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LUMN
이스라엘투데이

이슬람 1500년 역사를 따라서... 에필로그(1)

나는 1500여 년의 이슬람 역사의 발자취를 좇는 긴 여정의 ‘출발점’을 7세기 초 아라비아 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의 발흥 시점으로 잡고, ‘종착점’을 지금도 진행 중에 있는 팔레스타인 아랍인의 2차 인티파다 발발 시점으로 잡았다. 어찌 보면 오늘날 우리가 중동 관련 외신에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빠지게 된 아쉬움도 있다.

2000년에 시작되어 지금도 진행형에 있는 2차 인티파다는 이것만으로도 족히 한 권 분량의 전문 서적이 될 것이다. 그 만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오늘날 중동 문제의 핵심을 이루는 복잡하고도 전문적인 주제다. 애초부터 이 책의 목적은 현대의 인티파다에 대한 좁고 전문적인 주제보다는 이슬람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려는데 있었다.

현대 국가 이스라엘의 탄생과 이로 인해 붉어진 4차의 중동전쟁,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아랍인의 갈등 문제는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뜨거운 감자’로 불린다. 한 때 우리나라 정치계에 뜨거운 화두였던 ‘세종시 문제’와도 비견된다. 중간의 회색지대가 없이 ‘찬성’ 아니면 ‘반대’ 밖에 없고 어느 것 하나를 주장했다가는 반드시 반대 편으로부터 불화살 같은 비난과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도 그렇다. 애매한 회색지대란 것은 존재하지 않고, 곧 바로 이스라엘 편이냐, 아니면 팔레스타인 편이냐의 편가르기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여차하면 ‘친 이스라엘’이니, ‘반 유대주의’니, ‘친 팔레스타인’이니 하며 공격 당하기 십상이다. 팔레스타인 지역과 이스라엘 지역에서 사역하는 분들 사이에도 이 문제만큼은 쉽게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 3자 입장에서 중동 갈등의 핵, 더 나아가 전 세계 분쟁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이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도출해 내는 것이 가능할까?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아랍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간단치 않은 이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독자들의 고민에 맡기고, 나는 에필로그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몇 가지 중요한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이 책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때로 도발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질문들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의 입장을 비교 분석하는 것만이 좁은 이스라엘(또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평화적인 공존을 모색하는 두 민족의 상황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Q: 이스라엘은 언제부터 ‘팔레스타인’으로 불리게 되었는가?

A: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하기 전까지 국제사회에서 그 지역은 ‘팔레스타인’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이것은 주후 2세기에 일어난 유대인들의 봉기와 관련이 있다. 당시 로마의 속국으로 있던 유대국가는 주후 132-135년에 로마에 대항해 봉기를 일으키지만 무참하게 진압되고 만다.

이 봉기는 유대인들이 로마에 대항해서 일으킨 3번째 봉기였고, 봉기를 간신히 진압한 하드리안 황제는 이스라엘 땅을 ‘팔레스티나’(Palestina)로 개명하고 유대인과 이스라엘 땅에 대한 관련성을 최소화시키고자 했다. 이후 이스라엘 땅은 ‘팔레스타인’이란 이름으로도 불리게 된 것이다.

Q: 팔레스타인 사람은 누구이며 팔레스타인 땅에는 역사적으로 독립된 아랍 국가가 존재한 적이 있는가?

A: ‘팔레스타인 사람이 누구인가?’의 문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에 해당한다. 흔히 팔레스타인(Palestine) 사람을 성경에 나오는 ‘블레셋’(Philistine) 민족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마도 발음의 유사성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블레셋 민족은 주전 12세기경 크레타 섬에서 이주해 온 해양민족이다. 오늘날 팔레스타인 사람은 주후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이슬람교가 탄생하고 정복전쟁이 시작되면서 이주해온 아랍인들이다. 즉 성경의 블레셋 민족은 유럽인, 오늘날 팔레스타인 사람은 아랍인으로서 인종적으로 전혀 다른 민족이다.

16세기부터 오스만 터키가 지배해 오던 광활한 중동 지역은 1차 대전에서 터키가 독일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에 가담하고 패전국이 되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로 분할된다. 이후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이 분할 독립하고 그 사이에 남게 된 지역이 소위 ‘팔레스타인’이다.

‘팔레스타인 사람’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남게 된 아랍인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7세기 이후 이곳에 정착한 이래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시리아를 중심으로 한 아랍인’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모인 파리 평화회의에 파견할 팔레스타인 대표 선출을 위한 모임에서 채택된 결의문에서도 이런 내용은 확인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시리아의 일부로 여기며 그곳은 한 번도 분리된 적이 없다. 우리는 민족적, 종교적, 언어적, 자연적, 경제적, 지리적인 면, 즉 모든 면에서 하나다.”하지만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몇 차례 이어진 중동전쟁에서 주변 아랍 형제국들의 배신을 뼈저리게 느끼며 이들은 ‘팔레스타인 아랍인’으로서의 구별된 정체성이 형성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지역에는 독립된 아랍국가가 존재한 적이 없다. 이것은 아랍계 미국 역사가로서 프린스턴 대학 교수였던 필립 히티(Philip Hitti)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Palestine’ in history, absolutely not.”

류모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