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LUMN
이스라엘투데이

유대인 절기로 이해하는 성경

대속죄일과 아사셀 염소(1)

대속죄일: 희생제사의 클라이막스

1년을 주기로 돌아가는 레위기 23장에 나오는 7개의 절기 가운데 가장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절기가 ‘대속죄일’이다. 다른 절기와 달리 대속죄일 희생제사는 500명의 제사장의 도움을 받으며 대제사장이 직접 주관한다.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죄사함은 대속죄일을 기점으로 갱신되어야 했는데, 이스라엘의 운명이 이 날 대제사장 한 사람의 어깨에 달려있었다. 유대인들의 전승에 의하면, 아브라함의 천사가 내려와서 중책을 진 대제사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돕는다고 한다.

하나의 순서라도 뒤바뀌면 희생제사는 무효가 되기 때문에, 대제사장은 대속죄일 1주일 전에 예루살렘에 있는 자신의 집을 떠나 성전의 제사장의 뜰의 위에 있는 대제사장 전용 직무실에 기거하며 대속죄일에 이루어질 희생제사의 순서를 철저히 복습하고 리허설을 해야 했다. 대속죄일은 대제사장이 자신과 이스라엘 백성들의 허물을 인하여 희생제물의 피를 들고 둘째 장막 뒤에 있는 지성소에 들어갈 수 유일한 날이다.

“오직 둘째 장막은 대제사장이 홀로 일년 일차씩 들어가되 피 없이는 아니하나니 이 피는 자기와 백성의 허물을 위하여 드리는 것이라”(히9:7)일년 중 대제사장이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날이 대속죄일이다. 이 날은 대제사장 복이 아닌 독특한 흰옷을 입는데 허리띠마저 흰색으로 된 점에서 일반 제사장들이 입는 옷과도 달랐다. 흰옷은 하나님의 임재 속에 들어가는 대속죄일에 요구되는 완전한 순결을 상징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손과 발을 씻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대속죄일에는 대제사장이 몸 전체를 정결탕에 담그는 의식을 하고 흰옷을 입게 된다.

“거룩한 세마포 속옷을 입으며 세마포 고의를 살에 입고 세마포 띠를 띠며 세마포 관을 쓸지니 이것들은 거룩한 옷이라 물로 몸을 씻고 입을 것이며”(레16:4)“여호수아가 더러운 옷을 입고 천사 앞에 섰는지라 여호와께서 자기 앞에 선 자들에게 명하사 그 더러운 옷을 벗기라 하시고 또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 죄과를 제하여 버렸으니 네게 아름다운 옷을 입히리라 하시기로”(슥3:3,4)선지자들이 환상 가운데 기록한 예언서에는 하나님 앞에서 가까이 서 있는 자들이 늘 흰옷을 입은 것으로 묘사된 것도 같은 의미가 있다.

“내가 본즉 여섯 사람이 북향한 윗문 길로 좇아 오는데 각 사람의 손에 살륙하는 기계를 잡았고 그 중에 한 사람은 가는 베옷을 입고 허리에 서기관의 먹 그릇을 찼더라 그들이 들어 와서 놋 제단 곁에 서더라”(겔9:2)“그 때에 내가 눈을 들어 바라본즉 한 사람이 세마포 옷을 입었고 허리에는 우바스 정금 띠를 띠었고”(단10:5)“그 중에 하나가 세마포 옷을 입은 자 곧 강물 위에 있는 자에게 이르되 이 기사의 끝이 어느 때까지냐 하기로”(단12:6)

현대 이스라엘에서도 대속죄일은 ‘안식일 중의 안식일’로 불리며 가장 거룩한 날로 기념한다. 안식일 날, 종교적인 유대인들이 몰려 사는 마을에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는데, ‘안식일 중의 안식일’로 불리는 대속죄일은 종교적인 유대인과 세속적인 유대인의 구분 없이 이스라엘 전체가 거룩한 안식일 모드에 들어간다. 거리에는 차량 운행이 철저하게 금지되고 응급환자를 실어 나르는 앰뷸런스 외에는 차량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이 날은 각 가정의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끌고 나와 모든 도로를 점유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스라엘 생활이 10년째 되어 가는 우리 부부는, 매년 구석에서 먼지가 쌓인 자전거를 손질하면서 대속죄일을 맞이하는데, 아직까지도 이방인인 우리에게 참으로 독특한 느낌을 주는 날이 대속죄일이다.

