상세한 지침을 주셨다. 그리고 모세가 말한 대로 되는, 엄청난 권한도 주셨다. 모세는 하나님과 직접 만났다. 그가 이스라엘 정부를 세웠을 때, 하나님은 어떻게 하라고 말씀하셨는가?
“지혜와 지식이 있는 인정받는 자들을 택하라”고 하셨을 때 누가 지도자들을 택했는가? 모세인가, 아론과 미리암인가?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이었다!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정부를 세울 때 처음 하신 일은 백성들에게 선택할 권한을 주신 것이었다.
하나님은 얼마나 놀라우신 분인가! 무한한 지식과 지혜를 소유한 하나님은 그분의 뜻을 강요하지 않으셨다.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었다. “네가 지혜와 지식이 있는 인정받는 자들을 택하여 이스라엘의 수령이 되게 하라.”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이나 주변 부족 국가에서 봤던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분은 아주 급진적이고 위험한, 이 세상 것이 아니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직도 파악하려 애쓰는 원칙을 행하셨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정치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주셨다.
첫째, 성품의 중요성이다.
“지혜와 지식이 있는 인정받는 자들을 택하라”(신1:13).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정치 지도자를 선택할 때 지도자의 성품, 지식, 평판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는 지침들을 주셨다.백성은 지도자들의 성품을 평가하여 정치권력을 부여할 책임이 있었고, 그들의 결정에 따른 결과대로 살아야 했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를 찾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사항이 지혜, 지식(이해), 인정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돈과 권력이 부적절하지는 않지만 기준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렇듯 평가 요인이 성품이므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인물이어야 했다. 사람들은 “지혜와 지식을 갖추었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결정해야 했다.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을 찾아내야 했을 뿐 아니라, 자질의 속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하고자 한다면 성품이란 주제로 국가적 차원의 논쟁을 벌일 수도 있었다. 하나님은 그저 정부를 주신 게 아니라, 백성을 시민이 되게 하셨다.
둘째, 대표성이다.
“너희의 각 지파에서”(신 1:13).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애굽을 떠난 시점부터 정치와 법적 절차에 이루어져야 할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아무 권리 없는 노예였을 때를 기억해야 한다고 하셨다. 또 이스라엘 백성이 규정한 정의의 기준과 이방인의 기준이 달라서는 안 된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새로운 땅과 정부는 모든 지파가 대표성을 띠어야 했다.
정치적 대표성은 성경의 원칙이다. 정부는 백성의 분쟁을 다루고 정의와 관련된 사항을 중재함으로써 백성을 대표한다. 정부의 권위가 진정 백성에게서 왔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20세기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에서 저지른 커다란 실수는 백인 집단이 다른 모든 집단을 다스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투표권도 백인에게만 주었다. 흑인에게는 대표성이 없었다. 말씀을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평등하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제도를 하나님은 축복하시지 않는다.
셋째, 합의의 원칙이다.
“너희가 내게 대답하여 이르기를 당신의 말씀대로 하는 것이 좋다 하기에”(신 1:14).
백성의 권한이 다시 강화되었다. 우리는 이 짧은 말씀에서 모세가 나라를 뒷받침할 계획을 세웠음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런 식의 통치에 동의했다.이스라엘이 항상 모세에게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모세가 약속의 땅으로 나아가자고 했을 때, 그들은 두려움과 불신앙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
요즘 말로 쿠데타로 불리는 일을 꾸몄고, 장정들은 모세, 여호수아, 갈렙이 권고했음에도 약속의 땅에 가자는 도전을 거부했다(수 14:6-9 참고). 하나님은 백성이 약속의 땅으로 갈 것을 준비하셨고, 모세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성은 동의하지 않았다. 하나가 되지 못한 정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 선택의 결과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을 보내야 했다. 다윗이 이스라엘 왕이 되는 사건에서, 유다 왕조와 사울 왕조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다윗은 백성들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다만 기다렸다(삼하 5:1 참고).
합의의 원칙은 아주 중요해서 예수님은 이것을 하나님 나라의 원칙으로 언급하셨다.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하여질 것이요”(마 12:25). 합의가 이루어진 나라는 정부도 안정된다. 합의가 안 된 나라는 약한 나라다. 따라서 백성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정부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합의 하에 다스리는 정부보다 더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합의는 정부의 중요한 원칙이자 강력한 기초다. 이 점을 이해하면 위기에 처한 국가의 현안을 이해할 수 있다. 요즘 동티모르, 구유고슬라비아, 구소련을 보면 일치는커녕, 시민이 정부에 거의 관여하지 못하게 압력을 가한 결과들을 여실히 볼 수 있다.
장헌일 박사/명지대학교 교수
국제정경리더십연구원 원장
국가조찬기도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