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LUMN
이스라엘투데이

유대인 절기로 이해하는 성경

예수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는 언제일까?

예수님의 탄생일로 전 세계가 지키는 12월 25일, 즉 ‘크리스마스’는 과연 성경적으로 근거가 있는 기념일일까? 아니면 이스라엘 땅에서 유대인들의 문화적 배경 가운데 탄생한 ‘성경’이 이방 세계를 한 바퀴 도는 가운데 들어온, 다분히 이교도적인 잔재에 불과한 것일까?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로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신자에게는 신앙적인 의미로, 불신자에게는 천금 같은 공휴일로, 백화점과 각종 상점은 엄청난 매출 증대를 가져다 주는 연중 대목으로, 저마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는 날’이 되었다.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눅2:10)

성경은 과연 예수님의 탄생일과 관련해서 어떤 힌트를 우리에게 주고 있을까? 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제정하게 된 유래와 크리스마스에 대한 유대인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과연 예루살렘에도 12월 25일에 크리스마스 츄리와 캐롤송이 울려퍼질까?

12월 25일과 크리스마스

현재 전 세계가 예수님 탄생일로 지키는 12월 25일이 ‘크리스마스’로 불리는 공식적인 기념일로 지켜진 것은 대략 4세기 때의 일이다. 12월 25일 설에 대한 학자들의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이 날이 고대 로마제국에서 지키던 동지날이라는 것이다.

로마제국의 이교도들은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절을 대규모의 축제로 지켰는데, ‘12월 24일부터 이듬해 1월 6일’까지 이어졌다. 로마 주교는 기독교가 이교도들을 정복했다는 의미로 이교도의 큰 축제일인 동지를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채택했다고 한다. 아울러 태양이 가장 짧은 동지(冬至), 즉 흑암 가운데 있는 세상에 큰 빛으로 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날이 12월 25일이라는 영적인 해석도 덧붙여진다.

크리스마스 날짜를 유추할 수 있는 성경적 근거

성경에는 과연 크리스마스를 유추해낼 수 있는 근거가 있을까? 다행히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유추할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말씀이 누가복음에 나온다.

“그 지경에 목자들이 밖에서 밤에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눅2:8)

-성서시대 목자들의 사회적 신분은?

베들레헴에 아기 예수가 탄생했을 때 이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사람은 밤에도 성실하게 양들을 돌보던 목자들이었다. 예수님 탄생 당시에 목자들은,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정착생활을 하던 농경문화의 주류사회에 들지 못하고, 그때까지도 여전히 풀밭을 찾아 이동하며 양과 염소와 함께 밖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최하류 계층이었다.

예수님 탄생 당시 전 유대 땅은 헤롯대왕이 통치하고 있었다.우리에게는 악한 왕의 대명사로 알려진 헤롯왕이지만, 역사적으로 그의 통치 기간은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를 잇는 유대 땅의 지정학적 잇점을 잘 살려 상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증가했던 시기다.

집 지을 땅과 농사 지을 농경지가 점점 부족해지던 상황에서 양과 염소를 치는 목자들은 점점 황량한 광야로 떠밀려 나면서, 소위 ‘찬밥 신세’가 되었다. 양과 염소와 함께 광야로 떠밀려난 목자들은 그곳에서 풀밭을 찾아 가축들을 먹여야 했다. 비록 돌과 바위가 많은 광야라 할지라도 비가 오는 6개월의 우기 동안은 작은 풀들이 돋아나 그런대로 버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비가 오지 않는 나머지 6개월의 건기를 어떻게 버티느냐 하는 것이었다.

- 광야로 쫓겨난 목자들에게 농경지가 오픈된 기간은?

그러나 가축들과 함께 광야로 쫓겨난 목자들에게도 과연 ‘죽으란 법’은 없었다. 건기가 시작되는 유월절부터 7주 동안만 광야에 남아있는 풀들로 꾸역꾸역 버티면, 그 이후부터는 목자들이 가축들과 함께 농경지로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었기 때문이다.

보리 추수기인 유월절과 그로부터 7주 후인 칠칠절은 밀 추수기였다. 밀 추수가 끝난 칠칠절 이후부터 다음해 농경 사이클이 시작되어 쟁기질을 해야 하는 초막절 전후까지는 농경지가 목자들에게 오픈되었던 것이다.목자들은 칠칠절 이후 가축들을 데리고 농경지에 들어갔고 그곳에는 밀 추수가 끝난 후 남아있는 밀 밑둥이 있었다. 이것을 가축들에게 먹이며 목자들은 밀밭 사이에 나 있는 뽕나무를 배양해 주며, 이로써 밀밭 주인에게 상응하는 보답을 했던 것이다.

