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LUMN
이스라엘투데이

탈무드의 요람, 예쉬바의 자취를 따라서

랍비 하임(1749-1821)은 볼로진(Volozhin)에서 그의 스승 빌라 가온의 뛰어난 학생들 중 하나였다. 그는 예쉬바 역사상 가장 큰 성장을 이루었던 리투아니아 예쉬바를 설립했고, 나아가 그 예쉬바를 토라와 탈무드 연구의 최고 아카데미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랍비 하임이 러시아 정부와 하스칼라의 핍박 속에서도 지키려고 노력했던 리투아니아 예쉬바의 커리큘럼과 중요한 특성들을 살펴보는 것은 교육철학과 교육과정 개발의 관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랍비 하임은 당시 러시아어와 세속 학문들, 그리고 그것을 예쉬바에서 가르치는 이방인 교사들을 허용하도록 집요하게 요구하는 러시아 정부와 세속 유대인들의 간섭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토라와 탈무드 연구에만 집중하는 리투아니아 예쉬바 교육과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투철한 토라와 탈무드 공부에 대한 정신은 빌라 가온의 교육철학적인 영향 탓이다.

랍비 하임의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토라와 탈무드 연구에만 집중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세속적인 교육철학과 세속 학문을 아우르는 탁월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결코 일반 세속학문의 교육방법론보다 뒤쳐지지 않고 발전되었음을 볼 수 있다. 랍비 하임은 탈무드 연구를 통해 삶의 근본적인 신학적, 철학적인 연구에 있어서 탁월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그의 저서 “네페쉬 하하임”(Nefesh HaChaim)에서 리투아니아 예쉬바의 교육철학과 교육방법론에 대한 이론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나아가 그의 이론을 실제 예쉬바의 운영을 통해 실제적인 대안을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탈무드는 예쉬바의 핵심적인 일차 자료였다.

특히, 탈무드와 유대인 성경(Tanakh)에 대한 포괄적인 주해의 저자였던 중세 프랑스의 랍비 라쉬(Rashi, 1040-1105)의 주석들은 리투아니아 예쉬바에서 탈무드 연구에 매우 핵심적인 연구 과목이었다.

리쇼님(Rishonim)으로 알려진 중세의 유명한 랍비들 중 토세피스트(Tosafists)들을 통해 해석학적인 관점에서 탈무드와 라쉬의 주석에 대한 해설들(glosses)을 기록하는 방법들이 크게 발전되었음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탈무드의 발전과정은 시대에 따라 랍비들의 수많은 토론과 연구를 통해 수정 및 편집되고 완성되었다. 그러나, 시대를 따라 탈무드를 다루었던 랍비들의 연구방법은 서로 차이가 있었다.

랍비 하임은 주로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 탈무드의 본문을 분석하고 해석하려고 했던 반면, 슬로베이치크(Soloveitchik, 1853-1918)는 탈무드와 주석에 대한 논리적이고 개념적인 기능을 강조하면서, 어떻게 토론을 통해 갈등의 요소들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집중하기보다, 개념적인 차원에서 논리적인 탐구와 분석을 통해 결과를 도출시키는 방법에 보다 더 중점을 두었다.

현대 탈무드 학자인 데이빗 와이스 할리비니(David Weiss Halivni)는 랍비 하임과 슬로베이치크의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하는 진화적이고 변증적인 방법론을 제안한다. 즉 탈무드 연구에 있어서 토론과 논쟁을 중심으로 하되, 그 토론의 결과에 대한 진정성을 확증하기 위해 주석에 대한 논리적인 연구를 보다 강화시키는 방법을 추구했다.

