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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비의 행복문답

어머니 문제면 무조건 감싸는 남편에게 저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Q. 저는 결혼 10년차 부부의 아내입니다. 결혼 전부터 시어머니와 남편의 애착관계 때문에 고통을 받았습니다. 여러 번 남편이 말했지만 연애할 때는 진지하게 듣지 않았습니다.

신혼 여행 때부터 남편과 어머니 문제로 자주 다투었습니다. 결혼하고 처음 시댁에 갔는데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해야 할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찬통을 대충 정리하고 설거지통에 치울거리를 주셨습니다.

시댁을 나와서 남편에게 같이 설거지를 하자고 했는데, 어떻게 나 혼자 하게 만드냐고 따졌습니다. 남편은 "엄마가 나를 그렇게 키우지 않아서 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더군요.

남편과 싸울 때마다 어머니를 이야기하며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남편은 어머니를 보호하기 바빴습니다. 시어머니가 집에 왔다 가시면 남편과 항상 싸웠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문제로 남편과 너무 자주 싸웁니다. 어머니 문제면 무조건 감싸는 남편에게 저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아이 때문에 참고 사는 것이죠.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행복문답 팟캐스트는 10분 안으로 대답을 하려는 컨텐츠라서요. 시어머니와 며느리, 남편의 이야기는 그 시간 안에 다루기가 쉽지 않아서요. 제가 어떤 답변을 할 때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A.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자매님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아내가 존재감이 밀리면 살맛이 안 납니다. 마치 사형선고 같습니다.

남편은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는 거죠. 이슈에 대해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이 맞물려 아내는 존재감에서 밀리게 된 겁니다. 그 점이 아내인 자매에게 난처하고 답답하고 속상한 일이죠. 자매님을 위로하고 나서 문제 속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연애할 때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시어머니와 남편의 애착이 결혼 한 다음부터 크게 보였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된 계기가 된 첫 사건을 추적해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시댁에 방문했는데 시어머니께서 며느리인 자매님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한 거죠. 남편의 태도는 엄마 편을 들었다고 예상을 했고 그렇게 되었죠. 그 사건으로 자매님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 같습니다.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남편이 나보다 어머니를 더 사랑한다. 남편에게는 어머니가 더 먼저다."
이렇게 결론이 내리고 나니 다음부터는 대화가 어려워진 겁니다.

많은 자매들이 시어머니와 남편 관계 때문에 처음에 충돌이 있습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결혼하자마자 아내를 더 사랑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의지는 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이제 신혼생활에 어머니보다 아내를 사랑하기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합니다. 지금 자매님은 결혼 10년 차가 되었는데, 지금도 여유가 없었던 남편이라면 신혼 초엔 더욱 그랬을 것 같아요.

신혼 초에 어머니보다 아내를 사랑한다? 다짐일 뿐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내와 함께 살아가고 그 사이에 아이들이 생겨나고 점차 어머니와 존재에서 분리가 되는 겁니다. 과정에서 고통받는 것은 자매님입니다.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의 애착이 되었다면 그들만의 어떤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각자의 이야기가 갈등을 심각하게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양보를 하지 않고 싸웁니다. 시어머니 일이 끼어 있으면 양보하지 않는다"고 하셨죠? 남편이 다른 일로는 양보하는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이슈를 넘어서 다른 이슈에 대해 아내와 상호작용을 잘하고 있다면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남편이 어머니 문제로 싸우다 보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수 있어요. 아마도 남편이 어머니를 향한 애틋함이 분명 있을 거예요. 남편과 상호작용을 할 때 "어머니만큼, 어머니보다" 이런 비교급을 쓰시면 안 됩니다.

아내인 자매님이 할 수 있다면 비교급 언어가 아닌 최상급으로 사용하셔야 해요.  그리고 당당히 요구하는 거예요. 어머니는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자신의 존재가 최상의 가치를 가졌다는 것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나를 이렇게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말이죠.

이제부터 아내는 남편이 나보다 시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공식에 과감히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반박하는 근거를 찾아서 그 생각을 약화해야 합니다. 남편이 시어머니를 더 사랑한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