성서시대 목자들의 라이프 사이클을 이해할 때 자신을 ‘목자요 뽕나무 배양하는 자’로 소개한 아모스 선지자의 알쏭달쏭한 직업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아모스가 아마샤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나는 선지자가 아니며 선지자의 아들도 아니요 나는 목자요 뽕나무를 배양하는 자로서”(암7:14)

- ‘밖에서’란 단어의 해석에 열쇠가 있다

누가복음은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할 당시에 목자들이 밖에서 양들을 지키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그 지경에 목자들이 밖에서 밤에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눅2:8)아기 예수 탄생과 관련된 크리스마스 시즌의 비밀은 바로 ‘밖에서’란 단어의 해석에 그 열쇠가 있다. 과연 ‘밖에서’라는 말은 뭘까? 집 바깥을 말하는 걸까? 양들을 집 안에서 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는 단순히 바깥(outside)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우리말 성경에 ‘밖에서’로 번역된 헬라어 원어는 ‘아그라울레오’인데, 이는 단순한 바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농경지의 들판’(agricultural field)을 의미한다. 즉 아기 예수가 탄생할 때 목자들은 황량한 광야가 아니라 농경지에서 가축을 돌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당시의 목자들의 삶과 관련된 문화적 배경을 기초로, 크리스마스 시즌의 윤곽이 어느 정도 좁혀진다. 목자들이 가축을 데리고 농경지로 들어갈 수 있는 기간, 즉 칠칠절(6월경) 이후부터 초막절(10월경) 사이의 기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12월 25일은 성서시대의 문화적 배경에 기초해 볼 때 전혀 번지수가 틀린 얼토당토한 날짜가 된다.

- 크리스마스와 절기

칠칠절부터 초막절 사이의 어느 기간에 예수님이 탄생하셨을 것으로 보는 것이 누가복음의 기록과 성서시대 목자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기초해 볼 때 가장 설득력 있는 추론이다. 그러면 그 사이 기간 중 언제 예수님은 탄생하신 걸까? 여기서 재미있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질문1: “예수님은 과연 아무런 날짜에 그냥 태어나신 걸까?”

질문2: “만삭이 다 된 마리아는 호적을 하기 위해 나사렛에서 남편 요셉의 본적지인 베들레헴까지 함께 여행을 했다. 마리아는 워낙 장거리 여행을 하다 보니 본래의 출산 예정일 보다 빨리 조산이라도 한 것일까?”“이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요셉도 다윗의 집 족속인고로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서 유대를 향하여 베들레헴이라 하는 다윗의 동네로 그 정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하러 올라가니 마리아가 이미 잉태되었더라”(눅2:4,5)

질문3: “예수님과 동시대의 인물로 제왕절개로 태어난 로마 황제 시저처럼, 예수님도 좋은 날짜를 잡아서 제왕절개로 태어나신 걸까?”

사실 이런 우스꽝스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레위기 23장에 나오는 ‘절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분명 아무 날짜에 아무 의미 없이 태어나신 것이 아니다. 분명히 하나님의 정하신 때가 있었고 그 때가 완벽하게 찼을 때 아기의 몸으로 이 땅에 탄생하신 것이다.

레위기 23장에 나오는 ‘절기’들이 단지 유대인들의 명절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제정하신 ‘여호와의 절기’이고, 그 안에 하나님의 인류 구속의 계획들이 암호화되어 있다면, 예수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는 분명 레위기 23장에 나오는 7개의 절기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칠칠절 이후부터 초막절 사이에 들어가는 절기는 단지 두 개뿐이다. 바로 신년(나팔절)과 대속죄일이다. 그러면 두 절기 가운데 크리스마스와 가장 부합되는 절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신년일 것이다. 신년은 영광의 나팔을 불며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나팔을 불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년! 이 신년이야말로, 영원 전에 계신 하나님이 이 땅에 아기의 몸으로 탄생함으로써 인류 구속역사를 위한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영광의 나팔을 불기에 가장 합당한 날이 아니겠는가! 바로 그 날 하늘의 천군 천사들이 영광의 팡파레를 울리며 하나님을 찬송한 것이다.

류모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