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LUMN
이스라엘투데이

허리띠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창3:7)

에덴 동산에서 뱀의 모습으로 나타난 사탄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먹게 된 인간은 사탄의 말대로 하나님과 같아진 것이 아니라 전혀 예기치 않은 심리적 변화가 나타났다. 그것은 그들의 눈이 밝아져 서로의 나체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이라고 하는 묘한 감정이 생긴 것이다. 이전에는 벌거벗었지만 부끄러움을 전혀 느끼지 않았던 것을 볼 때, 범죄로 말미암아 생긴 죄의식의 첫 번째 반응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이었

다.“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하니라”(창2:25)서로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이 생기자 이들은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가장 부끄러운 부위만을 임시변통으로 가렸다. 이 때 우리말 성경은 ‘치마’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이들이 만든 최초의 옷이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치마였을까?

타잔과 원시인의 복장은?

우리말 성경에 ‘치마’로 번역된 단어는 히브리어 성경에 ‘하고라’로 되어 있다. ‘하고라’는 현대 히브리어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데, 이는 ‘허리띠’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면 아담과 하와가 ‘허리띠’로 부끄러운 부위를 가렸다는 말인데… ‘허리띠’로는 부끄러운 부위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을 테니 오늘날 볼 수 있는 그런 허리띠는 아니었을 것이다.

‘허리띠’로 번역되는 ‘하고라’는 원시인들이 허리를 중심으로 두르는 간단한 천(loincloth)을 가리킨다. 아프리카의 원시인들이나 타잔이 걸치고 있는 가장 원시적인 의상이 바로 ‘하고라’인데, 옷으로 불리기에는 쑥스러운, 그저 ‘허리에 두르는 간단한 천조각’으로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허리띠

허리둘레에 걸치는 간단한 천인 하고라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의상이었다. 처음에는 하고라만 걸치던 데서 옷이 점차 속옷, 겉옷으로 다양해지면서 하고라는 허리둘레를 묶어주는 ‘허리띠’로 단순화된 것이다. 허리띠는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거나 옷감으로 짜기도 했다. 가죽으로 된 허리띠는 엘리야와 다시 올 엘리야로 상징되는 세례요한의 특징되는 의상이기도 하다.

“저희가 대답하되 그는 털이 많은 사람인데 허리에 가죽 띠를 띠었더이다 왕이 가로되 그는 디셉 사람 엘리야로다”(왕하1:8)“이 요한은 약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띠고 음식은 메뚜기와 석청이었더라”(마3:4)

잠언 기자가 묘사한 현숙한 여인의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 세마포로 만든 허리띠를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나온다.“그는 베로 옷을 지어 팔며 띠를 만들어 상고에게 맡기며”(잠31:24)

허리를 동이라(To gird one’s loins)

속옷과 겉옷을 입은 상태에서 허리띠로 조여주는 행위는 성서시대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표현이었다. ‘허리를 동인다’, 즉 허리띠로 조여주는 것은 여행이나 전투를 위한 준비 태세가 완료되었음을 보여준다.

출애굽 당일 날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허리에 띠를 띤 상태로 유월절 어린 양을 급히 먹으라고 명령하셨다. 이것은 신호가 내리면 곧 애굽을 출발할 만반의 태세를 준비시키신 것이다.

“너희는 그것을 이렇게 먹을지니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잡고 급히 먹으라 이것이 여호와의 유월절이니라”(출12:11)하나님은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사명을 주시면서도 ‘허리를 동이라’는 동일한 말씀을 주셨다. 사명완수를 위해 떠날 만반의 채비를 갖추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너는 네 허리를 동이고 일어나 내가 네게 명한 바를 다 그들에게 고하라 그들을 인하여 두려워 말라 두렵건대 내가 너로 그들 앞에서 두려움을 당하게 할까 하노라”(렘1:17)겉옷과 속옷을 입고 허리띠를 죄어주면 그 윗부분의 옷에 헐렁한 공간이 생긴다. 이 곳을 가리켜 ‘전대’라고 한다.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이나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하여 주머니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이는 일군이 저 먹을 것 받는 것이 마땅함이니라”(마10:9,10)‘전대’에는 돈만을 넣는 것이 아니라 칼과 같은 무기를 숨겨두는 곳이기도 했다.“기브온 큰 바위 곁에 이르매 아마사가 맞으러 오니 때에 요압이 군복을 입고 띠를 띠고 집에 꽂은 칼을 허리에 매었는데 저가 행할 때에 칼이 빠져 떨어졌더라”(삼하20:8)

“이에 시몬 베드로가 검을 가졌는데 이것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서 오른편 귀를 베어버리니 그 종의 이름은 말고라”(요18:10)남에게 허리띠를 채워주는 것은 권위를 넘겨주는 위임식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이기도 했다.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띠를 띠우며 관을 씌워서 제사장의 직분을 그들에게 맡겨 영원한 규례가 되게 하라 너는 이같이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위임하여 거룩하게 할지니라”(출29:9)

“네 옷을 그에게 입히며 네 띠를 그에게 띠워 힘 있게 하고 네 정권을 그의 손에 맡기리니 그가 예루살렘 거민과 유다 집의 아비가 될 것이며”(사22:21)바울은 골로새 성도들에게 긍휼, 겸손, 온유, 인내의 ‘속옷’을 입고 그 위에 가장 중요한 사랑의 ‘허리띠’로 동여매도록 권면하고 있다.

“그러므로 너희는 하나님의 택하신 거룩하고 사랑하신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을 옷 입고 누가 뉘게 혐의가 있거든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과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라 이는 온전하게 매는 띠니라”(골3:12-14)

류모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