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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비의 행복문답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새벽까지 술을 마셔서 걱정됩니다

  Q. 대학원 다니는 딸을 둔 53세 엄마입니다. 저는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술이라면 지긋지긋합니다. 남편은 알코올 의존이고, 지금은 실직해서 거의 매일 술을 먹습니다. 술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근 괴로운 일을 겪고 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착한 딸이 대학에서도 안 마시던 술을 대학원 다니면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집에서 거의 저녁마다 맥주를 커피처럼 마십니다.

맥주 캔 두세 개를 아무렇지 않게 마시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술에 취해 새벽에 들어옵니다. 어떤 날은 인사불성이 돼서 돌아옵니다. 세상이 무서워졌잖아요. 새벽까지 술을 먹고 다니는 딸이 너무 걱정되고 불안합니다.

다 큰 아이를 붙잡아 둘 수도 없고.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위로와 용기 부탁드립니다.

A. 어머님께서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성장했고, 남편의 술 습관도 어머님께 고통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딸과 남편 사이에서 마음도 굉장히 어려우신 것 같고요.

어머님께서 질문하신 것은 딸과 관계,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문제에 대해서만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딸이 술을 마시는 결과에 대해 너무 단정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딸이 술을 마시는 게 고통스러운 이유는 어머님께서 'A는 반드시 B라고 생각하는' 공식 때문입니다. 어머니 내면에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딸이 술을 마신다 - A
어머니께서 두려워하는 사건이나 상황(알콜중독자가 될 것이다, 험한 일을 당할 것이다) - B

어머니가 걱정하는 B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머니 내면에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B는 부정적인 감정과 마음을 가져다주고, 삶이 불안정해지고 파괴될 수도 있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이미 일어난 것처럼 딸과 상호작용하게 되면 딸은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어머니와 관계가 멀어질 수 있습니다.

딸이 대학원에 다니는 성인이고 딸 대신 어머니가 선택해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딸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건강 걱정이나 신앙적 가치 때문에 불편하게 생각한다거나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관 때문에 걱정한다고 말할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딸이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엄마가 대신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강하고 완고한 태도로 접근할수록 의사소통은 힘들어지고,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거죠.

딸의 행동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께서 자신에게 고통을 주거나 파괴하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를 잘 돌보며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에 결심을 하시고 어머니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지 모릅니다. 엄마가 딸이 술을 마시는 것에 민감한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죠.

목적이 한 여자로서 엄마로서 자기 자신으로서 딸에게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체가 되어야겠죠. 진심을 담아 올바른 방법으로 전해준다면 딸은 진지하게 들어줄 겁니다.

어머니께서는 딸을 기다리는 동안, A는 반드시 B라는 공식에 과감하게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성장했고 남편도 술로 어머니께 고통을 주었지만, 딸이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어머님의 아버지와 남편처럼 알코올 중독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떨쳐내셔야 합니다.