유교를 믿지 않는 한국 사람들도 구정과 추석이 되면 대부분 차례를 지내는 것처럼, 이 날은 많은 세속적인 유대인들도 회당에서 회개기도를 드리며 24시간 금식에 동참한다. 한국에도 부활절과 성탄절에만 교회에 간다는 크리스천(?)이 있듯이, 나는 이스라엘에서 대속죄일에만 회당에 나가는 세속적인 유대인들을 많이 만났다.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여호와를 위한 염소(서쪽), 아사셀을 위한 염소(동쪽)대속죄일에 드려지는 제사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이 2마리 염소를 통해 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를 속죄하는 의식이다. 대속죄일의 속죄제사를 위해 같은 날 같은 가격을 주고 구입된 비슷한 크기의 2마리 염소가 제단 옆으로 끌려온다.

이후 대제사장은 제비가 들어있는 항아리에 손을 넣고 운명적인 제비뽑기를 실시한다. 항아리 안에는 각각 ‘여호와를 위하여’, ‘아사셀을 위하여’라고 씌어있는 두 개의 제비가 있는데, 이로써 서쪽에 있는 지성소에서 피가 뿌려질 ‘여호와를 위한’ 염소와 황량한 동쪽의 광야로 끌려가 놓임받을 ‘아사셀을 위한’ 염소가 정해지는 것이다. 제비뽑기로 각각의 염소가 정해지면, 아사셀 염소는 ‘뿔’에, 여호와의 염소는 ‘목’에 홍색천을 묶음으로써 구분을 짓는다.

“또 그 두 염소를 취하여 회막 문 여호와 앞에 두고 두 염소를 위하여 제비 뽑되 한 제비는 여호와를 위하고 한 제비는 아사셀을 위하여 할지며 아론은 여호와를 위하여 제비 뽑은 염소를 속죄제로 드리고 아사셀을 위하여 제비 뽑은 염소는 산 대로 여호와 앞에 두었다가 그것으로 속죄하고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낼지니라”(레16:7-10)

여호와를 위한 염소는 도살되어 그 피를 대제사장이 성전의 가장 서쪽에 있는 거룩한 방인 지성소의 법궤와 휘장 위에 뿌린다.하지만 이 때 아사셀 염소를 가지고 대제사장이 해야 하는 특별한 의식이 있다. 대제사장은 두 손을 아사셀 염소의 머리에 얹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를 낱낱이 고백하는 것이다.

이후 아사셀 염소는 성전의 가장 동쪽에 있는 수산 게이트를 통해 나와서 동쪽에 있는 황량한 유대 광야로 향하는 길고도 긴 여정에 오른다.사람이 아무도 없는 황량한 광야의 무인지경에 이르면 아사셀 염소를 풀어주고 돌아옴으로써 아사셀 염소와 관련된 예식이 마치는 것이다.

“아론은 두 손으로 산 염소의 머리에 안수하여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불의와 그 범한 모든 죄를 고하고 그 죄를 염소의 머리에 두어 미리 정한 사람에게 맡겨 광야로 보낼지니 염소가 그들의 모든 불의를 지고 무인지경에 이르거든 그는 그 염소를 광야에 놓을지니라”(레16:21,22)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를 지고 ‘동쪽’에 있는 무인지경의 광야로 보내진 아사셀 염소와 도살되어 ‘서쪽’의 지성소에 뿌려진 여호와의 염소!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향하면서 삶과 죽음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한 두 마리의 희생 염소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과가 멀리 옮겨진 것이다.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우리 죄과를 우리에게서 멀리 옮기셨으며”(시103:12)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백성들의 죄가 도살되어 죽을 여호와의 염소가 아닌 광야에 놓여질 아사셀 염소 위에서 자백된다는 사실이다. 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를 지고 광야로 놓여진 아사셀 염소!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가 완전히 씻김 받은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유보된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완전한 희생제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시기까지 해마다 대속죄일의 아사셀 염소 의식을 통해 이스라엘과 온 인류의 죄를 간과하시고 유보하신 것이다.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 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롬3:25)“율법은 장차 오는 좋은 일의 그림자요 참 형상이 아니므로 해마다 늘 드리는 바 같은 제사로는 나아오는 자들을 언제든지 온전케 할 수 없느니라 그렇지 아니하면 섬기는 자들이 단번에 정결케 되어 다시 죄를 깨닫는 일이 없으리니 어찌 드리는 일을 그치지 아니하였으리요 그러나 이 제사들은 해마다 죄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나니 이는 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 하지 못함이라 그러므로 세상에 임하실 때에 가라사대 하나님이 제사와 예물을 원치 아니하시고 오직 나를 위하여 한 몸을 예비하셨도다”(히10:1-5)

세례요한은 자신에게 세례를 받고 나아오는 예수님을 향해 대속죄일의 아사셀 염소와 관련된 표현으로 이렇게 외쳤다.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가로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1:29)정확히 표현한다면 하나님의 ‘어린 염소’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당시에는 희생제물로 바쳐지던 황소, 수양, 염소 등을 총칭해서 ‘어린 양’으로 표현했으므로 세례요한의 선언은 정확했다.

류모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