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LUMN
이스라엘투데이

오순절과 언약의 갱신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은 구약시대와 신약시대를 나누는 확실한 분기점이 되었다. 구약시대에는 왕, 선지자, 제사장과 같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하나님의 신이 임했지만 오순절 날 폭포수처럼 부어진 성령으로 인해 초대교회가 탄생하며 ‘신약시대’로 불리는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팡파레가 울렸기 때문이다.“오순절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행2:1,2)“그 후에 내가 내 신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욜2:28)‘절기’가 하나님의 구속사에 대한 프로그램이 암호화된 특별한 시간이라면, 하나님은 왜 굳이 오순절 날에 성령 강림을 계획하신 걸까?

오순절: ‘누룩이 들어간’ 새 소제

초실절부터 시작해 7주간의 오메르 계수를 마무리한 이튿날, 즉 오메르 계수 50번째 되는 날이 오순절이다. 오순절은 7주 계수의 마지막 날인 칠칠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흔히 같은 절기로 인식되지만, 엄밀하게 구별하면 49일째가 ‘칠칠절’이고 50일째가 ‘오순절’이다. 오순절이 되면 성전에서 새로운 소제를 바쳤는데, 일반적인 소제와 다른 것은 ‘누룩을 넣는다’는 것이다.

“제칠안식일 이튿날까지 합 오십 일을 계수하여 새 소제를 여호와께 드리되 너희 처소에서 에바 십분 이로 만든 떡 두개를 가져다가 흔들지니 이는 고운 가루에 누룩을 넣어서 구운 것이요 이는 첫 요제로 여호와께 드리는 것이며”(레23:16,17)성전에 바쳐지는 소제(meal offering) 가운데 유일하게 ‘누룩이 들어간’ 소제는 오순절에 드리는 ‘새 소제’뿐이다. 누룩이 들어간 ‘새 소제’에 담긴 영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것은 오순절의 절기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오순절: 무교절의 종결집회

집에서 누룩이 없는 보리 빵을 먹는 무교절과 성전에서 누룩이 들어간 밀가루 소제로 밀 빵을 만들어 제사장이 먹는 오순절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보리를 추수하기 시작하는 한 해 농사의 초기에 있는 무교절에는 옛것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혁신의 표징으로 누룩을 제거한 무교병을 먹는다. 그러나 밀 수확으로 끝나는 곡식 추수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오순절에는 누룩을 넣은 유교병을 먹는다.

동물 사료로 주로 사용되고 가난한 자들의 식량이었던 보리와 달리, 밀은 가나안 농부들의 일상적인 양식이었다. 누룩이 없는 보리 빵(무교병)을 먹는 고통의 때를 벗어나서, 추수가 완결된 오순절에는 누룩이 들어간 밀 빵, 즉 정상적인 일용할 양식을 먹음으로써 일상적인 삶으로 복귀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새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영적인 결단을 위해 금식을 하지만, 이를 마치고 나면 일상적인 삶을 위해 밥을 먹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오순절은 무교절의 종결집회에 해당하는 것이다.

오순절: 새로운 시대, 새 언약으로의 갱신

누룩이 들어간 새 소제를 바치는 오순절의 제사는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보리빵을 먹는 무교절과 관련지어 생각해야 한다. 보리 추수로 시작되는 한 해 농사 사이클(agricultural cycle)의 시작점에 있는 절기가 바로 무교절이다. 무교절로 시작되는 농사 사이클은 밀 추수가 끝나는 오순절에 이르면서 일단락의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된다. 즉, 밀과 보리의 ‘곡식’ 추수를 마무리하고, 포도부터 시작해 무화과, 석류, 올리브, 대추야자로 이어지는 ‘여름 과실’의 추수를 대비해야 하는 때가 오순절이다.

한 해 농사 사이클에서 오순절이 차지하는 위치는 바로 ‘곡식 추수’에서 ‘여름 과실 추수’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오순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행사가 유대 문헌인 미쉬나에 기록되어 있다.“오순절이 되면 이스라엘 농부들은 석류와 포도밭에 가서 갈대로 만든 리본으로 가지들을 묶는다. 그리고는 ‘이것이 첫 열매다’라고 힘차게 외친다.”이스라엘에서 8월이 되어야 열매를 맺는 포도와 석류를 이해할 때, 오순절(6월경)에 아직 열매가 익지도 않은 가지를 묶어 놓고 ‘첫열매’라고 선포하는 것은 어찌보면 우스꽝스런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몹시 갖고 싶지만 아직 자기 몫으로 떨어지지 않은 어떤 물건에 침을 바르며 ‘이거 내거’라고 외치며 ‘찜’해 두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순절에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여름 과실의 가지를 묶고 ‘첫 열매’라고 외치는 행사는 이후에 맺혀질 여름 과실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즉 보리와 밀의 곡식 추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여름 과일 추수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때가 바로 오순절인 것이다.

- 시내산에서 토라를 받음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올 때부터 제삼월 곧 그 때에 그들이 시내 광야에 이르니라”(출19:1)유월절 예식을 마치고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두 달이 지난 후, 즉 유대달력으로 세번째 달인 시반 월에 시내산에 도착했다. 시내산은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한 모세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계신 하나님을 만나고 출애굽의 사명을 받은 곳이다.

“모세가 그 장인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의 양무리를 치더니 그 무리를 광야 서편으로 인도하여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매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그에게 나타나시니라”(출3:1,2)

시내산에서 모세 ‘개인’에게 자신을 계시하신 하나님은 이곳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불러 모아 ‘집단’ 가운데 자신을 계시하셨다. 그 목적은 율법을 주심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계명과 그에 대한 계약을 이루시기 위함이었다.“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열국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할지니라”(출19:5,6)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고 그에 대한 서약식을 맺은 날은 유대달력으로 셋째 달인 시반 월에 있었던 사건이다. 이런 엄청난 사건이 아무 의미가 없는 날에 무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분명 시반 월(6월경)에 있는 유일한 절기인 오순절에 이루어진 사건일 것이다. 출애굽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은 시내산에서의 율법 수여를 통해 일단락의 완성을 보았고, 이후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언약으로 갱신함으로써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 오순절 성령강림

초실절 날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과 40일을 함께 하신 후 감람산 정상에서 승천하셨다. 그러나 승천하시기에 앞서 제자들에게 하나님이 약속하신 성령으로 세례를 받기 위해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도록 명령을 내리셨다.“사도와 같이 모이사 저희에게 분부하여 가라사대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 들은 바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었으나 너희는 몇 날이 못되어 성령으로 세례를 받으리라 하셨느니라”(행1:4,5)

대부분이 갈릴리 출신인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러한 명령이 없었다면 방향을 잃은 채 곧장 갈릴리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열심히 기도하면서 약속된 성령을 기다렸다. 그리고 10일 후, 정확히 오순절이 되자 약속하신 성령이 폭포수처럼 임했던 것이다.

“오순절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행2:1,2)유월절에 일어난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시작된 인류 구속 사역은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일단락 완성이 되었고, 이후에는 제자들이 성령을 받으면서 새로운 신약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순절 성령 강림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언약의 갱신을 위해 주어진 것이다.

류모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