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LUMN
이스라엘투데이

탈무드의 요람,에쉬바의 자취를 따라서

오늘날 미국, 이스라엘, 유럽 지역의 예쉬바의 교육 시스템들을 살펴보면, 유대교 내 다양한 종파들의 성향들로 인해 그 교육과정과 전반적인 시스템들에 있어서 조금씩 변화가 있어왔지만, 오늘날까지 리투아니안 예쉬바의 근본적인 정신적 기둥으로써 랍비 하임과 네찌브의 교육철학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랍비 하임에 이어 로쉬 예쉬바로 임명된 네찌브 (1816-1893)는 러시아의 유명한 탈무드 학자인 야곱의 아들이었으며, 그의 어머니 또한 랍비 문학의 리스폰사의 저자였던 랍비 마이어 아인슈테쯔의 직계후손이었다. 이러한 랍비의 명문 가정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토라와 탈무드 연구에 집중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네찌브의 첫 번째 부인은 볼로진의 랍비 하임의 손녀였으며, 그에게서 낳은 아들, 하임 베를린은 모스크바에서 랍비가 되었고, 그의 딸은 볼로진에서 로쉬 예쉬바로 명성을 떨친 랍비 라파엘 사피로와 결혼한다. 그의 두 번째 부인은 아루흐 하슐칸의 저자인, 랍비 에키엘 미셸 엡스타인의 딸이었고, 그 부인에게서 얻은 아들은 유명한 랍비 마이어 베를린이었다.

이러한 정통 유대 랍비들의 계보는 예쉬바의 역사적 발전과 매우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네찌브의 시대는 1892년 리투아니안 예쉬바가 페쇄되기 전까지 가장 극심한 핍박이 있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쉬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다수의 랍비들이 배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결과는 반대 세력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네찌브가 죽음을 무릅쓰고 지키려 했던 토라와 탈무드 공부에 집중된 예쉬바의 교육과정과 교육철학에 깊은 관련성이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리투아니안 예쉬바 교육시스템에 있어서 네찌브의 탁월한 교육철학의 핵심적인 기초와 특징들이 무엇이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9 세기가 시작되면서, 앞서 언급했던 하스칼라와 러시아 정부의 압박을 제외하고도, 리투아니안 예쉬바에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 특별히 종교적인 경건과 열정을 강조한 하시딤들의 등장은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다. 스파라딕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한 하시딕 전통은 아쉬케나지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한 미트나게딤 전통과 상충관계를 이루었다. 당시 많은 유대인이 딱딱한 토라와 탈무드의 공부에 대해 실증을 느낀 반면, 종교적인 감흥, 열정, 그리고 경건성을 강조한 하시딕 운동에 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랍비 하임과 네찌브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고, 토라와 탈무드의 공부가 학문적, 지적 훈련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토라와 탈무드의 공부야말로 유대인들의 삶에 진정한 진리와 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랍비 하임은 그의 저서 “토라 리쉬마”에서 토라 자체를 위한 토라, 토라 공부 자체를 위한 공부를 강조했으며, 나아가 영구적인 만족의 근원인 토라와 탈무드의 공부를 통해 진리를 발견하고, 진정한 자유와 즐거움을 누릴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하임의 정신을 이은 네찌브는 본격적으로 “토라 리쉬마”의 교육철학에 바탕이 된 예쉬바의 교육적인 시스템과 그 모델을 발전시켜 나갔다.

필자가 지난 호에서 언급했던 이 “토라 리쉬마”의 히브리어적 의미는 간단하게 “for the sake of the Torah itself”로서 해석된다. 이 사상은 토라와 탈무드 공부의 지적인 창조성과 즐거움의 가치를 긍정함과 동시에 율법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미국 예쉬바 대학의 학장이자, 미국 정통 유대교 랍비인 노르만 램은 랍비 하임의 토라 리쉬마에 대해 세 가지 정의로 분류해 설명한다.

첫째, “토라 리쉬마”는 그 교훈과 계명을 따라 “할카라”적인 실천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기능적인 의미로 보았다, 둘째, “토라 리쉬마”는 열정적인 하나님에 대한 사랑, 그의 나라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과 같은 영적, 신앙적인 의미로서 설명했다. 셋째는 문자 그대로, “토라 리쉬마”는 토라의 율법 자체를 위한 공부이어야 하며, 그 자체로서 순수하고 신성한 “크두샤”의 의미가 반영된 일차적이고 문자적 의미에 기초해야 한다고 보았다.

랍비 하임과 네찌브는 세 번째 정의에 우선권을 부여하면서, 토라의 율법 연구가 순수한 율법 자체를 위한 공부를 강조했으며, 결코 어떤 다른 의도와 목적을 위해 수행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했다. 네찌브는 유대교 신앙의 기본적인 틀로서, 우선적인 권위를 가진 토라의 율법 자체를 위한 연구를 통해, 그 율법의 말씀을 깊이 묵상, 착념하고, 이렇게 묵상한 말씀의 깊은 의미를 깨달아 하나님께 감사와 기도로 화답하되, 나아가 온전한 할라카를 수행까지 하는 삶이 진정한 신자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개념은 시편 1편 2절에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라는 구절에 기초한 것이었다. 네찌브는 궁극적으로 그 율법에 대한 묵상과 연구를 통해 영적인 만족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자가 진정한 행복자요, 진리의 도를 걷는 자로 보았다. 이런 성경적인 배경에서 그는 지적 창조성과 즐거움의 가치를 긍정할 수 있는 토라 공부의 리쉬마 개념을 핵심적인 교육철학적인 가치로 도입했던 것이다.

사실, 이러한 “토라 리쉬마”의 개념이 적극적으로 도입된 이유는 당시의 하시딕과 카발라에서 강조되었던 헌신과 착념을 상징하는 “데브쿠트”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철학적인 개념의 필요성 때문이기도 했다.

데브쿠트”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는 유대적인 개념으로써, 특히 613가지 계명, 미쯔바 수행, 나아가 기도와 묵상을 수행함에 있어서 강조되는 개념이었다. 카발라 전통에서도 이 정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네찌브는 이 “데브쿠트” 정신에 대해 비이성적 광신적 열정과 유사한 주관적인 개념으로 간주하는 반면, 깊은 토라 율법과 탈무드의 연구는 지적인 발전과 함께 하나님과 영적 관계의 개선을 위한 유일한 객관적인 대안으로 간주했다.

사실, 하시딕과 카발라의 “데브쿠트”의 사상은 할라카 수행을 무시하는 무율법주의적인 경향을 보였으며, 본문의 일차적이고 문자적인 해석을 무시한 왜곡된 영해에 치중된 편협한 성경해석학적인 방법론을 추구했다. 네찌브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철저한 본문 연구와 분석에 집중된 권위 있는 성경해석적 방법론을 추구했을 뿐만 아니라 무미건조한 토라와 탈무드 연구를 탈피하기 위해 “토라 리쉬마”에 기초한 경건과 영적 훈련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네찌브는 토라와 탈무드 연구에 있어서 지적 훈련과 영적인 경건 훈련 사이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그들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볼 수 있다. 어떤 점에서, “토라 리쉬마” 사상에 기초된 리투아니안 예쉬바의 교육철학에 대한 고찰을 통해 오늘날 현대 교육의 방법론에 긍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어떤 대안적인 통찰력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허정문 (고신신대원 졸업, 히브리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