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LUMN
이스라엘투데이

탈무드의 요람,에쉬바의 자취를 따라서

19세기 이후 정통 유대교는 유럽 사회의 강력한 종교적, 문화적인 영향과 흐름 속에서 토라와 탈무드 연구의 요람인 예쉬바를 강화시킴으로써 유대교 전통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했음을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이런 정통 유대교의 정신적, 종교적인 바탕 속에서 당시 유럽의 모든 유대인들의 경제적, 정치적 입장도 점점 안정되고 개선되어 갔다. 특히 랍비들은 예쉬바의 학생들을 유지하고 개선시키기 위한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의 확립을 비롯하여 교육 시스템에 있어서 매우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홀로코스트 대학살을 계기로, 동부 및 중부 유럽의 뛰어난 예쉬바의 랍비들이 수많은 유대인들과 함께 이스라엘과 미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때 이동했던 유명한 예쉬바들 중 미국 클리블랜드 텔즈, 미국 오하이오 브루클린에 있는 미르, 예루살렘에서 슬로보트카 등이 있다. 20 세기 중반 이후 예쉬바의 대부분은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성장했고, 이 두 나라가 탈무드 시대 이후 유럽을 이어 예쉬바의 핵심적인 중심지로 발전하게 된다.

한편, 오늘날 이스라엘 땅의 예쉬바들은 오랜 전통을 가진 이슈브의 예쉬바, 세파라디 예쉬바, 그리고 중앙 예쉬바로 크게 분류될 수 있다. 이스라엘 예쉬바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결혼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차원에서 크게 배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었다. 특히, 예쉬바 헤스델 프로그램들은 종교적 시온주의 내에서 병역과 탈무드 연구를 결합시키는 합리적인 방법을 추구했다. 기존의 리투아니안 예쉬바의 골격에서 세속적인 학문을 결합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예쉬바 그돌라 같은, 오늘날 고등학교에 비견할 만한 새로운 예쉬바의 형태들이 탄생했다.

특히, 독일의 대 랍비였던 삼손 라파엘 허쉬(1808-1888)에 의해 설립된 예쉬바는 토라와 탈무드와 함께 “데레크 에레츠”의 목적으로 세속학문을 크게 장려한 대표적인 모형이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20세기의 예쉬바의 성장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교육 구조와 기초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각 교단 별로 각각의 신학적, 교육방법론적인 차원에서 각각 다양성과 독창성을 가지고 발전되어갔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예쉬바로부터 직접적으로 발전한 윤리적, 도덕적인 삶을 강조하는 무사르와 경건과 신앙의 열정을 강조하는 하시딕 운동은 오늘날까지 정통 유대교 내에 영향력 있는 정신적, 윤리적인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시딕의 경우 정통 유대교 세계 내에 가장 크고 잘 알려진 운동으로써, 그 중에서도 하시딕 카바드 운동은 프랑스, 호주, 북아프리카 등에서 크게 성장하고 발전되었다. 이러한 예쉬바의 발전과 함께 세속 유대교와의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오늘날 여전히 세속 유대교와 정통 유대교 사이의 종교적, 정치적인 논쟁이 되고 있는 병역 문제뿐만 아니라 홀로코스트와 시오니즘과 같은 정치적, 사회적인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갈등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오늘날, 리투아니안 예쉬바는 다시 사회적, 정치적 지위가 매우 향상되고 있으며,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예쉬바 대학을 비롯한 여러 우수한 예쉬바들을 통해 학문적인 영역에서도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리투아니안 예쉬바에 대한 역사와 그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서, 오늘날의 실제적인 교육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핵심적인 내용들을 간추려 보고자 한다.

첫째, 리투아니안 예쉬바가 가장 강조했던 “토라 리쉬마”의 교육철학적인 정신에 대해 깊이 되새김질해 볼 필요가 있다. 랍비 하임을 중심으로 한 리투아니안 랍비들의 이 정신에 대한 각별한 애착과 강조에는 그 분명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또한, 확고한 교육철학에 관한 신념을 바탕으로 그들이 유대교의 할라카 전통으로의 적용과 실천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또한, 공부 그 자체를 위한 공부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토라 리쉬마의 교육철학이 그들의 특별한 커리큘럼 개발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유연성과 탁월성을 보장해 주고 있다. 나아가, 이 토라 리쉬마는 종교와 교육철학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참된 정신을 가지고 진정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리투아니안 예쉬바는 토라와 탈무드에 기초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종교와 학문 영역의 깊은 관계성을 추구하는 통합적인 교육체계라는 점이다.

둘째, 친구와 함께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하는 리투아니안 예쉬바의 “헤브루타” 교육방식이다. 이 교육방식은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철저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실제적인 교육현장에 있어서 교사와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고 공부할 것인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리투아니안 예쉬바에는 랍비들의 짧은 강의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고정된 커리큘럼 없이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자율적으로 자유롭게 친구와의 대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는 분명한 교육철학적인 목적과 이유가 존재한다. 또한, 이러한 고등 교육방식은 사실 확고한 교육철학이 바탕이 되지 않고는 일반 교육시스템에서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고차원적인 교육방법임을 알게 된다.

사실 한국을 비롯한 서구교육시스템에서 이러한 헤브루타 방식의 탁월성을 부분적으로 인식하여 단지 방법론적으로 적용해 보려고 시도하지만, 지속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교육철학과 교육방법론에 있어서의 패러다임 전환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한 가지 구체적인 예로, 이 정신의 핵심은 경쟁을 위한 공부를 지양하는 것이다. 헤브루타 공부는 친구가 경쟁적인 관계가 아닌 협력적인 관계, 서로의 지성을 예리하게 만드는 동반자의 관계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아가,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의 쟁취를 위한 이기적인 자기 학문 연마가 아니라 오직 성경과 탈무드에서 말하는 진정으로 교육된 인간이 되기 위해, 참되고 바른 인간으로 살기 위한 높은 종교적, 철학적인 목적을 추구한다. 나아가, 교사가 학생들을 반드시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학생들의 지적 능력이 개발될 수 있고,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벗어나,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방식에 기초한 교육방법론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패더다임의 전환은 지적 해방을 강조했던 프랑스 교육가인 조셉 자코토의 책 “everything in each”(각각에 있어서의 모든 것)에서 제시한 네 가지 교육방법과 일맥상통함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모든 사람은 동등한 지능을 소유하고 있으며, 둘째,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조차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실제 교육의 결과와 효과 측면에서, 학생들은 교사가 가르치는 것 이상을 배울 수 있고, 또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그 이상을 가르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이 있다고 말한다. 이 의미는 그 공부의 양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실제로 배우고 있는 내용의 모든 것에서 아무리 작고 단순한 내용이라도, 그 내용 안에서 사실상 무궁한 의미를 찾고 도출시킬 수 있는 내용들이 내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자코토는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매개체와 도우미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교사들의 편견과 선입견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저해시키는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자코토 이론에서 교육의 평등성과 탁월성이 강조된 것과 같이, 리투아니안 예쉬바는 이러한 이상적인 교육철학과 방법론을 실제적으로 구현해 낸 특별한 교육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학생 스스로의 잠재적인 지적 능력을 존중함과 동시에, 그들의 무궁한 지적인 발전을 위해 탁월한 교육철학적인 이론을 마련하고, 실제적인 교육과정으로 구현해낸 것, 그것이 바로 리투아니안 예쉬바의 교육철학인 “토라 리쉬마”, 교육방법론으로서의 “헤브루타”인 것이다.

허정문 (고신신대원 졸업, 히브리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

Samson Raphael Hirs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