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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비의 행복문답

진심을 공유하면, 부부는 행복해진다

남편의 사소한 거짓말

남편의 사소한 거짓말에 실망하는 아내가 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수시로 하는 남편에게 실망한다. 편하게 있는 그대로 말해주면 이해할 수 있는데 그걸 숨기다가 나중에 들통 나서 알게 되니까 기분이 나쁘다.

사소한 거짓말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아내는 남편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남편이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는 눈빛으로 본다. 갈등이 심해지고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된다.


어느 화창한 일요일,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남편이 말한다.
“여보, 나 내일 대전으로 출장 갔다가 하루 자고 올 거야.”

아내는 말한다.
“갑자기 출장을 가? 출장을 가는데 하루 전에 알려주는 게 어딨어?”

대화가 예민해진다.

“그게 뭐, 내 뜻대로 되나. 부장님이 갑자기 문자로 알려주시네.”
“언제 문자가 왔는데? 오늘 종일 같이 있었는데 문자 온 적 없잖아.”
“아까 왔어. 갑자기 거래처에서 미팅을 잡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
“보여줘 봐.”
“뭐?”
“보여주라고.”
“뭘 보여줘?”
“문자 보여 달라고. 문자 왔다며?”

“문자를 왜 보여줘?”
“문자 안 왔는데, 문자 왔다고 하니까 그렇지.”
“아니, 내가 이런 걸로 거짓말할 것 같아?”
“그냥 보여주면 되잖아.”
“당신, 뭐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건데?”

“웃기잖아. 출장 가는 거 분명 미리 말해줬을 텐데, 지금 급하게 가는 것처럼 말하잖아.”
“내가 일부러 말 안 했다는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매번 갑자기 말하니까 짜증 나.”
“나보고 뭘 어쩌라고 하는 건데? 갑자기 연락이 왔잖아.”

“갑자기 아니야. 문자 안 왔어. 며칠 전에 잡힌 출장일 거야. 전에도 그랬잖아.”
“내가 거짓말한다고?”
“문자 보여주면 되잖아. 안 왔는데 어떻게 보여 줄 거야?”
“그만하자. 적당히 해.”
“당신이나 거짓말 그만해. 어린애도 아니고, 밥 먹듯이 거짓말이야.”


아내 관점에서는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남편에게 분노가 일어났을 것이다. 남편은 왜 뻔 한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일까? 남편은 정말로 거짓말쟁이일까 아니면 아내가 남편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아내는 혼자 한참 동안 고민한다. “도저히 (진실을) 모르겠다”는 게 아내의 결론이다. 일단 아내 관점으로 시작했으니 아내 관점에서 상황을 전개해보자. 남편의 출장이 갑자기 잡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

아내가 맥락을 읽었다. 그래서 남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갑자기 출장을 간다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남편이 거짓말을 하는 순간 거짓말을 했다는 그 사실 자체에 더 화가 난다.

남편의 거짓말하는 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진실을 밝히려 한다. 여기서는 문자가 유력한 증거다. 문자가 오지 않았다면 남편의 거짓말이 밝혀진다. 아내는 확신한다. 문자는 오지 않았고, 남편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단서를 잡은 아내는 목소리도 크고 당당하다.

아내에게 한 가지만 묻자. 아내가 밝히고 싶은 진실은 무엇인가? 남편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출장에 대해 미리 말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기를 바라는 것인가?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남편은 오지도 않은 문자가 왔다고 우기는 거짓말쟁이로 전락해버렸다. 다섯 살짜리 아들도 안 하는 짓을 남편이 한다. 세상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남편을 데리고 살게 된 거다. 비극이고, 절망이고, 슬픔이다.


과연 당신의 남편이 그런 사람인가. 단정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편이 미리 말하지 않은 이유를 살피기 바란다. 아내 관점에서 출장에 담긴 부정적인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불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직장 상사와 함께 가는 출장, 거기에는 불안 요소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술자리, 모텔. 두 단어만 들어도 불편한 아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아내가 불편한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남편이 아내에게 곧바로 말하지 못한 이유는 하나다. 아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게 싫어서다. 그러다 보니 미루게 된다. 미루다가 임박한 시점에 말하게 된다. 쉽게 말해, 남편이 아내에게 솔직하게 무언가를 말하기에는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아내는 말할 것이다.
“아니요. 미리 말해주면 상관없어요. 어쩔 수 없이 가야 하잖아요. 미리 말해주기만 하면 괜찮아요.”

나는 알아들었다. 하지만 당신의 남편이 못 알아들었다. 아내를 오해하니까 남편은 상황을 자꾸 피한다. 여기서 출장이란 단어는 얼마든지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

남편의 거짓말이 반복되는 곳이 바로 문제 지점이다. 남편의 거짓말을 끊고 싶다면, 일단 편안한 상황이 되어야 한다. 남편이 항상 진실을 말하기 원한다면, 남편의 불안감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남편은 거짓말을 끊고 진실을 말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내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질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남편들이 있다. 나도 안다. 나는 지금 여기서 극단적인 남편의 사례는 배제하고 말하는 것이다.

아내를 사랑하고 배려하고 돌보지만, 아내에게 오해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남편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남편이 거짓말을 그만두고 진실을 말하기 원한다면, 일단 안전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제 남편에게 말을 걸고 싶다. 마음이 불편해서 무의식적으로 만든 거짓말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미리 말하지 못했더라도 상황을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

적당한 시기와 기회를 놓쳤더라도 “사실 내가 이래서 말을 못 했다”라고 말해야 한다. 아내가 기분이 나쁠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거짓말보다는 낫다.

사소한 거짓말을 하고 나서 궁지에 몰리면 얼마나 답답한가. 자동차 브레이크를 밟듯이 눈 딱 감고 정지선에서 멈추면 된다. 그게 사고를 막는 지름길이다.

아내에게 솔직해지자. 소파 뒤에 기대서 말하지 말고 상체를 세우고 아내의 눈을 마주 보고 아내에게 진심을 다해 말해 보자. 아내가 이해해주지 않는 자신의 일부분에 대해서 솔직한 심정을 말해야 한다.

따뜻하고 포근하게 말하라. 진심을 다해 말하면서 아내를 충분히 공감시킬 수 있다면, 아내는 달라질 것이다. 더 이상 아내 혼자 당신에 대한 수많은 가설을 세우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

아내 혼자 추측하면 당신의 몸값은 한없이 추락한다. 막아라. 아내와 마주하면 막을 수 있다.

진심을 공유하면, 부부는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