대표적으로, 율법의 법전을 다루었던 리스폰사(Responsa)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종교적, 문화적인 차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수많은 토론과 깊은 학문적인 검증에 의해 변증적인 방법론을 통해 발전되었음을 볼 수 있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던 바대로, 오늘날 리투아니아 예쉬바의 교육방법론은 철저하게 토론식 형태를 유지하되, 한편으로 다양한 학문적인 차원에서 논리적인 검증을 시도함으로써 그 탈무드 안에 있는 지혜와 지식의 획득을 확장해 나가는 교육방식을 지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예쉬바의 교육방법론은 근본적인 교육철학과 교육방식은 서양의 정규적인 커리큘럼 방식의 제도와 큰 차이를 가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서양의 정규적인 커리큘럼 방식은 전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보편화된 교육체제라고 볼 수 있다.

서양의 교육방식은 일반적으로 교사가 학생들을 정규적인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을 따라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주입시켜,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반면, 예쉬바의 교육방식은 기본적으로 세데르(Seder)라는 짧은 강의시간이 있지만, 대부분 시간을 파트너와 함께 공부하는 하브루타(chavruta) 스타일을 유지한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교육과정이 없이 무질서하게 보일 수 있으나, 예쉬바의 학생들은 정규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질서 있게 각자 정해진 자신들만의 공부패턴을 토라와 탈무드 연구에 집중한다.

그들이 토라와 탈무드 공부에만 집중하는 것이 세속학문을 완전히 배격하는 것 같이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세속학문을 정규적인 커리큘럼에 삽입하여 의무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예쉬바 학생들은 인생을 바르게 사는 지혜와 기본적인 지식을 배워나가기 위한 학문적인 기초를 토라와 탈무드 연구에 두지만, 그 기초적인 지혜와 지식을 바탕으로 점점 세속학문의 지혜와 지식까지 자연스럽게 배움으로써 그들의 공부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간다.

이런 점에서 그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인생과 공부의 목적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각자가 흥미롭게 여기는 주제부터 공부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예쉬바 그돌라에 올라가게 되면, 그들은 보다 전문적으로 탈무드 본문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과 이해를 얻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본문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이고 학문적인 지식을 동원하고, 분석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브루타 스타일은 실제로 다른 동료들과의 토론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가 서로 상호 작용하여 지적인 능력과 이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음을 보게 된다. 이와 같이 오늘날의 다양한 예쉬바의 교육시스템에서는 랍비 하임 시대의 리투아니아 예쉬바 학생들이 했던 공부형태의 상당부분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심리학자 로버트 헴리흐(Robert. Helmreich)는 이러한 예쉬바 학생의 교육과정과 방법론은 결코 단지 율법 연구에 대한 지적 호기심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이러한 지적 호기심을 넘어 분명한 교육철학과 영적인 동기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이러한 교육방식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지적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예쉬바의 하브루타 교육방식은 기본적으로 통찰력 있는 추론, 질문을 통한 토론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교육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지난 호에서 탈무드 학문연구의 방법론에 대해 논했듯이 협력적인 논리에 기초된 원형(circle)적인 교육 방법론이 있다.

이 방법론은 선형적이고 단계적인 방법이 아니라, 귀납적인 방법으로써 간단한 것에 복잡한 것으로, 일반적인 것에서 특수한 예로 발전시키는 방법론이다. 즉 유대 랍비적인 논리(rabbinic logic)에 기초한 교육방법론은 어떤 공부를 시작함에 있어서 어떤 지적인 수준과 전제지식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전제지식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하나의 이슈를 통해 다른 개념으로 파생시켜 나가는 종횡적인 방법을 채택한다.

나아가, 다양한 갈등과 논쟁을 거쳐 각 의견의 오류와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변증법적인 방법을 채택한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방법이 보다 더 철저한 학문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리투아니아 예쉬바의 교육방법론이 사실 일반적인 교육시스템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그 교육적인 효과와 결과에 대해 회의적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하브루타 방식의 학문적인 탁월성은 일반 서양식 교육과정보다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예쉬바의 역사 속에서 나타난 교육적인 결과를 통해 잘 볼 수 있다.

허정문 목사 (고신신대원 졸업, 히브리대학교 교육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