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쉬나의 배를 타고 탈무드의 바다로
지금까지 여러 호에 걸쳐 예쉬바의 역사, 특히 예쉬바의 교육 철학과 교육과정에 관련되는 내용들을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탈무드의 바다로 직접 들어가 미쉬나(Mishnah)와 게마라(Gemara)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탈무드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유대인들이 읽는 탈무드에 등장하는 매우 기본적인 용어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탈무드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보려고 한다. 탈무드는 간략하게 말하자면, 모세 이후에 내려오던 구전 율법이 대략 주후 1세기~ 주후 6 세기의 약 600년 기간에 걸쳐 랍비들에 의해 기록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대략 주후 220여 년경, 랍비 예후다 하나시에 의해 미쉬나가 편집 완성되고, 이 미쉬나의 의미를 더욱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랍비들의 통찰력과 수많은 토론 속에서 정리해 집대성한 것이 주후6 세기 경의 게마라이다. 이 미쉬나와 게마라로 구성된 탈무드는 바벨론 탈무드와 예루살렘 탈무드, 두 가지 종류가 있으며 각각 랍비들의 토론과 논쟁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상, 이 탈무드는 유대교에 있어서 모세 오경인 토라 다음으로 의미상, 순서상 권위를 가지고 있다. 유대교와 유대인 교육의 핵심은 바로 토라와 탈무드이며, 그 중에서도 탈무드는 정통 유대인 교육은 말할 것도 없이 세속 유대인 교육에서조차 핵심적인 커리큘럼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이제 미쉬나와 게마라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랍비 예후다 하나시에 의해 집대성된 미쉬나의 내용들은 크게 6가지 주요 부분인 씨앗(Zeraim, Seed), 절기(Moed, holiday), 여자(Nashim, woman), 손해(Nezikin, damages), 성물들(Kodashim, Holy Things), 그리고 정결(Teharot, Clean Things)이라는 핵심적인 토라의 주제로 나뉘고, 이것을 바로 샤스(Shas,“The Six Orders of the Mishnah”)의 약자”)라고 부르며, 통상적으로 이것을 탈무드로 대신해서 부르게 된 것이다.
히브리어로 ‘반복한다’는 뜻인 미쉬나는 공부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외우고 검증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미쉬나는 유대인들의 구체적인 행동양식까지 다루는 유대교의 율법과 가르침의 핵심인 할라카와 미쯔바에 집중된 토라의 성경적인 해석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쉬나는 게마라로 발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탈무드를 중심으로 쓰여진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리스폰사와 주석들로 구성된 다양한 랍비 문학들의 핵심적인 논제였음을 알 수 있다.
통상적으로 토라는 모세 오경을 의미하며, 유대인의 성문 율법이라 부르고, 그 외에 유대교의 탈무드를 구전 율법이라고 부른다. 탈무드는 모세 시대 이후 내려오던 유대교의 전통적인 가르침인 구전 율법이 성문으로 기록된 책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토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쓰여진 성문 토라(the Written Torah)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히브리 구약 성경을 의미한다. 또한, 입으로 전해졌던 구전 토라는 일차적으로 미쉬나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구전 토라를 포괄적으로 게마라까지 포함하는 탈무드로도 의미할 수 있다. 이러한 구전 토라는 문학적, 형식적인 차원에서 미쉬나와 게마라로 구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토라와 탈무드라 말할 때, 일차적으로 그 토라는 성문 토라와 구전 토라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탈무드는 게마라를 비롯한 그 외의 리스폰사와 주석들의 랍비문학 전체까지 포함하여 탈무드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된다. 이 두 토라와 탈무드를 중심으로 유대인 전통이 세워졌다는 사실과, 이런 바탕 속에서 오늘날까지 유대교가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탈무드의 기원을 정확하게 되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기독교 차원에서 탈무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 구전 율법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모세가 시내 산에서 받았던 십계명을 중심으로 쓰여진 토라가 시대에 따라 유대인들의 삶에 구체적인 해석이 필요하게 되면서부터임을 주목해야 한다.
“모세가 요단 저편 모압 땅에서 이 율법 설명하기를 시작하였더라.”(신 1:5)라는 바로 이 구절을 근거로 구전 율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구체적인 삶에서 적용을 위한 토라 해석의 필요성은 동일하게 기독교인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문제는 어떻게 이 토라의 말씀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이러한 모세가 그 율법을 풀어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말 이후, 그 구전으로 전해진 내용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어 추측을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세가 가르쳤던 구체적인 구전 가르침은 여호수아에게 전해졌고, 이어 각 세대들에게 전해지면서 당대의 유대인 랍비들을 중심으로 한 현인들의 지혜로 축적되어 각 시대마다 중요한 이슈와 관심에 대해 토라의 말씀을 적용하고 설명되었다고 간주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랍비들은 성경적인 이야기에 대한 해석과정에서 랍비들이 채택했던 미드라쉬라는 해석적인 방법을 통해 하나의 완전한 주석적, 문학적인 형태인 미쉬나와 게마라로 발전되고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미쉬나는 게마라와는 독립적인 개체로 존재함과 동시에 매우 긴밀한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해석되고 설명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미쉬나 자체는 어떤 긴 설명이나 규범적인 결론을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매우 구체적이고 특정적인 방법을 통해 예증적으로 진술하는 형식을 띤다. 그래서, 람밤은 미쉬나에는 율법을 진술하는 “히불”(hibbur, writing)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결코 단순한 진술이 아닌 신명기와 민수기 등의 토라 본문에 대한 “미드라쉬 할라카” 형태의 “시프레”(sifre)의 성격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동시에 강조했다. 람밤은 그의 저서 미쉬나 토라(Mishnah Torah)에서 미쉬나의 성격에 대해 그의 철학적인 시스템을 동원하여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 율법 해석에 있어서 일차적인 권위가 미쉬나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히브리 대학 유대인 교육학의 교수였던 마이클 로즈낙은 이러한 미쉬나 교육의 핵심은 교육된 좋은 유대인(being a good and educated Jew)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오늘날 예쉬바를 비롯한 유대인 학교에서 미쉬나를 가르치는 방법론과 교육방침들이 매우 다양하게 발전되었다.
이와 같이, 예쉬바를 비롯한 현대 정통, 보수, 개혁 진영의 유대인 학교, 모두가 이 미쉬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이러한 미쉬나 커리큘럼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제 다음 호부터는 미쉬나의 본문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실제적인 탈무드의 세계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허정문 (고신신대원 졸업, 히브리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